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존셈봉사회 양경필

오랜만에 집안 정리를 했다.

짐 정리를 하다 문득 내가 끄적여 놓았던 노트를 보고, 참 많이 웃었다.

【 "나 보고 봉사활동을 같이 하자고 한다"

"거절할 수가 없어 따라갔고, 창단 멤버가 되었다"

"명칭을 뭘로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따뜻한 의미를 담아 「보온도시락」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핀잔만 실컷 들었다.

「존셈」이라고 지을 꺼면서 물어보긴 왜 물어봤는지 모르겠다" 등등】

2007년 3월, 도청 공직자로 구성된 봉사회 창단의 취지를 듣고 얼떨결에 조금은 억지로 쫓아 봉사활동 가던 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내가 아닌 특별한 다른 사람들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많이 망설이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87명의 존셈 회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한지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때 봉고차를 자가용으로 갖고 있던 나는 회원들의 봉사활동 수송을 담당했고, 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던 생각이 난다.

참석하지 못할 때면 나를 대신했던 봉고차에게 표창장을 줘야 한다고 놀림을 받기도 하며, ‘봉고맨’이란 애칭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나는 그 동안 존셈 회원들과 시설을 방문해 방과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잡초를 뽑고, 때론 메주 만들기며 국제스포츠 대회 봉사 및 주방에서 양파 까기, 김치 만들기 등 많은 시간을 함께 웃고, 함께 마음을 나누고 있다.

청원경찰인 나는 업무 특성상 주말 근무일 때가 있어 매주 참석은 못하지만, 매해 3월에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을 참여를 통해 평소 이동의 불편함 때문에 문화체험이 어려운 장애인들과 함께 관광지를 둘러보며 소통을 통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데 노력하고 있으며, 5월에는 창단 기념 독거노인 어르신 초청 행사에 참석해 소통의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어려운 이웃들의 건강한 먹거리 제공을 위한 고추장 만들기 및 김장김치 만들기 때에는 꼭 참석하여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엔 서귀포 지역에 혼자 사는 조○○ 할아버지 댁을 방문해 방충망 교체 등 오랜만에 만난 어르신과 회포를 풀기도 했다.

바쁘다는 핑계와 결혼 후 아이가 생기다 보니 오랜만에 만난 조 할아버지는 10년 전 인연이 되어 존셈 회장님과 함께 주말이면 할아버지 댁을 방문해 회장님이 집안 청소와 반찬 만들기를 하는 동안 나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목욕을 다녀 왔었다.

처음 목욕을 시켜 드릴 땐 옷을 벗기고 머리를 감겨 드리는 것도, 비누 칠을 해드리는 것도, 모든게 어색하기만 하고, ‘이러다 내가 실수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앞섰는데, 하다보니 많이 편안해진 마음으로 덥석 할아버지 손을 잡고 다닐 수 있었다.

때론 밖에서만 이러지 말고, 집에 계신 아버지도 모시고 목욕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오늘을 계기로 이번 추석엔 내 마음의 약속을 꼭 지키고자 한다. “아버지 목욕 가게 마씨”

가끔 신문에 봉사활동하는 내 사진이 나오면 나를 알아보는 친구들은 "네가?"라는 짧은 한마디로 질문을 던져 오는데, 이제는 말한다.

"나도 한다, 너도 하자"라고!

처음 조금은 억지스러웠고, 조금은 쑥스러웠고, 조금은 망설여졌던 마음을 버리고, 주말이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뒹글거리던 나를 버리고, 이제 진심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존셈봉사회와 함께 한다.

나의 마음을, 나의 노력을 조금만 나누어도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수 있다는게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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