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온도 '32℃'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는 식을 줄 모르고

숲길을 걸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8월은 더위와 사투를 벌인다.

언제면 지나갈지 가을의 신선한 공기가 기다려진다.

 

휘어져 아름다운 안덕계곡

한라산 남서쪽 사면 삼형제오름 일대에서 발원하여

안덕계곡으로 유입된 물줄기가 황개천까지 도달하는 동안 굽이굽이 꺾이면서 거칠게 내려오는

황개천을 시작으로 안덕계곡까지 창고천 따라 생태 길을 걸어본다.

황개천(황게창)은

남제주화력발전소 동쪽 하천 일대로 원래는 포구였고

안덕계곡의 하류 계곡으로 동쪽은 감산리이며 서쪽은 화순리이다.

지명 유래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조간대여서

'가끔 누런 참게가 나타났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안덕계곡의 물줄기가 굽이굽이 꺾이면서 거칠게 내려오기 때문에

'거친 내'라 하여 '황개천'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구름모자 쓴 산방산 모습이 살짝 드러난다.

감산마을은 한라산 서남부지역에 위치한 동남쪽으로 군산과

서쪽으로 산방산, 남쪽으로 월라봉이 있는 자연생태우수마을로

깍아지르는 듯한 벼랑과 창고천 하류에 형성된 계곡미를

느낄 수 있는 안덕계곡을 끼고 있다.

개끄리민소는

화순리 황개천 중류의 쇠머리동산 절벽 아래에 있는 

그 깊이가 매우 깊은 곳으로 소(沼)의 동단은 암벽 아래를 깊숙이 밀고 들어가 있다.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동굴형 돌개구멍이 보인다.

목장지에는 뜨거운 햇빛과 간간이 불어오는 작은바람에

춤을 추는 듯 여름꽃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났다.

길 한복판에 쓰러진 아까시나무

허리를 굽히고 낮은 자세로 지나가는 뒷모습이 아름답다.

'도막은소' 동북쪽 절벽에 웅장한 바위 셋이 서 있는데

바위 옆모습이 마치 장군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겨울과 봄에 오리들이 찾아오는 물(沼)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계곡에는 초여름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참나리'는 흔적을 남기고

그 자리에는 수줍은 듯 '제주상사화'가 고운자태로 이어달리기하고

계단 아래에는 '나도생강'이 홀로 피어 잠시 쉬어가게 한다.

월라봉이 눈 앞에 버티고 있다.

월라봉(다래오름)은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에 위치한

표고 200.7m, 비고 101m로 말굽형을 지닌 복합형 화산체이다.

오름 모양새가 마치 달이 떠오르는 것과 같다고 해서 월라봉(月羅峰),

오름에 다래나무가 많이 자생해서 다래오름이라 불린다.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된다.

 

제주올레9코스이기도 한 생태 길에는

칡과 사위질빵 등 덩굴식물들이 얼기설기 뒤엉켜 길을 겨우 찾을 정도이고

그늘도 없이 뙤약볕이 계속된다.

얼굴과 등줄기에 쉴 새 없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다.

파란하늘과 솔빛바다의 어울림은 잠시 쉬어가게 한다.

산방산으로 도망간 산방덕이가 돌이 되고

산방굴 천정에서 떨어지는 약수가 '산방덕이'의 눈물이 되었다는 산방산 여신(산방덕이)과

고승과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 산방산

수면 위로 반쯤 올라온 악어 모습을 빼닮은 송악산이 작게 느껴진다.

하늘을 가리는 키 큰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은 잠시지만 작은 행복을 느낀다.

안덕계곡은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마을 앞 계곡으로

천연기념물 제377호 안덕계곡상록수림지대로 지정, 보호하고 있고

감산천계곡, 창고천계곡이라고도 부른다.

조면암으로 형성된 계곡의 양쪽으로  

고색창연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계곡 양쪽 기슭에 상록수림 등이 울창한 고목림을 이루고

300여종의 식물과 하층식물인 양치식물이 서식하고

희귀식물인 담팔수, 제주상사화 등이 자생하고 있다.

평평한 암반 바닥에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멋스런 운치를 자아내며

군데군데 있는 동굴들은 선사시대의 삶의 터전으로 알맞았을 것으로 보인다.

구전에 의하면 고려조 목종 10년에 하늘이 울고 땅이 진동하면서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게 끼더니 이레만에 '군산'이 솟아오르고

이 일대에서는 계곡이 패었다고 전해진다.

안내글 내용이다.

탐라시대 후기 제주도의 야외정착 주거지외에

화산지형으로 만들어진 소위 '엉덕'과 동굴이 당대 주민의 주거지역으로

육지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주거형태이다.

안덕계곡을 빠져나오니

제주유배길 사색의 길(3코스)이 보인다.

좋은물을 얻기 위해 추사 김정희선생님이 다녔을 이 길이 새롭게 느껴진다.

 

여름의 끝자락인데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한층 높아진 하늘이지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기다려지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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