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화곡동에 OK 당구장을 하나 열었다. 주로 서울 거주 제주국제협의회(회장 강태선)의 회원 16인이 각각 1,000만원씩 출자하여 오픈한 것이라, 그 의의가 적지 않다. 왜냐하면 매달 100만원을 도내/외 제주도민들에게 기부하는 취지로 당구장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러한 일종의 사회적기업 지향의 집단적 기부 사업이 뒤를 잇기를 기대해 본다.

곧 보기에 당구장 영업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노동집약적인 장사이다. 특히 밤늦게 당구 치러 오는 손님이 있어 일찍 당구장 문을 닫기가 쉽지 않은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더욱이 당구 손님이 새벽까지 당구 치겠다고 하는데, 이미 들어온 손님을 나가라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왜 당구장일까? 우선 당구장은 크게 망할 위험부담이 적다. 그래서 집단적으로 출자하여 큰 욕심 없이 기부를 하는 데 유용하다. 더욱이 당구장 영업을 하고 싶은데 자금이 없는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셈이 되어 나름 사회적 기여도도 있다. 젊을 때 고생되지만 당구장을 잘 운영해서 돈을 벌어 OK당구장을 인수하는 미래비전도 있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당구장 인수가 가능했다.

이제 남은 건, 당구 치러 오는 손님이 많아야 한다. 당구장 오픈은 최근 당구장을 찾는 청장년뿐만 아니라 노년층에 이어 학생, 여성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를 타고 있다. 지난날 당구장은 뿌연 담배 연기에 주로 돈 내기 하는 그런 일종의 퇴폐성 오락장 같은 이미지와 실상을 보여주었었다. 그러니 선뜻 당구 치러가자고 하기가, 특히 여성이나 아이들에게는 얘기 꺼내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당구장이 변하고 있다. 필자가 당구를 잘 치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래도 당구 찬가를 하자면, 당구는 스포츠이고 과학이고 예술일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365일 24시간 언제나 어디서든 남녀노소 가족이 같이 즐길 수 있는 레저이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도 되는 실내경기일 뿐만 아니라 동네 마다 당구장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한국에는 곳곳에 당구장이 널려있다. 가격도 10분당 대강 1,500원 수준이니 이용 부담도 적다.

이렇게 동네 마다 늘어진 당구 열기에 힘입어서인지, 한국에서는 당구천재인 김행직이 2017년 세계3쿠션 월드컵에서 우승했는가 하면 김태관(2015년)와 조명우(2016년)는 세계주니어당구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한 바 있다. 이에 유럽에서는 한국의 급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U21 대회’를 신설하여 청소년 당구선수 육성을 꾀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한국민들이 어릴 때부터 젓가락을 허용해서 인지 손재주가 좋아서 탁구, 당구, 배드민턴 운동을 잘 한다고 하지 않는가.

당구장에서 담배 피우는 건,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는 전면 금지된다. 이제 모든 당구장은 실내에 흡연부스를 따로 설치해야 영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과 여성들의 당구장 이용이 더 많아지리라 예상된다. 그래서 남녀노소가 조금만 배우면 상대적으로 쉽게 당구 큐를 들고 같이 어울리는 시간을 갖는 레저이자 스포츠이길 기대하면서, 혹 할아버지/할머니,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들/딸, 3대가 같이 당구 치러 오는 경우는 할인 혜택도 주는 그런 당구장 문화를 만들어 가면 어떤지?

제주의 경우 2000년 이후 지난 7년간 도내 당구장이 100여개에서 160여개로 늘어났고, 당구 동호회는 4-5개에서 40-50개로 10배 증가했다고 하는 데, 앞으로 당구 동호회는 더욱 늘어나리라 예상된다. 각 직장과 모임 등에서 당구 동호회가 마련되는 만큼이나 각 직장별 당구대회를 열어 그간의 기량을 테스트해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특히 한국처럼 대면관계가 활발한 사회에서 저녁 같이 하고는 곧 헤어지기가 섭섭할 때, 당구는 제격이다. 웬만한 동네라면 사방을 둘러보면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어딘가에 당구장이 있을 것이기에 쉽게 접근이 가능하니 더욱 안성맞춤이다.

제주의 경우 67만 전 도민이 당구 치면서 같이 친교를 나누고 운동도 하는 그런 당구 천국을 꿈꾸면 안 될까. 그리고 제주도지사와 제주도교육감은 골프만이 아니라 제주도 전역과 전국 수준에서 보다 쉽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당구대회를 열어 제주를 찾는 관광의 즐거움을 하나 더 마련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서울 등 각 도민회에서도 각 지역별 도민회장 주최 도민당구대회를 개최하여, 상위급 우승자들은 제주에 와서 제주도민 선수들과 기량을 겨루는 그런 100만 도민이 함께 하는 그런 당구대회도 있었으면 좋겠다.

당구 얘기를 하다 보니, 서울에 또 당구장 하나 더 개장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제주에서도 당구장 한 두 개 더 오픈하고 싶다. 당구장 운영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금액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귀족적인 골프보다는 대중적인 당구가 자영업 중심의 제주경제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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