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양재 (李亮載) / 20세 때부터 고서화를 수집한 민족주의 경향의 ‘애서운동가’로서, 서지학과 회화사 분야에서 100여 편의 논문과 저서 2책, 공저 1책, 편저 1책 있음. 현재 ‘포럼 그림과 책’ 공동대표, ‘고려미술연구소’ 대표.

제주도의 인적 자원, 즉 현재의 인재군(人才群, 人力pool)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제주도의 인재군은 인구수와 비례할 것이기에, 우선 2017년 7월 현재 제주도 인구 수를 보면, 약 671,079명이다. 그중 약 650,190명이 내국인이고, 20,889명이 외국인이다. 제주도청이 공개하고 있는 제주도의 인구현황은 아래와 같다.

그런데 이 통계는 오래 전부터 제주에 살고 있는 거주민과 최근에 입도한 제주인의 수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 두 숫자가 분리 통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제주는 궨당이라는 관념이 강하여, 이를 구분하여야 도내 정치권력의 향방을 다소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현재 제주 도민의 40% 정도는 1950년도 이후부터 현재까지 입도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로 판단된다. 당시 입도한 사람들 중에는 호남 출신이 특히 많다.

씨족(氏族), 즉 본관(本貫)으로 볼 때, 원조 제주인은 성씨가 없던 구⦁신석기시대의 원주민이었고, 원 제주인은 고을나-양을나-부을나 삼성인(三姓人)의 후예들이다. 고양부 삼성 토착 씨족 이외에 본관이 있는 성씨들은 빠르면 고려말/조선초에, 늦으면 조선말기에 들어 온 입도인들의 자손이다. 즉, 대다수의 제주인 행세를 하는 양고부 이외의 부계(父系) 성씨들은 하나 같이 탐라국의 자손이 아닌 것이다.

작은 섬 안에 사는 제주민들은 제주에서 태어났거나 제주인과 혼인을 맺은 혈연적 관계에 있다. 그 혈연적 관계가 얼키고 설켜 씨족 마을의 연합적 지연적 공동체를 이루고 그것이 궨당으로 작용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 궨당에 학연의 지엽적 공통분모가 대입되어 세력을 더욱 세분화하고 강화시키고 있다.

제주에서 흔히들 말하는 ‘육지껏’은 제주의 최근 입도인을 지칭한다. 필자가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해 와 ‘육지껏’이 될 때, 친지들은 제주의 배타성을 말하며 적지 않게 걱정하였다. “입도인들도 입도한 연도를 따진다나 뭐라나...” 그런데 필자의 지난 8년간의 경험을 회상해 보면 ‘양고부’ 삼성 후손이나 제주 토착민들로부터 크게 배척당하거나 외면된 적은 없다.

조선말기의 제주 호구수, 특히 조선강점 이전 1910년까지의 제주 인구수, 해방된 1945년도의 인구수,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도의 인구수, 그리고 1980년도까지의 인구수, 2015년도까지의 인구수를 연장선상에서 검토하여 보면, 중요한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1930년도 세대수와 현재의 도민수를 아주 단순히 대략적으로 검토해 보자.

1934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의 성]이라는 책(日文)에 의하면, 1930년 조선의 성씨(姓氏)는 총 250성씨에 3,821,496세대가 있었고, 제주에는 총 90성씨에 50,534세대가 있었으니, 제주의 세대수는 전체 조선 세대수의 1.32%가 조금 넘었다. 국가통계를 보면, 해외동포를 제외하고 2015년 현재 남북한 합하여 약 7600만이 넘는다. 여기에 1.32%면, 약 100만명이 좀 넘게 나온다. 만약 제주에 4⦁3학살과 한국전쟁이 없었다면, 현재의 제주 도민은 650,190명 보다는 35만명 정도가 더 많았어야 할 것이다.

우리 근대사의 비극의 여파로 인하여 도민 100만명도 안 되는 650,190명의 제주. 한 나라를 움직이는 핵심층을 5%로 볼 때, 32,510명 정도가 제주를 움직이는 핵심층이다. 그러나 제주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종교를 움직이는 도민이 32,510명이라면, 너무나 적지 않은가? 게다가 그것도 여⦁야와 좌⦁우 그리고 궨당⦁입도인, 종파(宗派) 등등으로 배타성을 가지고 나눈다면, 정치권력과 사회 문화 경제 종교의 구름 위 집단은 4천~5천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 인력풀로 제주가 발전할 수 있을까? 과거처럼 도백이 우매한 독재적 정책을 펴도 그것을 바로잡을 인력풀이 나올 수가 없다. 따라서 필자는 제주 같은 특별자치도에서는 구름 위 집단이 땅으로 내려와 여⦁야와 좌⦁우 그리고 궨당⦁입도인, 종파와 상관없이, 적어도 도민 120만명이 되기까지는 협치(協治)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최근 제주로 입도한 막내 ‘육지껏’들 중에는 쓸 만한 인재들이 많다. 도에서는 배타성을 버리고 모든 도민들을 아우르는 협치의 인력풀을 최우선으로 확보하여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여⦁야는 제주도의 정상적 운영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제주호(濟州號)가 마냥 이대로만 무사안일로 나가다가는 이미 시작된 ‘제4의 물결’에서는 난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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