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무원들의 사회

정치인의 생명력은 한시적이다. 그들의 생명은 오직 권력을 향한 열정 안에서만 자라난다. 여러가지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치인들의 목적은 권력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 그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목적은 권력 그 자체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정치인은 악마와 손을 잡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선 정치 현장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들이 권력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하나다. 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는 인류 사회에서 지배를 정당화하는 근거를 세 가지로 들었다. 신성화된 관습의 권위, 비범한 개인의 자질, 그리고 합법성에 의한 지배가 그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에 지배자는 오로지 신에 의해 선택된 신성의 권력을 지녔다. 근대적 권력은 신성성과 개인의 자질보다는 합법성에 의해 지배의 정당성을 가진다. 관료제도는 제도화된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권력 동원의 수단이었다. 런던 정경대 교수인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현대사회를 최악의 관료제와 최악의 자본주의가 결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면서 시장이 관료제의 경직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오히려 시장의 자유가 더 많은 규제와 관료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인류학자의 관료제 유토피아 사회에 대한 비판은 지금 우리 사회에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1호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다. 복지 분야 등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공공 영역의 일자리를 만들어 복지와 일자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행정기구 정원 조례를 개정해 소방과 사회복지 분야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당장 늘어나는 일자리는 소방분야 100명, 사회복지 44명이다. 현재 제주도 지방공무원 정원은 5412명. 소방공무원을 늘려 응급 구조활동에 투입하고 119센터 인원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자치경찰 공무원도 현재 130명에서 137명으로 늘어난다. 늘어나는 인력으로 사회복지 사각지대가 줄어든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제주도가 밝힌 비용추계에 따르면 당장 2018년에만 92억3800만원, 2021년에는 100억3600만원이 인건비 지출이 늘어난다. 퇴직급여까지 감안한다면 재정부담은 더 커진다. 그동안 제주도 공무원 인건비 규모는 2014년 5429억원에서 2016년 6148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공무원들이 늘어난만큼 행정 합리성과 효율성, 그리고 대민 서비스가 나아진다면 크게 문제가 될 일 아니다.

하지만 제주지역사회에서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이번에 인원 증원 대상이 된 소방분야만 보더라도 소방장비 납품 비리가 터져나왔다. 참고인 조사를 받던 소방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공무원들의 음주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2월에도 제주도청 산하 사업소 소속 공무원 2명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 2015년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제주도는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14위였다. '제주도 공무원 청렴도 꼴찌'라는 불명예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가뜩이나 제주 사회는 공무원들의 영향력이 크다. 전임 도정인 김태환, 우근민 지사 시절에는 '조직을 배신하면 죽는다'는 일명 '조배죽' 건배사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바 있다. '김비어천가' '우비어천가'를 부르며 도민보다는 승진이라는 열매만 탐했다. 공공 복리보다는 지사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돌격대가 되어 온갖 편법을 저질렀던 당사자들은 지금도 각종 연금 혜택에, 공직에 있을 때 맺어놓은 인연으로 이런저런 민간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MBC 등 과거 정부의 방송 장악 문제를 다룬 영화 <공범자들>에서 최승호 감독이 했던 혼잣말처럼 '정말 잘들 살고 있다.'

2. 오로지 '지사님'

30년만에 대중교통 체계가 바뀌면서 도민 혼란이 크다. 버스노선도, 버스정류장도, 우선차로제도 모두가 혼란스럽기만 하다. 온라인에서는 '버스 이용이 오히려 불편해졌다', '배차 간격이 더 늘어났다'는 불만으로 넘쳐난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버스 이용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버스 정류장 곳곳에 안내 봉사자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그들조차도 두터운 책자를 뒤져가면서 안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들이 애꿎은 화풀이를 연일 들어야만 하는 그들도 고역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도는 대중교통 이용객이 늘어났다는 자화자찬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버스를 탈때마다 행선지를 물어야 하는 도민들과 기사들의 불편은 아랑곳 없다.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는 제주도청 공무원들의 홍보성 멘션들이 넘쳐난다. 대중교통 개편으로 인한 불편은 그저 감수해야할 일이라는 식이다. 대중교통 '혁명'을 위해서는 익숙하지 않는 불편을 참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도민들은 가르쳐야 할 대상이라는 행정의 오만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민이 아니라 오로지 '지사님'만을 위한 그들의 자가당착은 행정에 대한 불신만을 키울 뿐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공무원들이 많다면 공공기관 인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도민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제주도는 오로지 '지사님'의 심기만 살피는 '영혼없는 공무원'들로 넘쳐난다.

말로는 청정과 공존을 내세우지만 축산 폐수 하나 제대로 단속 못하는 것이 지금 제주도 행정의 현실이다. 무능하고 무책임, 무소신의 '삼무 공무원'들로 넘쳐난다. 그들에게 도민은 아랑곳 없다. 오로지 줄 잘서서 출세만 하면 그뿐이다. 사무관, 서기관 달고 동네에 축하 현수막 거는 게 목표인 그들을 보면서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는 데에 박수를 칠 도민들이 과연 몇명이나 되겠는가.

3. 몰락의 징조

몰락의 징조다. 이번 대중교통 개편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졸속 행정이다.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겠다면서 전기차 지원 예산은 확대하는 정책이 모순이라는 사실에는 눈감는다. 늘어만 가는 렌터카는 그대로 둔 채 오로지 도민들의 불편을 담보로 정책을 밀어부치는 '과감성'은 정치인 원희룡이 이명박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장과 개발에 대한 근본적 성찰도 없는 실패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맹신이 정치인 원희룡의 몰락을 부채질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 쓰레기에서 시작된 아집은 대중교통 개편에서 그 정점을 찍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대중교통 전면 개편이 제주의 명물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오판이다. 정치인 원희룡은 이제 끝났다. '죽거나 나쁘거나' 내년 6월 원희룡 지사가 받게 될 성적표는 이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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