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천우/ SK상사 임원, 국회의원 보좌관, 제주도 수출진흥본부장, 제주도의회 전문위원 역임

뜨거운 감자다, 폭탄이다. 다들 책임 모면에 급급하여 폭탄 돌리기 진행 중이다. 피해자는 오로지 도민이다. 자신의 대표자가 전무(全無)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다. 도지사, 국회의원, 도의회 및 선거구획정위원회 모두 일리 있는 논리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실타래를 무지 꼬이게 한 건 도지사다. 어렵고 시간도 걸리지만 확실한 길(정부 입법)을 버리고 빠르고 편한 길(의원입법)을 가고자 하는 바람에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확 줄어든 외통수에 걸려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과거는 지나갔다. 2018년 6월 13일에 지방선거가 제대로 치러지려면, 2017년 올해 12월 12일까지는 선거구획정위원회 권고안이 나와야 한다. 이게 법이고, 법대로 하면 된다. 그 권한과 의무를 방기하면 내년 지방선거는 모조리 무효가 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선거구 간 인구 편차가 4대1 넘으면 안 된다. 총 인구 나누기 지역구 숫자(29개)를 기준으로 상하 60%가 선거구별 최다인구와 최소인구의 기준치이다. 2017년 6월말 기준으로 선거구획정위가 인구기준을 잡는 게 바람직하다. (법적 규정은, 공직선거관리규칙 제4조제1항에 '기준일은 최근의 통계에 따라...획정위원회가 정한다'이다.) 이 경우 평균 인구는 22,390명이다. 따라서 선거구별 인구 하한은 8,956명이고, 상한은 35,824명이다. 현재 제6, 제9 선거구 두 곳이 인구 상한을 초과하기 때문에 분구하여 2개 선거구를 늘려야 한다. 현행 선거구 그대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위헌 무효이거나 헌법불합치 상황이 된다. 그런데 도의원 정수 41인을 43인으로 2인 증원하는 특별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 사실 하나 만으로 불안해진 현직 도의원도 있고, 특정 지역구에 도의원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도의원 후보 예정자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력해 온, 또는 주력해야 할 동(洞)이 하나 둘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관리해야 할 동(洞)이 줄어드는 의원도 있다. 인구편차 기본 원칙은 4대1인데, 그에 못지 않은 원칙이 또 있다. 읍면 지역 대표성을 인정해야 하므로 읍면 지역 선거구는 조정할 필요가 없고 존중되어야 한다. 더구나 현재 기준으로 보면 어느 읍면도 그 하한 또는 상한을 넘지 않는다. 2022년 차기 지방선거에서는 다른 양태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필자 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한 여러 시민에게 맡기면 비난과 항의를 받을 각오를 하고 현행 29개 지역구 선거구를 쉽게(?) 조정할 수 있다. 인구 많은 곳은 분구하고 인구 적은 곳은 통합하면 된다. 권한과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

선거구획정위는 법 상 보장된 기구이고 독립성도 보장된다. 획정위가 권고안을 내면, 도지사는 수정 없이 조례 개정안을 제출할 수 밖에 없다. 권고안 내용에 대하여 위원회와 사전 조율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위원회 권고안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법규의 내용이고, 정치적 도리이다.

도의회는 최종 결정기구인데, 지난 번 처럼 조례를 부결시키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권고안 마련하기 전에 도내 주요정당과 의견 조율도 하고 도의회 및 도의회의장 의견도 듣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이론적으로는 수정 가결이든 부결이든 자신의 권한으로 결정할 수는 있지만 개정조례안 부결은 현행대로 선거 치르라는 것인데, 그건 헌법정신 위반(위헌 또는 헌법불합치)이기 때문이다. 수정가결은 게리만더링으로 치부되어 도민들의 강력한 반대와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총사퇴로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현재의 획정위 위원에 대해서는, 위원 사임을 인정하고 새 판을 짜도 된다. 재개하기에는 명분이 없을 테니까~

오죽 갑갑했으면 시민단체가 나서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명분으로 48명 까지 증원하자는 안을 냈을까? 지역구 31명 더하기 교육의원 5명 더하기 비례대표 12명 구도의 의회를 꿈꾸는 것 같다. 지역구 증가 문제도 해결하고 비례대표를 늘려서 소수 신생정당에게 기회를 주고 민심 왜곡을 축소하자는 충정이다. 도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으려면, 도의원 증원은 하지만 관련 수당 등 의회 관련 총비용은 묶어두겠다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의 민주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총비용을 묶은 상태에서 도의원은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닐까? 국회 설득에도 힘을 받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선거구획정위는 당장 분구 합병으로, 선거구 조정에 돌입해야 한다. 6월말 인구기준으로 보면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여기저기 눈치 보기 하려니까 주저하는 것이다. 반대하는 의원이나 주민은 결국 해당 지역구에 그칠 것이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시민단체는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입법발의 의사 물어보지 말고 (2인 증원도 힘든데, 7인 증원이 말이 되겠는가?) 각 중앙당 통해서 의원 입법 발의를 서둘러야 한다. 정의당이나 국민의당, 또는 바른정당은 찬성하지 않을까? 민주당 정개특위도 호의적일 수 있다. 선도적인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 명분과, 41명 도의원 정수가 만들어진 2006년 대비 최근 10년 간 늘어난 제주도 인구를 고려하고, 기초의원 역할도 하는 광역도의원 감안하여, 다른 8개 광역도 평균 주민 수 (도의원 1인당) 대비 증원해도 무방하다는 점 등이 설득 논리가 될 것이다.

도지사는? 획정위원들에게 복귀할 명분을 주어야 한다. 획정위가 권고안을 내면 ‘그 안을 존중하여 그대로 조례안을 제출할 것이고, 도의회를 설득하여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다’ 라는 의지를 보이고 믿음을 주어야 한다. 한편으론 현실성도 적고 지난한 길이지만, 정부입법 방안을 늦었지만 서두르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도의원 정수 2인 증원도, 비례대표 축소도 물건너 갔으니 남은 대안, 즉 교육의원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입법안 추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행자부가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정치는 갈등해결의 장이다. 갈등은? 문제는? 반드시 해결될 것이다.

당장 당면문제는 선거구획정위가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특별자치도 위상에 맞게, 도의원 정수는 도 조례로 정해야 한다. 법적 규제로 자치를 파괴하면 안 된다. 도민이 우려하고 반대하는 의원 정수 증가에 대해서는 ‘관련 재정 총량 증가 없음’으로 해결하면 좋겠다. 주제에서 다소 벗어나지만, 개헌 관련 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해서, 국가고유사무 이외에는(도의원 정수도 마찬가지다) ‘제주특별자치도 조례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는 조항을 반드시 확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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