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백승주 박사/ 서귀포시 대정읍 출신으로 재경 대정포럼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려대 지방자치법학연구회장과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최근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주자치도의 제도적 완성’을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자치도가 소위 ‘환경세’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 학회에 용역비 7천만 원을 들여 ‘환경보전기여금’부과의 타당성 조사 용역을 의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는 이르면 내년에 4월에 나올 것이다.

주된 핵심과제는 제주 방문객 등에게 환경보전기여금을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와, 부과가 가능하다면 얼마를 부과해야 할지에 대한 실제 부과기준 등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 용역은 ‘제주 자연가치 보전과 관광문화 품격 향상을 위한 워킹그룹’의 권고안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최근 제주지역은 국내외 투자자들에 의한 위락관광시설 개발과정 또는 관광객들의 세련되지 않은 행위 등으로 인해 환경파괴와 오염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수하여 건축쓰레기, 생활쓰레기, 오·폐수 등도 대량 방출됨으로써 환경보전 비용 지출에 따른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논란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자, 즉 시설사업자나 방문객 등에게 환경보전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한술 더 떠서 제주도는 방문객들이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에 찬성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 근거로 2016년7월 제주발전연구원이 제주방문 관광객을 대상으로 환경보전기부금 부과’에 대한 찬반을 물었더니 69.7%가 찬성했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법학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헌법위배, 거주이전의 자유의 침해, 형평성 문제 등의 이유를 내세워 대체적으로 이의 도입을 부정하는 추세다. 그 논의 및 입법 절차 또한 산 넘어 산이다. 필자 또한 법학자로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펑펑 아까운 재정을 써가며 무리수를 둘 계제는 아니라고 본다.

첫째, 법학적으로 환경세나 탄소(炭素)세 등 소위 ‘환경부담금’ 제도를 도입·시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데 있어 적용되는 법리(法理) 중 하나가 공동부담원칙이다. 이는 예컨대 제주환경문제에 관계되는 모든 주체, 즉 국가·자치단체·역내 생산자 및 소비자 등이 제주지역 환경오염의 방지 또는 감소 및 제거를 위한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게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환경파괴 또는 오염 등이 발생하였으나 구체적인 상황에서 원인(제공)자부담 원칙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이 공동부담원칙은 환경오염문제 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해결 원칙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환경파괴 또는 오염 등에 대하여 환경부담금을 징수하는 근거로 원인자부담 원칙을 적용할 경우에는 예상외로 복잡하고 난해하기 그지없는 많은 갈등상황이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손쉽게 관광객 등에게 원인(제공)자부담 원칙을 적용하여 환경부담금을 부과시킬 경우 구체적 상황에서 환경파괴 또는 오염 행위 또는 기여도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순위가 매겨지더라도 그에 따라 공평한 부담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등 현실적으로는 매우 난해하고 예측불허의 어려움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만약 제주행정이 이런 문제 등을 전적으로 도외시하고 용역 결과에 따라 환경부담금 제도를 무리하게 도입·시행하는 경우,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커질 우려를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단정하고 싶다.

특히 단지 환경재원을 간접세 형식으로 쉽게 부과·징수하겠다는 제주도의 안이한 정책적 목적만 부각됨으로써 비난의 대상이 될 것임은 물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할 개연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환경부담금을 부과할 정도로 제주지역관광이 국내외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터라면 더욱 그런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투자자나 도민에 대한 환경부담금 배제 근거 또한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셋째, 이처럼 특별세 형식으로 환경비용을 전가시키려 시도하기보다는 정부 또는 제주도 차원에서 공동부담 원칙에 따라 환경예산을 증액 조치하여 사용하는 것이 보다 순리적이지 않은가 생각한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는 도지사의 관광우선 정책에 따라 관광시설개발 붐이 조성되고 있고 관광객 유입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세수확보도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재원은 시설사업자 및 관광사업자로부터 거둬들인 세수의 일부를 공공복리 증진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는 당위성, 더 나아가 미래세대에게 쾌적한 환경자산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책무성에 비추어 해마다 일정금액을 예산으로 편성하여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는 아니다.

넷째, 또 하나 특별히 고려할 수 있는 것으로는 집단원인(제공)자부담 원칙에 따라 환경비용을 갹출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환경오염을 발생하게 하는 집단(협회, 단체 등)으로 하여금 단체 소속 구성원들이 십시일반 갹출한 금원을 재원으로 해당 집단 전체의 부담 하에서 환경오염 제거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원인(제공)자부담 원칙에 가까운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컨대 제주지역 내 양돈 산업으로 인하여 환경오염이 심히 유발되는 경우라면 양돈 산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갹출한 금원을 재원으로 양돈단체가 환경개선(회복) 비용을 부과하는 경우나 아니면 제주역내 시설개발업체의 단체 또는 관광단체 등이 그 구성원들이 갹출한 재원을 사용하여 환경개선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를 예정해 볼 수 있다. 이 원칙은 현실적으로 기금의 형성을 전제로 할 경우 그 유용성이 부각될 수 있다. 이의 구체화된 제도로는 예컨대 미국의 ‘슈퍼펀드(superfund), 즉 공해방지 사업을 위한 대형기금’ 제도 등을 들 수 있다.

생각건대 이처럼 환경부담금 부과문제는 전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여차하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큰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 더욱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관광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균형산업 정책을 시행하거나 관광객 수용총량제와 같은 환경파괴 또는 환경오염 원인 자체를 점진적으로 최소화 시켜나가는 전략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라면 그 차선책으로써 국가·자치단체·역내 생산자 및 소비자 등이 제주지역 환경오염의 방지 또는 감소 및 제거를 위한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입장에서 환경부담금 제도를 대체하는 발상의 전환이 무엇보다 요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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