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6일 제주도 대중교통체계개편이 되면서 제주도내 버스들도 외부를 새단장했다.

그러면서 도민과 관광객에게 제주도를 어필할 수 있는 문구를 고민해왔다. 이에 이번 제주버스 랩핑의 디자인을 맡았던 현대카드에서 버스 뒷편에 들어갈 문구를 제안했다.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어요"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는 "모두가 함께 가족이며 이웃이라는 개념으로 '어울림'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이 문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런데 이 문구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문구를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물론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부 네티즌은 "버스 뒤에 적힌 문구가 너무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다른 네티즌도 "앞 차의 슬로건이 마음에 와닿는다"고 올리기도 했다.

제주시에 사는 박 모씨는 "모두가 함께 하는 이웃이라는 의미로 쓴 것 아니겠느냐"며 "오해의 소지는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뜻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NS상에서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황당하는 의견도 더러 보였다. 또다른 네티즌은 "어색 어색"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뜻이 너무 중의적이고 모호해서 의도가 금방 들어오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았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너무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단다. 관광객들도 무슨 뜻인지 몰라 오해하는 일도 더러 있었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관광여행을 온 김 모씨는 "아기가 타고 있어요를 바꾸어서 쓴 것 같은데 제주도민을 아이처럼 다뤄달라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도 교통항공국의 관계자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주도민만 타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버스 타기를 망설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며 "어제부터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문구 붙이는 것을 일단 중지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뜻을 이해하는 분들은 아무말 없이 다니시지만 양면성이 있다보니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의 목소리가 크게 나오는 것 같다"며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에서 시작한 "~가 타고 있어요"는 배려와 양보의 의미로 많이 유행하는 말이다.

하지만 의미가 모호해서 "어쩌라고?"라는 의문을 일으키는 문구기도 하다. 

실제 미국에서 시작된 'Baby on borad'는 교통사고로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차에 아이가 타고 있으니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는 의미로 미국 유아용품 회사가 스티커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언뜻 눈에 보기 좋아보여도 진짜 뜻을 제대로 알아야 정말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

"제주도 이웃이 타고 있어요"를 만든 뜻이 좋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글을 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를 돌아보면 결론은 '모호'하다.

모두가 함께 가족이고 이웃이라면 그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실제로 행동할 수 있는 문구가 중요하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고 하듯 말 한마디에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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