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이 치솟은 수직의 정원

길 끝에 보이는 빛은 희망을 보여주는 듯 차창 밖으로 보이는

운치있는 길은 차를 멈추게 하고

편을 가른 삼나무와 편백나무는 사열하듯 반겨준다.

석굴암은 제주시 노형동 아흔아홉골 내에 위치한

천왕사로 가는 길목 왼쪽 충혼묘지 주차장에서 1.5km로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시내와 가까운 이유도 있지만 오랜시간 걷지 않아도

산을 오르는 기분으로 편하게 다녀올 수 있고

석굴암까지는 탐방로가 잘 놓여져 있다.

탐방로 들머리에는

오를 때 등짐을 짊어져 가는 곳과

하산길에 다시 등짐을 내려 놓는 두 장소가 있다.

지난번에 쌀을 짊어지고 간 기억이 있지만 오늘은 내 등짐이 버거운 탓에

고개를 돌렸지만 올라갈 짐이 없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른다.

 

석굴암도 한라산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외래종 반입을 막기 위해 에어건(흙먼지털이기)을

이용하라는 안내글이 보인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여름 숲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한결 시원한 숲의 기운이 느껴진다.

여름의 끝자락을 알리는 듯 맴맴~매애애앰...

힘껏 울어대는 매미소리까지 시원스럽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버텨 왔을까?

등반로에는 얼기설기 뒤엉킨 소나무 뿌리들이 밖으로 드러난 채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겸손하게 만든다.

뿌리를 밟지 않으려고 빈 곳을 찾아보지만

할 수 없이 사뿐히 밟고 지나갈 수 밖에...

 

조금은 가파르고 험한 능선을 타고 오르다보면

한라산 소나무가 아래로 내려온 듯 한라산의 늘푸른 소나무는

건강한 모습으로 군락을 이루며

마법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마음을 비우고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은 겸손해지고

오붓한 오솔길과 소나무군락지 사이로 보이는 기암괴석들은

석굴암까지 가는 동안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큰 숲 사이로 걸어가는 동안 내 키가 훌쩍 커졌다.

통바람이 부는 언덕길에는
화려한 봄날을 장식했던 생강나무의 흔적

좀딱취는 아직은 이른 듯 꽃봉오리를 터트릴 준비를 하고
소나무 아래에는 사철란이 화려한 외출을 서두른다.

암자의 불경소리는 자연의 소리와 동화된다.

석굴암은 1947년 월암당 강동은 스님에 의해 창건되었는데

월암 스님이 기도처를 찾기 위해 아흔아홉골 내 선녀폭포 위쪽에 자리한 궤에서

1000일 기도를 드리고 회향하던 날,

작은새의 인도를 받아 지금의 석굴암 터를 정해서 지었다고 한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암벽에 마애명이 보인다.

협곡의 절벽 깊숙한 곳에 있는 석굴암

깍아지른 벼랑 아래쪽에 있는 암굴로 그 안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작은 암자다.

산 속 기도 도량 암자는 고요속에 시간이 멈춘 듯

계곡의 맑고 깨끗한 물소리를 들으며 잠시 머물다 간다.

기도 정진 참배중이신 불자님들을 위해 작은 소리로 속삭여달라는

석굴암 주지스님의 부탁의 안내글이 보인다

 

푸르름이 짙은 계속 아래

아름다운 자태를 선보였던 봄꽃들은 자취를 감춰버렸고

물을 좋아하는 여름 식물들이 자리를 채웠다.

석굴암의 나무다리를 오르니 쉼터가 보인다.

흙이 들려주는 자연의 숨소리, 나뭇잎이 주는 푹신한 오솔길,

긴장을 멈출 수 없는 길 위의 돌과 뿌리,

통바람이 부는 꿈꾸는 숲은

지칠줄 모르는 숨막히는 찜통더위를 잠시 잊게 해준다.

내가 머문 시간은 찰나였지만 숲은 영겁을 품었다.

바람이 잎을 흔들면 덩달아 숲은 마음을 흔들고

지친 우리에게 아무런 댓가없이 소소한 행복을 안겨준다.

초록이 반기는 숲에서 바람도 잠시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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