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천우/ SK상사 임원, 국회의원 보좌관, 제주도 수출진흥본부장, 제주도의회 전문위원 역임

한국에서 운전면허 딴 지 얼마 안 되어 영국으로 주재원으로 파견되는 바람에 장롱면허를 면하고 운전을 해야만 했다. 국제면허로는 한계가 있으니 영국 라이선스를 따야 한다.

영국 하면 실용주의라고 일컬어지는데, 이론과 실기를 실용적으로 점검한다. 시험 장소에 도착하면 시험관이 나타나고, 내 차(실제로는 내 소유가 아니고 학원 차량이다) 로 이동한다. 가는 길에 시력 테스트 한다. 주차된 차량 번호를 읽어보라고 한다. 상점 간판도 읽어보라고 한다. 걷는 서늉을 보고 몸이 건강한지도 점검한다. 운전대를 잡으면 시험관이 조수석에 탄다. 시험관이 ‘출발’이라고 외치면? 바로 출발하면 감점이다. 시험관이 안전벨트를 매지도 않고 출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잠깐, 안전벨트를 매주세요. 라고 말하고 시동을 켜야 한다. 이론은 하이웨이 코드다. 기본은 미러~ 시그널~ 머누버~ 이다. 거울 먼저 보고 신호 켜고 작동을 해야 한다. 미러~ 시그널~ 머누버~ 는 귀에 닳도록 듣는다. 안전운전의 기초이다. 영국에선 skillful driving이 아니라 careful driving을 요구한다. 교통사고 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careful driving을 하도록 운전 초기부터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영국 길은 좁다. 좁은 길에서 메인도로로 나가려면 멈춰서서 양보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길을 나서면 편도 2차선도로가 대부분이다. 한 줄 주차로 주차되면 하나의 차량만 통행 가능한 길이다. 두 차가 마주칠 때, 상대방이 하이 빔을 켜면? 그가 양보한다는 의미다. 나 보고 먼저 가라는 것이다. 한국과는 완전 반대이다. 한국에선 ‘내가 갈 터이니 너는 꼼짝말아’이다. 영국은 ‘내가 기다릴테니 당신이 먼저 가라’이다. 그러면 지나치면서 고맙다고 깜빡 깜빡해 주면 된다.

영국엔 곳곳에 라운드 어바웃(회전교차로)이 많다. 보통은 4거리이지만 3,5,6 거리도 있다. 진입하기 위해서는 (영국은 차량이 좌측통행이기 때문에) 좌회전 하려면 좌측 깜빡이를, 그 이외엔 우측 깜빡이를 켜야 한다. 회전교차로에선 돌고 있는 차량이 우선이다. 차선 변경 시 신호등을 켜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에 좌 우 깜빡이를 상황에 맞게 켜기만 하면 된다. 차선 변경이 필수이기 때문에... 회전교차로 나가기 전에는 좌측 깜빡이를 켜야 한다.

제주에도 회전교차로가 많다. 한국은 우측 통행이기 때문에 우회전하려면, 우측 깜빡이 켜고 진입 후 우회전하면 되고, 직진 좌회전 유턴 하려면 좌측 깜빡이 켜고 진입 후 차선 변경 시마다 적절히 우측 깜빡이를 켜면 된다. 깜빡이를 게을리하면 뒤에 가는 차량이 헷갈린다. 제주에서는 깜빡이 켜지 않는 차량이 대부분이다. 일반도로에서 차선 변경 시 좌우측 깜빡이 켜는 건 기본인데~ 기본만 잘 지키면 된다. 깜빡이 잘 켜기 캠페인이라도 벌이면 좋겠다.

라운드 어바웃이 편리한 점은 길을 잘 모르고 놓쳤을 때 조금만 가면 다음 라운드 어바웃이 나오니까 거기서 유턴하면 돌아온다. 이국 땅에서 네비도 없을 때 길 놓치기는 비일비재하다. 급정거해서 급좌우회전 하지 않아도 된다. 틀리면 돌아오면 되기 때문이다.

라운드 어바웃이 편리한 점은 또 있다. 회전 차량 우선이기 때문에 교통량 많은 곳이 우선 주행한다. 물 흐르듯이 교통체증을 해소한다. 회전 중인 차량에게 양보만 잘 하면 된다. 머리 디밀기 새치기를 지양해야 한다. 회전 중이니까 당연히 감속도 하게 된다. 양보와 ‘미러~ 시그널~ 머누버~’ 원칙을 주입시키고 습관화 함으로써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도 줄이고 원활한 교통흐름이 이루어 지길 바란다.

‘미러~ 시그널~ 머누버~’ (mirror signal maneuver) 백미러 사이드 미러 다 보고나서 시그날 주고 그 후에 작동하라는 것이다. 그게 안전하다. 살피고 나서 직진이든 좌우회전이든 유턴이든 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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