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에는 <재일본 조선문학 예술동맹>이라는 조직 속에 문학부, 음악부, 무용부, 미술부 등이 있다. 회원은 모두 일본에서 태어난 2세 이후 회원들이 압도적이다.

오사카 문학부에는 모두 일본에서 태어난 회원들이다. 즉 그들의 일상 생활언어는 일본어이다. 작품은 모두 시이지만 거의가 우리말과 글이다. 

이 문학부를 알게 되어 필자가 그 합평회에 가끔 참석한지 꽤 오래되었다. 한반도에서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한국어(그들은 조선어라고 한다)를 일상 생활언어로 구사했던 사람은 필자 밖에 없다.

한국어로 소설을 쓰고 태어날 때부터 우리말을 썼던 필자를 그들은 합평회에 언제나 참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달에 한두번 열리는 합평회인데 오사카 문학부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고 필자는 알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참가하고 싶지만 여러 일정이 겹쳐서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문학적인 차원에서는 언제라도 만나서 합평을 하고 싶다. 합평도 그렇지만 그 후의 술 자리의 여러 화제가 솔직히 합평회보다 더욱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이 걸림돌이 되어서 조총련 문학부 합평회의 나들이에 잠깐 발을 멈추게 한다.

동포 최대 밀집지인 이쿠노(生野)에서 <민단 이쿠노 남지부> 지단장을 맡으면서 지난 9월 16일 날은 조총련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항의를 같이 하라고 데모까지 하면서외쳤었다.

이러한 껄끄러움도 있었지만 9월 28일 문학부 회원 채덕호 씨 모친이 돌아가셔서 오쓰야(일포)이기에 조문을 갔다.

여기에서 몇년 전 부터 문학부에 가입한 김애미(愛美) 씨를 만났다. 40대 후반기인 그녀는 시와는 전혀 무관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번도 빠짐없이 함평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애미 씨한테서 받은 시 두편을 소개한다. 첫번째 시 <숙제>이다. 철자도 우리(한국)와 좀 다르지만 그대로 옮겼다.

숙제

딸애가 하는 숙제

우리나라 팔도강산

조선 지도 우에

<도> 이름을 쓰시오

 

함경도 자강도 경상도

어쩐지 내 눈엔

선생님 그은 것도 아닌

북과 남을 가르는 선이 보이네

 

내가 배웠던 지도에는

언제든지 38선이 있었고

 

학부모끼리 이야기 나눠도

마음의 38선이 있었지

 

어느새 나는

지도를 볼 때마다

북과 남

갈라져 있는 줄 알았었지

 

그런데

선생님이 숙제로 낸 지도에는

38선이 그어지지 얺았으니

제발 딸이야

조선지도는 반으로 접지마,

부탁이야

자연스럽게 읽어 내려가다가 마지막 2행에서는 감전 당한 것 같은  짜릿함이 전신을 할퀴었다. "조선지도는 반으로 접지마, 부탁이야" 뛰어난 감수성이다. 

다음은 <너도 엄마처럼>이라는 작품이다.

 

너도 엄마처럼

 

딸이 시를 짓는다

제목을 <무지개>로 달아서

누가 누가 그렸니 이 다리를

너와 나를 만나게 하는

우정을 잇는 다리로구나

 

나도 엄마처럼 한다면

내 시은 시를 살짝 읽고

어린 가슴에 무엇을 새겼니

새로 알게된 우리말이냐

너에 대한 엄마 심정이냐

 

어디 보자

잘 지었구나

뜻밖의 칭찬에 기뻐하는 널 보며

흐뭇해지는 내 마음

 

그래, 너도 엄마처럼 해봐

너랑 나랑 <시인>이 되어

잘 되여도 안 되여도

계속 써 나가자

 

시가

너와 나를 잇는

다리가 되길 바란다네

네가 지은 시 <무지개>처럼

모녀간의 정겨움에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시이다.

그런데 김애미 회원만이 아니고 다른 회원들도 이렇게 일상적인 소재들을 중심으로 쓴 작품들이 많아서 필자는 불만이어서 필자의 감상을 털어놓는다.

어른이 읽는 동시로서는 참 좋지만, 어는 날 그것을 햇병아리가 지붕 위로 훌쩍 날아가 듯이 소재의 전환을 꾀한다면 더욱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필자는 언제나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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