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현택훈/ 시인,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발간. 시집 전문 서점 <시옷서점> 대표.

<라이킷>, <소심한 책방>, <라바북스>, <딜다책방>, <북타임> 등이 있던 제주도 독립 서점은 몇 년 사이에 북카페나 북스테이까지 합치면 이제 30곳에 넘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작은 책방 순례를 계획했지만 수가 너무 많아져서 며칠 일정으로는 불가능하게 됐다. <바다의 술책>, <알로하서재>, <이듬해봄>, <밤수지맨드라미> 등 이름만 들어도 가보고 싶은 책방들이다. 여행객들이 책이 있는 공간을 찾고, 이러한 공간이 계속 늘어나는 건 왜일까?

최근에 제주시 광양 사거리 근처에 <소설 다방>이 생겼다. 북카페 형식인데 책이 모두 소설책이다. 소설을 읽으며 음료를 마신다. 최근에 만화카페가 활성화되면서 단절된 거나 마찬가지였던 만화방이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화카페를 찾는 것처럼,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설 다방>을 찾는 것이리라.

서울에서 도시인문학 서점 ‘책방 연희’를 운영하는 구선아가 『바다 냄새가 코 끝에』(북노마드, 2017)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의 부제 ‘우리가 아끼는 제주 책방 17’이 말해주듯, 이 책은 제주도의 독립서점을 다니면서 인터뷰를 하고 낸 책이다. 서울에 있는 독자들은 이 책을 보면서 제주도 책방 순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소심한 책방>은 종달리에 있는데, 농가를 서점으로 만든 점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름도 고운 종달리와 작은 책방이 어울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은 도서 공급율을 높이 잡아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게 했다는 얘기를, 제주도에서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부터 귀띔을 들었다. 종달리 마을 안쪽에 있는 <소심한 책방>을 찾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찾기 쉽다. 종달리에 가면 젊은 사람들은 거의 모두 <소심한 책방>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면 된다.

<라바북스>는 사진집을 전문으로 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처럼 매니아를 위한 가게가 필요하다. 사진집을 내고 싶은데 큰 출판사에서 내주지 않아 1인 출판사를 냈다는 사장의 이야기도 동질감을 형성하게 했다. 시, 사진, 그림이 들어간 프로젝트 동인지를 내기 위해 출판사를 찾다가 여의치 않아 출판사를 차린 적이 있는 기억 때문이다. 그 지점이 독립출판사와 독립서점이 탄생하는 지점이다. 대형 유통망을 통하지 않고 독자를 만나겠다는 마음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무대인 ‘서연의 집’에서 위미리 바다 햇살을 받으며 차를 마시면서 <라바북스>에서 구입한 여행 사진집을 읽는 것도 좋겠다.

<시인의 사랑>은 영화 ‘이중섭의 눈’을 연출한 다큐멘터리 감독 김희철이 운영하는 헌책방이다. 책방 상호는 그의 아내 김양희 감독의 영화 ‘시인의 사랑’에서 따왔다. 김희철 감독은 영화 편집을 할 수 있는 편집실을 물색하다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다큐멘터리의 특성 상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기에 사랑방 역할도 하기 위해 서점을 냈다고 한다. 영화 관련 책과 인문학 관련 책이 눈에 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책밭서점>에 도전장을 내민 <동림당 헌책방>은 아파트 지하에서 출발했다. 책이 너무 많아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들은 사장은 아파트 지하의 창고를 임대해 책에 옮겨 놓았다. 그러자 지나가는 사람이 헌책방인 줄 알고 책의 가격을 물었고, 그때부터 중고서점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입소문이 많이 퍼져 잘 모르겠지만, 처음 좋은 책들이 많아 요즘 말로 ‘득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제주도 작은 책방에는 이야기가 있다. 책방을 만들게 된 사연부터 책방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이야기가 되고 있다. 뜻하지 않게 동네책방 기능을 수행하게 되어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는 책방도 있고, 저자 사인이 들어간 책을 팔면서 북 콜렉터 들로부터 화제가 된 북카페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모아져서 또 하나의 제주 문화가 되는 거겠지. 올레 코스처럼 책방 코스를 정해서 쭉 돌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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