[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에 이어 제주맥주가 뜬다고 한다. 평소 제주를 이름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기에, 반갑기도 하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1,500만이 된다고 하니, 이들이 모처럼 제주에 관광 와서 제주산 소주와 막걸리 외에 제주산 맥주를 찾는다면, 그건 충분히 시장성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쭉 해 왔다. 그것도 가능하면 카스나 하이트 같은 라거 맥주가 아니라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관광객의 입맛에 맞춤형으로 제공한다고 하는 크래프트 맥주(수제맥주)로.

4년전 제주개발공사가 이름도 산뜻하게 제스피(JESPI: Jeju Spirit의 합성)라고 이름 지은 수제맥주를 출시하면서 의욕을 보인 바 있지만, 아직도 도민사회에 대한 반향은 크지 못하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제스피에 대해 도민들은 물론이고 관광객의 접근성이 크게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연동 어느 구석에 자리 잡은 제스피는 제주의 1위 공기업이라는 개발공사의 위상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하나의 소매점 맥주가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발공사가 제스피를 통해 제주산 맥주를 갖고 한번 파이팅 하려고 했다면, 소매점 맥주가게가 아니라 제주도 전역에 걸쳐 각 식당과 맥주가게, 편의점 등 곳곳에 제스피가 공급되도록 해야 했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이 점을 몇 번 비공식적으로 제주개발공사 측에 건의했는데, 답신은 예산상의 제약으로 제스피를 대량 생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공기업의 한계인지 아니면 삼다수에 전념해야 할 개발공사의 경영 특성상 제스피는 양념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됐기 때문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제스피가 그렇게 썩 맛이 출중한 수제맥주도 아닌 이유도 예산상의 제약 때문인지, 아니면 공기업 특유의 한계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제스피가 아무런 자구책 없이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노라면, 점점 외부로부터 밀려오는 수많은 수제맥주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만 늘 뿐이었다.

개발공사의 제스피 사업도 누군가 위험부담을 감당하면서 책임지고 추진해 나갈 그런 비즈니스이어야 했다, 그러나 필자가 들은 바에 의하면, 제스피 사업은 국가보조금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고 추진된 것이었다. 바로 여기에 맹점이 있는 것이었다. 비즈니스를 국가보조금으로 하겠다는 개발공사의 안이한 자세는 4년전 제스피 출시에 기대를 모았던 도민들의 바람과는 괴리가 큰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2017년 여름 제주의 맥주시장에서는 이제 사기업인 제주맥주가 새로운 강자로 자리해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오해는 하지 마시길. 필자가 제주도민들에게는 물론이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제주산 맥주를 꼭 공기업인 개발공사가 맡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개발공사가 4년 전에 시작한 제스피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된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피력하고 싶을 뿐이다. 어떻든 최근 새로이 제주산 수제맥주 시장을 확장하고 키워하고 나가고자 하는 제주맥주의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 뉴스를 접하면서, 제주항공이 단순하게 국내 저가항공이 아닌 국제선으로까지 발전해 나갔듯이, 제주맥주도 제주 도민과 관광객만이 아니라 삼다수와 손을 잡고 해외로까지 수출해 나가는 그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필자가 제스피에 걸었던 기대 중의 하나였던 바, 제주맥주(대표 문혁기)가 지난 12일부터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선보인 건, 그 성패 여부를 떠나 정말 잘 하는 일이라고 본다. 제주에서 맥주를 만든다는 것이, 단순히 소매점의 한 소비품인 것을 넘어서서 관광자원의 하나로 변신을 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추운 겨울만을 제외하고는 봄-여름-가을 몇 번에 걸쳐 제주산 맥주 페스티발을 개최하는 것도 맥주를 활용한 관광자원 발굴일 수 있다.

이미 간헐적으로 여기저기서 맥주 페스티발을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앞으로 보다 더 큰 규모이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제주하면 맥주축제가 떠오를 정도의 그런 페스티발을 창안해 보면 어떤지? 다른 곳에서도 마실 수 있는 맥주를 제주에 왔기에 한 번 더 마셔보는 그런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연계를 통해, 예를 들면 섬문화축제라든가 탐라문화제와의 연계를 통해 크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제주도 전역의 여기저기서는 작지만 알찬 소규모의 마을축제와 연계한 맥주 페스티발을 시도해 볼 수도 있겠다.

맥주 페스티발 기간 중에는 페스티발에 참여하는 세계적 수준의 다양한 맥주들을 불러와 제주도 전역의 식당과 맥주가게 등에서 수제맥주 할인행사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것도, 출제 분위기를 띄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예산의 허용 범위 내에서 맥주 할인 행사에 동참하는 식당 등에 대해 약간의 지원을 해 줌으로써 민관 상생의 길을 하나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페스티발이 관광객은 물론이고 자영업자 제주도민들도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고 싶어 하고, 그럼으로써 이득도 생기고 보람도 느끼도록 기획하고 추진해 나가야 함을 뜻한다. 특정의 축제 장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느냐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중요하게는 제주 전역에서 맥주축제에 호응하는 관광객과 제주도민들의 상호작용 확대와 그를 통한 재미와 이익 그리고 보람이 얼마나 되도록 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과의 청와대 만찬 때 국내산 수제맥주가 등장하여, 제법 수제맥주의 가능성이 열려나가고 있는 시점이다. 제주에 오면 제주산 제스피와 제주맥주는 물론이고 국내외 다양한 수제맥주들이 서로 맛으로 가격으로 경쟁하면서, 1년에 1,500만 명이 제주에서 수제맥주를 맛보고 가는 데서, 앞으로 신제품의 시장 찾기를 이태원만이 아닌 제주에서도 선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제관광지 제주가 담당해야 할 몫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제주산 수제맥주의 미래를 공기업의 제시피나 사기업의 제주맥주에만 맡겨놓는 것도, 일종의 방기이다. 청와대 만찬에서 선보인 강서맥주나 달서맥주에서 보듯이, 수제맥주는 지역과 상생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맛의 다양성을 얼마나 확보하는 가에 그 미래가 달려있다고 본다. 제주의 경우도 벤처나 청년 창업의 형태로, 더 나아가서는 특히 마을기업의 형태로 제주의 각 마을의 고유한 특성을 활용하여, 예를 들면 물 좋기로 유명한 한림의 명월이나 서귀포의 강정, 구좌의 김녕 등지에서 명월맥주, 강정맥주, 김녕맥주 등으로 각기 독특한 맛의 수제맥주를 만들어 시장에 내 보이는 다양한 접근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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