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양재 (李亮載) / 20세 때부터 고서화를 수집한 민족주의 경향의 ‘애서운동가’로서, 서지학과 회화사 분야에서 100여 편의 논문과 저서 2책, 공저 1책, 편저 1책 있음. 현재 ‘포럼 그림과 책’ 공동대표, ‘고려미술연구소’ 대표.

제주는 대한민국의 변방이다. 지도를 거꾸로 들고 살펴보면 제주가 해양으로의 진출 가능성은 확실히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영토 안에서 해야 하는 일에서 제주가 변방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차원에서는 국경을 의식하게 되어 관념적으로 제주가 변방이라 인정되는 것이지, 국경이 없는 문화 예술적, 자연 환경적 차원에서는 제주가 변방이라는 관념적 의식을 이제는 벗어 버려야 할 것이다.

제주로 이주해 온 이후 제주미협과 탐라미협 소속의 여러 미술가들을 만나 보았다. 그들 가운데는 변방 작가로 지나치기에는 개성이 강하고 창작 의식이 분명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작가들이 여럿 있었고, 필자는 그 분들과의 개인적인 교유(交遊)를 생각한 바 있다. 아울러 일본의 재일미술가들 가운데서도 선친이나 본인의 고향이 제주인 미술가가 20여인에 이르고, 그 가운데서도 주목하여야 할 미술가들이 여럿 있었다. 이들 제주와 연고가 깊은 국내⦁외의 미술가들을 하나로 묶어 중앙의 예림(藝林)에 소개할 수는 없을까?

지금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투어’라는 주제로 ‘제1회 제주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다. 이 비엔날레에 대하여 제주 미술계에서는 “좀 미흡하더라도 이런 행사가 제주에서도 꼭 필요한 만큼 제1회 비엔날레는 비판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여론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 만큼 제주는 미술 애호에 대한 불모지이기 때문에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필자가 제주로 이주해 왔을 때, 이곳의 미술가들은 제주를 미술 삼무(三無)의 고장으로 불렀다. “화상이 없고, 평론가가 없고, 애호가도 없다”는 자조적 한탄을 삼무에 빗댄 것이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의 제주 미술계가 우리나라의 변방 미술에서 동북아 미술로, 더 나아가 세계 미술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이런 비엔날레를 살려야 하며, 비엔날레 이외에도 여러 입체적인 시도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비엔날레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것이다.

필자는 제주 미술가들을 세계의 미술시장에 소개하는 것에 대하여 깊이 검토해 본 적이 있다. 그 결론은 아래의 세 가지 시도로 요약되었다.

첫째, 제주의 미술가들이 동북아와 해외 각지의 유명 아트페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 당분간은 우선적으로 중국의 북경과 상해 홍콩의 아트페어와 동경아트페어를 참여시키고, 이어서 미국의 ‘아트시카고(Art Chicago)’와 프랑스의 ‘피악아트페어(FIAC Art Fair)’ 스위스의 ‘아트바젤(Art Basel)’의 참여로 까지 확대하여야 한다.

둘째, 해외의 여러 도시에 화랑을 두고 있는 다국적 유명 화랑이나 각국의 유명 미술대학을 접촉하여 제주의 미술가들의 초대전이나 개인전을 갖도록 주도하여야 한다. 특히 지역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의 미술시장을 두드리는 것은 최우선적으로 하여야 할 일이다.

셋째, 도민들이 나서든, 도 정부가 나서든 서울의 인사동이나 청담동 등등 미술거리 권역에 제주 미술가들 전용(專用)의 전시장을 개설하여야 한다. 전라북도에서는 ‘전북도립미술관’의 서울전시장을 인사동 ‘가나아트센타’ 6층에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전북작가들의 초대전을 개최한다. 제주도 미술계에서도 제주 출신 작가들 전용의 서울전시장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제주도 미술계가 전라북도 보다 작가수가 적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가 있다. 그러나 재경제주도민들의 사랑방으로서의 휴식 공간(Tea Room)이자 미술 공간(Art Space)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한다면, 개관 2년차부터는 채산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에서의 사업은 참여를 희망하는 제주 미술가 모두를 대상으로 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니 해외에서의 사업은 제주 미술가들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작품이 관리될 수 있는 10여명의 미술가를 엄선하여야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이러한 세 가지 방법을 통하여 기본적 기반을 4~5년간 조성한 후에 선정된 제주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의 유명 경매 시장에 반드시 상장하여야 한다. 상장한 10여명 가운데 2~3명의 미술가 만 성공하여도 이는 제주 미술계의 큰 수확이 될 것이다. 아니, 1명이라도 세계가 주목하는 미술가를 내어 놓을 수 있다면, 그것은 제주 미술계 전체에 대한 견인차가 될 수 있다. 국내의 중앙 미술계가 제주 미술을 변방미술로 폄훼한다면, 차라리 국내 미술계를 뛰어 넘어 세계 미술시장을 두드리자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도 정부 주도로서는 실패할 여지가 너무 크다. 우선 미술가 10여명의 선정에 많은 잡음이 날 것이고……, 따라서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나서고, 도 정부에서는 지원해 주는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좋겠는데, 이러한 사업을 위한 방법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 가족은 9년 전에 서울에서 제주로 머얼리도 튕겨져 나왔다. 그러나 요즘에 “공부가 제일 쉽다”는 큰 딸이 필자에게 당분간이라도 “서울로 가자”고 조른다. “말을 낳으면 제주로,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낸대……, 대학은 꼭 서울에서 가야”겠단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필자가 “서울에 가서 제주 미술가들 전용의 ‘제주아트갤러리’를 개설할까?” 이래저래 고심 중이나, 이를 필자가 단독으로 시도한다면, 필자는 재경 제주인들과의 지연(地緣)적 혈연적 연결이 없어 필패할 것이다. 따라서 민간에서 팀을 구성하고 역량을 모아야겠다. 제주 미술계의 발전에 뜻이 있는 재경 제주 기업인들 가운데 이 공익사업을 함께 할 분들이 있었으면 한다. 필자가 이 사업을 못하더라도 이 방도를 시행할 분이라도 나타났으면 한다. 만약에 이 공익사업에 도(道)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면 필자는 팔을 걷어 부치고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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