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양재 (李亮載) / 20세 때부터 고서화를 수집한 민족주의 경향의 ‘애서운동가’로서, 서지학과 회화사 분야에서 100여 편의 논문과 저서 2책, 공저 1책, 편저 1책 있음. 현재 ‘포럼 그림과 책’ 공동대표, ‘고려미술연구소’ 대표.

제주에 공⦁사립 미술관과 박물관이 여러 곳 있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제주민속박물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삼성혈’ 등등과, 지자체에서 기증받아 운영하는 ‘이중섭미술관,’ ‘기당미술관,’ ‘김창열미술관’ 등등과, 사설의 ‘김영갑갤러리 두모악미술관,’ ‘이왈종미술관,’ ‘세계자동차박물관,’ ‘제주유리박물관’ 등등 자칭⦁타칭으로 공인⦁비공인의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테마전시관 등등을 모두 합하면 백 여 곳이 넘는다. 하지만 제주도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는 아직도 배고픔 그대로이다.

제주에 있는 대부분의 문화시설은 적은 수의 미술관⦁박물관과 다수의 테마전시관에 치중하여 있다. 1950년 겨울에 제주에 와서 1년 남짓 있었다하여 이를 기념하고자 만들어진 이중섭 화백의 ‘이중섭미술관’과 제주에서 한때 창작을 했던 김창열 화백의 ‘김창열미술관’ 등등은 중요한 미술관 시설이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수장품의 질량(質量)은 아직 부족하다.

제주에는 공연시설도 여러 곳 있으나, 음악관련 전시관이나 박물관은 아직 없다. 제주에 있던 안익태(安益泰, 1906~1965) 작곡가의 관련 시설은 절반이 사라졌다. 안익태 작곡가는 1963년 1월 26일 제주시 칠성로 ‘제일극장’에서 열린 ‘탐라합창단’ 음악회를 지휘하였고, 1964년 2월 9일에는 ‘서귀포관광극장’(현 아카데미극장)에서 ‘탐라합창단’ 음악회를 지휘하였다.

이렇게 볼 때 안익태 작곡가가 친일파라 해도 현재 폐관 절차를 밟고 있는 ‘아카데미극장’은 보존하고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는 안익태 작사의 ‘애국가’ 외에 또 다른 ‘애국가’가 10여종은 넘게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애국가’를 기념하는 시설은 없다. 필자는 ‘애국가기념관’을 폐관된 ‘아카데미극장’에 만들어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우리에게는 전통적 ‘애국가(愛國歌)’가 여러 곡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안익태 작곡가가 작곡한 ‘애국가’를 국가로 아는데, 그 ‘애국가’는 원래는 ‘애(愛):국가(國歌)’가 아니라 ‘애국(愛國):가(歌)’였다. ‘애국:가’라는 것은 얼마든지 수많은 버전이 만들어 질수가 있는 것이고, 이후에도 만들어 질수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는 안익태 작곡의 ‘애국(愛國):가(歌)’를 정부 수립 후에 국가(國歌)로 제정한 것뿐이다. 요즘 통일 후 국기와 국가의 재(再) 제정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통일 후에 국가를 재 제정하더라도 현존하는 여러 ‘애국가’들은 남⦁북한의 현행 국가와 함께 보존하고 기념하는 기념관은 존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제주의 음악계를 위하여 꼭 재발견해야 할 장소가 있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저수지 방축 아래에 있는 집으로, 나운영(羅運榮, 1922~1993) 작곡가가 구거(舊居)하던 돌집이 그것이다. 나운영 작곡가는 1966년부터 1970년까지 제주도 현지에서 민요를 수집하는 등 제주무형문화재 보존에 크게 공헌을 하였다. 그는 1973년에는 그 구거지에 ‘한국민속음악박물관’을 개관하여 여러 해 운영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선배들과 함께 발기⦁창립한 애서운동단체 ‘한국애서가클럽’에서는 1993년도 ‘한국애서가상’을 나운영 작곡가에게 시상한 적이 있어, 필자는 나운영 작곡가의 구거지를 수차례 찾아가 본 적이 있다. 그 때마다 이 구거지 일대와 그 건물을 제주도가 매입하여 ‘나운영음악기념관’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필자가 알기에는 나운영 작곡가가 작곡한 곡이 대략 1,500곡에 이른다. 그는 필자에게 자신의 “창작 목표는 3,000곡”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러한 나운영 작곡가의 유품 및 소장품은 한국 최대의 음악자료 컬렉션으로서, 현재 그의 장남 라건씨가 소장하고 있다.

‘나운영음악기념관’이 한경면 용수리에 서고, 아울러 제주에서의 그의 활동이 재조명된다면, 용수리의 나운영 구거지는 한국음악계의 한 산실로 크게 자리 잡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직 한국에는 작곡가의 산실로 기념되는 곳이 없다. 그 곳에는 ‘한국민속음악박물관’이 다시 개관되어야 할 것이고, ‘제주민요연구’의 한 중심으로서의 역할도 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작은 공연장이라든가 음악 감상실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용수리 저수지를 둘러 가며 종합적 음악과 문학 미술이 어우러진 종합문화예술마을을 설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운영 작곡가의 구거지를 그대로 없어져 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문화 제주로 가는 길에는 미술, 음악, 문학, 체육 등등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현재 제주의 문화 시설은 미술관⦁박물관과 테마파크에 치중하여 있다. 음악이나 문학, 체육 등등의 문화 시설이 들어선다면, 그것도 상당부분은 전시 시설로 채워져야 하겠지만, 지금의 미술관 편중 시설은 개선되어야 한다.

제주다움이 변형되어가는 현재, 제주다움을 보존하는데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제주를 문화 제주로 만들기 위해서는 도민들 사이에서 일종의 문화 활동을 추구하는 문화 게릴라들이 나와서 비정규전 활동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제주를 문화 제주로 만들기 위해서는 도백(원희룡 도지사)의 의지가 먼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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