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래형 도립도민대학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미 있는 제주대학교나 잘 하라고 하는 분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굳이 미래형 도립도민대학 얘기를 꺼내는 데에는, 몇 가지 사유가 있다.

우선, 제주도가 2016년 6월 415억 9,500만원을 들여 옛 탐라대 부지를 인수한 걸로 알고 있는데, 1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아무 대책 없이 지나는 걸 보면서, 무언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그간 중국 베이징 영화학원의 의향서, 유엔식량농업기구의 세계수산대학 유치 등 나름의 활용 방안을 찾아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어떻든 현재는 그냥 방치되어 있다. 그렇다면 부지 31만 2,217 평방미터 부지와 건물 11개 동의 활용 방안을 찾아보는 데 도민의 의견을 모아보자는 건 당연한 일.

두 번째로, 옛 탐라대 부지에 왜 도립도민대학인가? 이는 고충홍 도의원이 지적한 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도립전문대학이나 전문대학원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면, 마냥 외부로부터의 대학 유치에만 목매달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 이미 각 지자체별로 충남, 경북, 전남, 충북, 강원, 경남 등 8개의 도립대학이 존립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에서도 국제자유도시-세계평화의 섬-특별자치도-세계환경수도 등 굵직한 대형 국책사업을 시행함에 있어서 그에 필요로 하는 인재 발굴과 양성을 제주도립도민대학으로 추진해 보는 건 어떤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문제는 미래형 제주도립도민대학은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이며, 그에 소요되는 재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정교한 청사진은 있는가이다. 이와 관련 도립도민대학 청사진은 어느 한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질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될, 집단지성의 종합적 작품이어야 함을 먼저 지적해 두어야 하겠다. 그럼에도 시작의 반이라는 측면에서 몇 가지 필자 나름의 아이디어를 개진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도립도민대학의 모델은 이른바 혁신대학이라 일컬어지고 있는 ‘미네르바 스쿨’에 두고 있다.(혹 미네르바 스쿨을 처음 들어보는 분은 인터넷에 들어가 보다 자세히 나와 있는 설명을 보시길) 미네르바 스쿨의 혁신성은 학생 모두가 5대양 6대주에 존재하는 기숙형 캠퍼스에서 온라인 강의와 현지 체험으로 4년의 대학생활을 한다는 데에 있다. 여기에 도립도민대학은 60세 전후에서 각 분야별로 퇴직해 나오는 숱한 전문가들의 역량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저비용 고효율의 대학 운영체계를 지향한다. 이는 기존의 선단식 대학으로는 할 수가 없다. 후발주자로서 제주도립도민대학은 가능한 한 학교 운영에 있어 저비용의 경량화와 소형화, 학생 전원 해외기숙형 체험 중심과 토론중심형 교육, 그리고 강사의 계약제와 재능기부 활용 등을 통해 새로운 대학문화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자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다른 지역의 도민대학이나 기존의 대학과는 달리 인공지능과 인터넷-스마트폰 시대에 부응하면서 진정으로 글로벌 시대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예형 도민대학을 키워 나가보자는 것이다. 8학기 가운데 최소 6학기는 예를 들면, 일본, 중국, 미국, 독일, 호주, 싱가폴, 서울 등지로 파견하여 그 곳에 만들어진(혹은 임대한)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현지 대학과 현지 기업-공공기관-시민사회단체 등과 교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한편으로 강의는 실력 있는 현지 전문가에게서 직접 또는 영상으로 강의 듣고 배우는 그런 시스템으로 대학을 운영해 보자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예견하는 것처럼, “빅데이터와 기계지능의 발달로 하루 최대 4시간, 1주일에 4일만 일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서 외우고 셈하는 교육으로는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서, “최대한 많은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기존의 선단식 대학 운영 시스템으로는 많은 체험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쉽지 않고 또 100% 기약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직접 외국에 나가 현지에서 다른 문화를 접하고 다른 삶을 경험해 보노라면, 마윈이 강조한 바,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방식” 또는 남다른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해외 기숙형 캠퍼스를 갖춘 도립도민대학 설립을 적극 제안하게 된 것이다.

제주도민이면 누구든 신청-추첨으로 직접 외국에 나가 경험을 닦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문제는 외국어 실력인데, 이는 옛 탐라대 부지에 마련된 기초학부에서 외국어와 현지 국가의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글로벌 전문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 및 기본적 전공 지식 등을 사전에 갖추도록 준비 시켜 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외국 캠퍼스에 나가기 전 8학기 중 1학기 또는 2학기를 도립도민대학 옛 탐라대 부지 캠퍼스의 기숙사에서 거주하면서 소용되는 비용은 제주도가 전적으로 부담하기로. 돈 문제라면, 도립도민대학이기에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 판매대금을 여기에 4년만 딱 눈 감고 써 보자고 도민에게 호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외국에 나가서 소요되는 비용은 수익자 부담으로 하기로 하고, 돈이 부족하면 현지에서 인턴 등을 섭외해 주는 게 해외 기숙형 캠퍼스의 운영 담당자들이 할 일. 해외 거주 제주도민들의 애향심을 활용하여 도민대학 학생들과 해외 제주도민간의 자매결연을 맺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해외 유학을 장려하는 데 도립도민대학의 목적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주도정이 보증을 서서 일정한 학자금을 대출받아 해외 캠퍼스 생활을 하도록 해 줄 수도 있다.

70-90년대 필자처럼 국내에서만 공부하는 것은 20세기로 끝났다. 요즘처럼 4차 산업혁명이 운위되는 21세기의 2020년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데, 20세기적 수준의 안분지족적인 마인드로 그저 제주도내에서만 지내는 대학생활로는 글로벌 인재가 되기에는 역부족이 아닐까. 몇몇 뛰어난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제주도립도민대학은 도립대학보다는 ‘도민대학’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국립대학이 교육부의 것인 아닌 것인데도 마치 교육부(그 뒤에는 청와대)의 것인 것처럼 마구 개입하고 길들이고자 한 지난날의 국립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할 것이다. 67만+30여만 제주도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로 제주도가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인재를 우리 손으로 직접 키워 나가자는 데에 도립도민대학의 취지와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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