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허영준(許榮俊)/ 제주 대정출신, 서울시 초대공보관, 이사관, 수필가, 시인 풍시조문학상(2012) (현)제주국제협의회 부회장, 가락회보 편집장

제1,2기 제주문화학교를 수료했다. '제주문화사랑에 함께 할 것을 기념하는 뜻'을 담은 수료증도 두 번이나 받았다.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서울센터가 주관했다.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옆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 80(1기 40명)명이 수강했다. 대부분 제주를 동경하는 서울의 젊은이들이다.

-서울에서 제주문화를 본격 탐구하다. - 개설 취지는 이렇다. 단순 관광지를 벗어나서 제주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사람, 제주에서 잠시라도 살아보거나 이민을 희망하는 사람, 섬과 해양문화의 원형에 깊숙이 들어가려는 사람, 제주문화 콘텐츠로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집했다.

서울에서 제주문화를 들을 수 있으니 소중한 기회였다. 강사는 제주대교수를 비롯 도내 관련분야의 인사들이 맡았다. 제주에서 몸소 체득한 현장 문화를 서울에서 전달하고 호소하는 강사의 열정은 향토애를 북돋아주기에 충분했다. 교재는 나의 지식이나 경험보다는 훨씬 농축된 내용들이었다. 간추려 소개하는 뜻은 이를 공유하는데 의의가 있다 하겠다.

미래지향의 제주정신은 무엇인가? 제주 정신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면면히 흘러온 제주인들의 삶과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다. 제주 정신은 제주섬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엿볼 수 있는데, 그 요체는 '진취적이고 개척적인 공동체성, 대동정신, 자율과 자치정신'이라고 하겠다. 공존의 정신이야말로 21세기 새로운 제주사회의 비전과 밑거름이 될 것이다.(박찬식의 '역사로 읽는 제주정신').

제주도는 풍토(風土)라는 낱말의 뜻이 어느 곳보다 절실하게 감지되는 곳이다. 본토와는 바람과 흙의 맛이 달라서 그렇다. 마파람, 갈바람, 샛바람 등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오는 바람들, 그리고 몇 차례 태풍과 겨울철의 하늬바람, 검고 부석부석한 흙만으로 제주를 이야기하기에 족하다. 제주 주거의 무문(無門)문화는 민주공동체의 마지막 흔적이다. '정낭'에서 이웃 간의 의사와 사생활을 배려하고 공동체의 미풍양속을 독해하여 내어야한다.(김석윤건축가의 '제주의 건축- 전통과 현대')

제주도는 관광이라는 산업적 차원에서 동북아시아의 중심지로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이주하여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예술가들이 창작과 소통의 거점공간으로 제주도를 선정하고 있다. 도내에 산재한 뮤지움과 갤러리, 창작공간 등의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다. 제주도가 동북아시아 평화공존이라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예술 네트워크의 허브로서 문화적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하여 꿈틀거리고 있다.(김준기의 '동북아시아 예술 네트워크').

제주는 1만 8천 신(神)이 산다는 '신들의 고향'이다. 신들의 내력을 담은 신화가 많이 남겨져 있어서 신화의 수도라고 할 만하다. 그리스-로마신화가 기록된 것으로 최고라 하면, 제주섬의 신화는 구비전승(口碑傳承)되는 것으로 최고라 할 만하다.

제주의 신화는 말과 노래 속에 살아 있다. 무당(심방)의 노래 속에 신들의 내력을 담은 이야기가 살아 있다. 곧 서사무가(敍事巫歌)라 해야 한다. 서사무가의 가치와 의의를 새롭게 탐색해야 한다. 제주의 독자적인 문화를 통해 제주인이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역사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허남춘교수의 '역사문화로 읽는 제주정신')

탐라 및 제주를 해양문명사적으로 연구하는 작업은 제주를 '육지에 딸린 섬'이 아닌 주체적 활동을 지닌 섬으로 재조망하는 작업과 일치한다. 한반도에 딸린 섬으로서가 아니라 남방으로 진출한 북서태평양의 일원으로서의 제주도라는 입장에 선다면, 제주의 위상 자체가 달리 보인다. 이제껏 육지와의 비교분석이란 고정 잣대에서 벗어나 북서태평양 해양문명권 전체와의 비교분석이란 개방적인 시각으로 '제주바당' 연구의 시각이 열려져야 할 것이다.(주강현교수의 '탐라와 제주의 해양문명적 성찰').

제주문화를 수강하면서 고향 제주섬은 화산의 섬, 바람, 돌의 섬, 잠녀, 귤. 곶자왈, 테우리, 삼촌의 섬, 우영팟, 신들의 섬, 표류의 섬, 해금(解禁)과 유배의 섬, 탐라와 몽골의 역사, 보배로운 섬이다. 수료식에서 "제주도는 화산섬입니다. 또한 탐라시대부터 이어진 오랜 역사의 섬, 산과 바다가 아름다운 생태의 섬입니다. 전통문화가 남아 있는 민속의 섬이자 민란과 평정이 거듭된 반란의 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책자에서 이와 같은 역사-문화적 실체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주문화를 원형질에 근접하는 인식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문화학교 수료생들이 출생지는 서로 달라도 제주의 꿈을 저마다 간직해 주었으면

한다. 제주문화는 곧 제주관광을 대변한다. 앞으로 서울 제주문화학교가 계속 개설되어 제주문화를 알리고 사랑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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