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평소 존경하는 이유근 전 한마음병원 원장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그것은 이원장님이 한평생 동려야간학교에 열정을 기울인 이유이기도 한데, 의사나 변호사보다 선생이 많아야 더 좋은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나도 대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라 기분은 좋으면서도, 과연 이원장님의 기대에 맞게 선생 일을 잘하고 있는지, 그래서 선생이 많으면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지는 게 맞는지 되돌아보곤 한다.

선생만이 아니라 의사가 많은 것도 더 좋은 세상일 것 같다. 한국의 경우 2015년 기준 의사수가 인구 1,000명 당 2.2명으로 독일 4.1명보다는 적지만, 일본 2.4명이나 미국 2.6명과 비교하면 아주 적은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의사가 적은 만큼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에서, 의사가 더 많아야 좋은 세상일 것이다. 특히 시골에서 쉽게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그렇다. 물론 의사 수의 손쉬운 다다익선 계산보다는 경제수준에 맞는 적정 의사 수가 얼마인지, 질적인 계산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에도 충분히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변호사는 어떤가? 2016년 기준 10만명 당 변호사 수가 독일의 200.5명, 프랑스의 85.7명에 비해 한국은 35.3명으로 적다. 2013-4년 기준 일본의 1인당 3,625명이 변호사인데 한국은 2,769명으로 역시 적다. 변호사가 많으면 변호사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엄살도 있지만, 어떻든 변호사가 많을수록 국민들이 법률 시장에서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은 그만큼 많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박사 학위가 학계에서 강의-연구를 할 수 있는 자격증인 것처럼, 변호사도 법률시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 너무 변호사만 최소한의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것도 기득권 논리라는 생각이다. 변호사 수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의 확대가 그 대안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박사와 교사의 수는 어떤가? 박사는 의사나 변호사에 비해 대학이나 연구소에 취직되지 않는 한 열악한 보수의 시간 강사 이외에 달리 크게 써 먹을 곳이 없다. 2015년 기준 연간 13,000명의 박사학위자가 국내에 공급되는데, 이중 절반 정도만 취업된다. 이게 누적되면 실업 상태 내지는 저임금 시간강사만 하게 되는 수많은 박사학위 소지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하나의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 뻔하다. 이러니 마냥 박사 선생도 많을수록 좋다고만 볼 것도 아니다.

초중등 교사의 임용과 관련해서도, 최근 교원 수급정책의 실패로 인해 교원임용 시험에 합격하고도 교사로 임용이 안 되는, 이른바 ‘임용절벽’ 문제가 쟁점이 될 정도로 초중등 교사를 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을 늘리기는커녕, 초등인 경우 2018학년도는 작년 모집공고 인원 6,022명보다 1,934명(32.1%)이 적은 4,088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해서, 교대 졸업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래도 초등은 조금 낫다. 중등인 경우 사범대생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교원 임용률이 10%도 안 되는 열악한 상황에서 20 대 1의 경쟁에 목매단 채 중등교사 임용 시장에 내몰려 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여 어떻게 사범대 학생들이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아 양질의 교사로 임용될 수 있는지 염려와 함께 불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김주환 안동대 교수가 지적한 바, “중등교원 자격증 장사, 이제 그만할 때가 왔다”는 말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경기도 교육감을 하면서 일선 교육현장의 이모저모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주도하에, 모종의 정책적 결단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의사나 변호사 보다 학교 선생이 많으면 학생들이 좋을 것이고, 학생이 좋으면 그만큼 우리나라의 미래가 좋아지리라 보아 무방하다. 그러니 2014년 기준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초등 16.9명, 중학교 16.6명, 고등학교 14.5명으로 각각 OECD 평균인 15.1명, 13명, 13.3명보다 많은 만큼, 교원 확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긴요하다. 동시에 교원 양성에서 질적 수준 역시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의사가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치는 것처럼 그리고 학부 졸업 후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되는 것처럼, 초중등 교사도 일반 학부를 나온 이후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2년의 전문적인 교육과 1년의 현장 실습을 받는, 총 3년의 교육전문대학원 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제언이다.

오늘날처럼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은 정보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정보화 시대에 교사도 의사나 변호사 못지않게 보다 많은 전문성을 갖추고 사전 실습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4년제 학부 졸업하여 임용시험에 합격한 25세-30세 학생들에게 그 이후 평생 교사직을 맡기기에는, 이미 현대사회가 더할 나위없이 복잡다단해지고 변화무쌍해졌기 때문이다. 그에 맞춰 초중등 교사들에게도 10년에 1년간 연구년을 주어 자신의 전공 영역을 다듬고 보강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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