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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갤러리2 중선농원의 '이동기 언플러그드(unplugged)’전
안인선 기자 | 승인 2017.09.21 07:15

<이동기 언플러그드>

2017년 9월 23일 – 12월 23일

갤러리2 중선농원(제주시 영평길 269-1)

만약 우리가 어떤그림 앞에서 ““이 그림은 여러소재들을 정말 잘 짜 맞춰 놨군. 심지어 손도 쓰지 않고!””이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조롱인가 찬양인가. 20세기부터 지금까지, 그러니깐 100년의세월 동안 회화는 수공예적인 제작방식으로부터 탈피하려 했다. 그것은 ‘회화’ 장르에 대한 복기이자, 특수한 위치에 놓인 예술가의 지위를 반성하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는 지금도 신화화되고 있다. 화가들은 종종 고립된 작업실에서 이젤 앞에 앉아 있는모습으로 상징된다. 그들은 때때로 광기에 차 있으며, 자주 우울하고, 언제나 심각하다. 반 고흐의 유령은 여전히 세상을 떠다닌다.

작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자 기획된 갤러리2 중선농원의 ‘언플러그드(unplugged)’전은 올해 2017년 <이동기 언플러그드>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버블시리즈, 드라마 시리즈, 추상화, 그리고 절충주의 작품이 전시된다. 버블시리즈는 미국과 일본의 대중문화가 혼성된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아토마우스가 형태와 색을 변형하며 자가증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정반대로 스프레이를 사용한 추상화는 이미지나 형상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작품이다. 화폭에는 작가의 손이 닿지 않은 채, 분사된 스프레이 페인트의 흔적만이 안착되어 있다. 드라마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의 작화법으로 한국드라마의 장면을 묘사했다. 이동기 작가는 오랫동안 수집한 장면 중에 가장보편적인 이미지를 선택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 장면들은 (한국) 드라마의 통속성과 허구성을 드러낸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정작 이동기 작가는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지는 인터넷상에 부유하는, 누군가가 캡쳐해서 올린장면들이다. 즉, 드라마 시리즈는 작가의 감정이입이나 주관성, 의미부여가 되지 않은 냉소적인 선택의 결과물이다.

(감히 단언하건대) 이번전시에서 우리는 절충주의 작품인 <파워세일>에 주목해야한다. ‘절충주의’라는 활자 그대로, 이 작품은 여러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등장한다. 1970~80년대 한국명랑만화, 크루즈 여행광고, 보도사진, 선전 포스터, 기존이동기 작가의 작업, 평소에 끄적이던 낙서, 추상화, 기하학적 패턴등 대부분이 이동기 작가의 손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현대사회에서 유통되는 기성이미지를 사취한 것이다. 각 요소는 거리가 멀고 걸맞지 않은또 다른 이미지의 출현을 맞이한다. 그들은 서로낯설고 어색할 수밖에 없는 그 자리에서, 각자의 목적과 용도를 잃어버린다. 마치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듯이 우회적인 관계를 통해 암시적이고 시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동기 작가의 절충주의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현대사회가 생산한 다양한 이미지들이 없었다면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많은 이미지가 어디서 왔겠는가! 결국, 절충주의는 외부세계와 만나고 수집하고 배치하는 행위가 불가분한 전제조건이다. 기성이미지, 즉 현대사회의 단편들은 이동기 작가의 중개를 통해 본래 그 자리에서 벗어나 이질적인 요소들과 배치된다. 그는 어떠한 목적을 가지거나, 논리나 개념에 의한 것이 아닌, 우연성, 무의식, 비합리성을 기반으로 각 요소를 배치했다고 한다. 그 예상치 못한조합은 감각적이고 유머러스하며 경쾌하고 ‘쿨’하지만 예술에 대해서 만큼은 신랄하다.

절충주의는 물론 기법을 가리키지만, 창작에 대한 심정적 태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선택과 배치의 전략은 기교도, 기법적 용이성도 아니다. 이 세상의 이미지들을 작가의 해석이나 기법적 통일을 이루지 않고‘있던’ 그대로 묘사했다. 이것은 화가의 고유한 기법이나 자기 검열의 철회이며, 예술가의 주체성에 대한부분적인 회수이고, 탈 신화화로의 방향 전환이다. 이동기 작가는 화가들이 갖는캔버스에 대한 표현의 과잉과 내면의식의 과장을 반대하고 오히려 기성 이미지의 익명성이나 조형적 특징에 몰두한다. 감정에 호소하지는 않지만, 유머의 즐거움도 결코무시하지 않는다.

이동기 작가는 작업할 때, ““작품을 창조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작품의 의미를 규정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시대의 작가는 누구인가?””라는질문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그는 작업의 주체, 예술가의 모습은 시대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절충주의는 작가-작품-관자 사이의 거리조정이다. 그 거리조정의 방식은 관자를 작품 제작에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작가자신이 작품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타인에게 전권을 내어주는 것도 아니며 작가의 본분과 능력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작가의 주체성을 부분적으로 철회하여 작가-작품-관자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다. 1957년 마르셀 뒤샹은 ““그림을 만드는 것은그 구경꾼들이다””라고 말했다. 유령을 몰아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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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선 기자  ains20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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