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사활동에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생명을 살리는 의료봉사다. 낙후된 지역일수록 의료인의 손길이 더욱 필요하다. 개인을 살리는 일이 곧 지역을 살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풍족한 의약품과 고도의 의술을 펼칠 환경이 되지 못하더라도, 해마다 때마다 의료인들이 해외봉사를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로 8년째 의료봉사를 위해 해외 오지를 찾아 떠나고 있는 제동성씨(한국병원 산부인과 과장)도 마찬가지다.

△제동성씨(한국병원 산부인과 과장)는 지난 2009년 제주로 이주한 뒤 2010년부터 제주도내 마을을 돌며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중국을 시작으로 필리핀과 미얀마 등 가난한 나라의 오지 마을을 찾아 해외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제주투데이

제 씨가 처음 의료봉사를 시작한 건, 제주로 이주한 이듬해인 2010년부터다. 인연이 닿아 제주성안교회 의료선교회 회장을 맡으면서 도내 마을의 어르신들을 찾아 의료봉사를 했다. 2014년 전후로 지역 작은 마을에도 의료혜택이 나아지기 전까지, 제 씨는 매달 도내 마을들을 누볐다.

“제주의 마을을 다니며 어르신들을 진료할 때 느낀 건, 당장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이야기를 나눌 벗이 되어드리는 게 큰 도움이 된다는 거였습니다. 눈을 맞추며 말벗이 되고, 손을 잡아 따뜻함을 전해드리는 일도 의료봉사의 중요한 한 부분인 거죠.”

△해외의료봉사는 여러 어려운 점이 많다. 특히 충분한 의약품을 조달하지 못하는 제한이 크다. 제동성씨도 의료봉사의 어려운 점으로 "약품 조달이 어렵다."고 꼽았다. 때문에 매번 아쉬움이 남는 해외의료봉사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어 제한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제주투데이

제 씨가 2010년부터 시작한 해외 의료봉사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제약으로 충분한 의약품을 챙겨가지 못하더라도,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를 전하며 아픔과 고통을 나누는 일이 곧 또 다른 의술이 됐다. 낙후된 지역 중에서도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활동을 해오며 항상 느끼는 건 결국 ‘관심과 사랑’이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의료봉사를 하면서 빠트리지 않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의료교육이죠. 깨끗한 물을 위한 수질관리에서부터 개인 위생교육, 간단한 상처치료방법을 전하는 것도 마을의 건강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이 됩니다. 그런 작은 변화에서부터 의료처치까지, 우리의 관심이 바탕이 되는 의료봉사의 영역과 역할이 참 다양하죠.”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장기휴가가 어려워 제동성씨는 매해 여름휴가때 해외의료봉사활동을 떠난다. 몇 해 전부터는 가족들과도 함께 의료봉사를 가고 있다는 제 씨다. 그는 "가족여행 중 제일은 바로 봉사여행이 아닐까 싶다."고 전한다. @제주투데이

단 몇 가지로 제한된 약과 의료기구로 봉사해야 하는 해외의료봉사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마음이 있어도 선뜻 봉사에 나서지 못 하는 의사 간호사들도 많다고 한다. 게다가 의사와 간호사 몇 명이 구성된 1개 팀이 하루 500~1000명을 진료해야하니 보통 의지로 되는 일도 아니다.

“누구나 처음 의료봉사를 하게 될 땐 두려움이 있지만, 한 번 가보면 알게 됩니다. 의료봉사야말로 의술을 뜻 깊게 쓸 수 있는 시간이라는 걸 느끼게 되죠. 처음부터 익숙해지진 않겠지만 한 번 두 번 가다보면, 우리에게 흔한 비타민 몇 알이 그 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나 귀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됩니다. 여러모로 제한된 환경이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거죠.”

△"저에게 봉사란, 제가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는 겁니다."라고 제동성씨는 봉사의 의미를 전한다. 그는, 은퇴를 하게 되면 언제든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큰 보따리'를 들고 떠날 꿈을 갖고 있다. 그 보따리에는 그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할 '사랑'을 가득 채울 계획이다. @제주투데이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제 씨가 의사가 된 것도,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내가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기 위해서’다. 그래서 제 씨가 살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는, 가난한 나라의 오지 마을에 간단한 수술이라도 가능한 작은 병원이 자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있다.

사랑과 관심으로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좀 더 나은 지역을 만드는 일이 곧, 제 씨의 삶을 변화시킨 관심과 사랑을 되돌려주는 일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 꿈을 전하는 제 씨의 눈빛이 반짝인다.

“사실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의료봉사를 위해 오랜 기간 자리를 비우는 일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매해 휴가철마다 단 며칠이라도 시간을 내서 가족과 의료봉사를 함께 떠나고 있죠. 언젠가 은퇴를 하고, 시간이 여유가 된다면 그때는 언제든지 필요한 곳에 의료봉사를 갈 겁니다. 풍족하진 않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것들을 들고, 도움이 필요한 마을을 찾아가는 일이 제 꿈 중 하나죠.”

제 씨는 그날을 위해 큰 보따리를 챙기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을 살리고 마을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기 위해, 가까운 나라부터 먼 나라까지 '무엇보다 건강'을 전할 그 보따리에는 제 씨가 나눌 '관심과 사랑'이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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