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민단의 여러 행사에 참가했지만 오늘의 아스카(飛鳥), 호류지(法隆寺) 탐방은 그중에서도 아주 좋았습니다. 누가 우리들을 이처럼 여기저기 데려다 줍니까?"

"자식들도 이렇게 안해 줍니다. 깊어가는 가을 저녁에 이렇게 호류지를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호젓하고 좋습니까."

부부가 함께 참가한 제주 남원읍이 본적지인 동포 2세 김광보(84) 할아버지가 오늘의 아스카, 호류지 탐방을 상징할 수 있는 인상적인 발언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유유히 걸어가는 할아버지 곁에 나란히 걸어가는 할머니 노부부의 뒷 모습은 한폭의 그림 엽서였다.

10월 1일, 일요일 아침은 파아란 가을 하늘에 솜털 구름이 떠돌고 있었다. 이날 민단 이쿠노(生野) 남지부 주최로 <한일문화탐방> 아스카, 호류지 탐방이 있었다.

민단 단원들 간의 교류를 위해서 연중행사인 신년회, 야유회, 경로회 등도 있고 이외에도 가끔 버스를 빌어서 온천 여행을 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취향을 달리해서 문화 탐방에 역점을 두고 아스카, 호류지를 대상으로 삼고 버스 한대를 빌어서 43명이 아침 9시 출발해서 저녁 6시 귀가 기획이었다.

아스카는 7세기의 일본 정치, 문화의 중심지로서 <일본인의 마음의 고향> <일본문화의 성지> <일본의 원점> 등의 수식어 속에 일본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일본 바로 그 모습이었다.

일본의 원점이라고 불리우는 정치, 문화를 체계화 하고 발전 시켜 아스카문화를 찬란하게 꽃피운 7세기 백년을 <아스카시대>라고 한다. 이 시대의 역사를 창조한 곳에 한반도 우리 선조들의 많은 공헌이 있었다.

아스카는 한자로 두개의 언어를 사용한다. 행정적인 의미에서 표기할 때는 아스카(明日香), 문화적인 의미에서 표기는 아스카(飛鳥)이다. 여기에다 행정단위인 무라(촌:村)를 붙여 "아스카무라(明日香村, 飛鳥村)"라고 한다.

아스카의 세기(世紀)의 발굴이라는 "타카마쓰쓰카고분(高松塚古墳: 1972년 발굴)"과 "키토라고분(キトラ古墳: 1983년 발굴)"은 7세기 말에서 8세기 초기의 고분인데 아직도 피장자(被葬者)가 누구인지 밝혀 내지 못하고 많은 학설이 제기되어 역사의 미스터리가 아스카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두개의 고분을 탐방하고 6세기 말에 창건한 일본 최고(最古)의 "아스카데라(飛鳥寺)"에서는 주지 스님이 대불상 앞에서 편한 자세로 앉은 우리 일행들에게 절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아스카데라"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대불상의 촬영도 자유이며 종각에 있는 종의 타종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과 불상이라는 권위 의식이 철저히 배제된 "아스카데라" 불상의 촬영 및 타종의 관용과 배려는 자비의 불교 가르침 바로 그대로였다.  

아스카데라는 한국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에 있는 "수덕사"와 자매결연을 맺어 그 자료들을 절의 복도에 전시하여 서로 교류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교류 속에 아스카데라 대불상이 완성된 1400주년의 기념해인 2009년에는 아스카데라 연수회관의 뒷뜰에다 대형의 5층 석탑을 건립했다.

아스카에서 버스로 약 40분을 달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 5층탑과 가람(伽藍)들이 있는 호류지(605년 창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는 "백제관음상"들을 돌아보았다.

7세기 초에서 중엽에 제작된 작자 미상인 "백제관음상"은 "목조관음보살입상"으로서 일본 국보이며, 우아한 목조 5층탑과 함께 호류지의 상징적 보살상으로서 유명하다.

40여년의 일본살이 속에 필자가 가장 좋아 하는 곳이 아스카이다. 이번 탐방에서는 못 갔지만 험한 산세가 없는 이곳에서 표고 148미터의 아마카시노오카(甘樫丘)전망대에 올라가면 아스카 일대, 동서남북을 다 바라볼 수 있다.

약 1400여년 전, 아스카시대의 유구한 역사가 시대와 더불어 흘러왔지만 21세기 현대 문명과는 거리가 먼 아득한 그 시대를 그대로 연상케 한다. 마치 한반도의 고향에 돌아온 아늑한 느낌을 안겨 준다.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을 3일 앞둔 오늘 동포 최대 밀집지인 이쿠노에서 우리 선조들의 혼이 묻혀 있는 아스카, 호류지 탐방은 선조님들에 대한 공양으로서 큰 의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금년 5월부터 당지부 지단장을 맡은 필자의 인사와 내빈으로 참석한 본부 이용권 부단장의 인사로 시작된 <한일문화탐방>의 귀가 버스 속에서는 평창올림픽 지원 모금 활동도 벌였다.

민단 중앙본부에서는 일화 일억엔을 목표로 동포 단원들을 대상으로 평창올림픽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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