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래하는 철학자’로 불리는 가수 김광석의 자살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들이 수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영화 '김광석' 포스터

그는 1996년 1월 6일 자신의 아파트 계단에서 목을 맨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자살이후 사인을 두고 계속 논란이 제기돼 오다가 최근 이상호 기자가 제작한 영화 ‘김광석’을 통해 그의 죽음뿐만 아니라 10년 전 폐렴으로 사망한 외동딸까지 뭔가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1964년생인 그는 2007년 음악 평론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노랫말로 선정된 ‘서른 즈음에’ 처럼 30대 초반 나이에 세상과 등졌다.

그가 사망하기 한 달 보름 전, 제주에서 그는 생의 마지막 TV프로그램 녹화를 위한 무대에 섰다. 1995년 11월 하순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95MBC대학가요제 제주대표 선발대회’ 초대가수로 내려왔다.

필자는 당시 프로그램 연출자로 초대가수인 김광석과 잠시 만날 수 있었다. 대기실에서 만나 선곡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2곡을 부르는데 1곡은 방송용으로 하자는 내용이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는 조용하면서 순수한 젊은 청년 분위기였다.

그가 부른 2곡 중에 ‘일어나’를 프로그램 엔딩으로 썼다.

방송이 나간 후 얼마 되지 않아서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신문보도를 통해 접했다. 제주에서 하모니카 불고 기타 치면서 부른 그의 노래는 오랫동안 나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검은 밤의 가운데 서 있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아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에 있을까

둘러봐도 소용없었지

인생이란 강물 위를 뜻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다가

어느 고요한 호숫가에 닿으면 물과 함께 썩어가겠지

일어나 일어나 다시한번 해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어쩌면 제주에서 마지막 부른 자신의 노래 ‘일어나’는 그가 생을 마감하기 전 더 나은 삶을 위해 외쳤던 절규일수도 있다.

‘김광석’ 자살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노래하는 시인 ‘김광석’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명쾌하게 밝혀져 고인이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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