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한상용/ 공학박사(고려대), 기계기술사, 현재 ㈜SCT 상무

지난 추석연휴는 참으로 길었다. 고향 제주에 행사관계로 방문하고 돌아와서는, 해외여행은 못하더라도 지방 밤바다를 대표하는 여수 구경과 이웃 순천만 습지를 구경하고 올라왔다. 그리곤 다시 명성산 억새밭 등산하고도 사흘을 집에서 쉴 수 있었으니까.

늘 그러하듯이 제주에 갈 때는 인터넷 주간날씨 예보를 보곤 한다. 항공편이 문제가 없겠는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찍 일정이 잡힌 경우 몇 달 전에 항공편 예약을 하기 때문에 예약한 비행기 일정을 바꿀 수는 없다. 지난 9월 벌초를 위해 왕복항공기 예약했던 데로 출발 당일 제주인근 해역에 태풍의 영향을 염두에 두면서도 김포공항까지 갔다. 그러나 결국 도착지 제주공항의 기상상황이 예측할 수 없다고 하여 일반 관광객들처럼 티켓을 환불하고 돌아온 경우도 있다.

바람 많고, 돌이 많고, 여자가 많아 지금도 삼다도라 일컬어 지는 고향, 제주특별자치도.

추석연휴에 방문했을 때도 하루는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는 평화로운 날씨라 서울 오름등산회 회원들과 다랑쉬오름 트래킹을 하였다. 해발 400미터 고지에 오르니 육지와의 사이에 있는 다도해의 여러 섬들이 북동편으로 보이고 완도섬의 모습도 완연하게 시야에 들어와, 처음에는 두 해 전에 여행했던 대마도가 여기서 보이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비자림을 가기 전에 점심식사 하러 평대리 OO전복집에 갔다. 줄을 지어 서있는 인파로 대기 시간 한시간 반 걸린다고 하여 거기서 멀지 않은 또 다른 전복집에서 전복구이와 전복돌솥비빔밥을 시켜 먹고서 다시 승용차로 비자림을 찾아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 방문이라 익숙한 숲길에서 벗들과 상큼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데 피곤한 줄 모르고 걸었다.

남는 시간은 카페 촌인 월정리 해변에서 종류별로 커피를 시켜 바다를 바라보며 눕기 전용 야외 소파에서 서로 쉼을 가졌다. 바다 풍력발전기들이 쭉 늘어 선 월정리 해안을 지나 옛 동창들과 저녁 약속이 있는 제주시내로 돌아왔다.

수 많은 바다 풍력발전기들은 천천히 도는 풍차 같아 보는 사람들에게 에메랄드 빛 바다와 더불어 운치를 더하게 한다. 바람이 많은 제주여서 발전 효율은 높으리라 여겨진다.

어린 시절에 동네 빈터에서 놀던 일이 생각난다. 이른 봄 햇볕은 비추이지만, 아직도 북서풍 찬 바람이 불면 추위를 피하려고 주변에 널린 돌들을 주어 빈터 잘 쌓아진 돌담을 기준하여 주변으로 작은 성 같이 또는 울타리 같이 작은 돌들을 쌓아 올린다. 그렇게 둥그렇게 만들면 몇 명 작은 아이들이 들어가 짚을 펴고 앉아 있을라치면 바람막이도 된다. 따사로운 햇볕이 울타리 안으로 기어 들어오면, 얼마나 따사로운 쉼터가 되었던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이기도 하지만, 또한 돌이 많아서 본능적으로 어린 아이들이 하던 놀이었으리라.

비바리라 하여 여자 아이들도 많은 시절이라, 간혹 지나가는 동네 애가 있으면 울타리 안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스스럼 없이 들어와 놀이에 어울리기도 하였지. 그 때, 어린 시절에.

고향 방문 둘째 날은 체육행사가 있는 날인데 아침부터 비가 쏟아 졌다. 일기 예보로는 비가 많이 오지 않겠지 생각하며 행사장으로 갔는데 멈추지 않았다. 우중이라도 수많은 천막이 쳐져 있어서 행사는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불편했다. 무엇보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돌풍이 여러 차례 휩쓸고 지나 천막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행사에 집중할 수 없어 서둘러 폐회를 가진 상황이 되었다.

고향 제주에 바람은 역시 많다. 그런데 이젠 돌풍이 되고 회오리 바람이 되어 정신을 가누지 못하게 하는 만큼 느껴진다. 당일 행사를 마치고 귀경하려는 사람들은 항공기지연 등 애로가 발생했다. 부산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을 못하고 두 번 회항하는 소동을 겪었다고 TV 보도를 보았다. 이와 같은 갑작스런 돌풍은 항공기 운항에 불편을 초래하고 사고 발생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을 새롭게 했다.

한라산과 주변 오름 또는 높아진 빌딩들을 타고 넘어온 바람이 유속이 달라지고 와류가 되어 회오리 바람이 되는 현상을 생각해 본다. 나름의 생각으로는 제주지역에 부는 바람의 풍량, 풍속, 방향 등 사전에 바람이 변곡되는 지점들에 사전 측정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으면 한다. 종합적으로 분석된 제주해역 및 대기 상태 정보들이 공항 또는 해상 관리자들 뿐만 아니라 여행객이나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어떻든 금번 고향 방문도 먼저 바람을 느끼고 돌담들의 정겨움을 느끼고 돌아왔다. 집사람이 고향 비바리 태생이라 지금도 여자들이 남자보다 많은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본토에서 제주 사투리로 듣는 여성들의 말투도 정겹지 아니한가

이제는 삼다의 항목도 바뀌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지? 세계 7대 자연경관을 가진 제주도가 삼다를 넘어 진정한 삼다도, 또는 오경도, 칠명도 등으로 이미지가 발전되어 더욱 자원이 풍성해 지기를 소망해 본다. 세계 속의 자랑스런 섬이 될 항목들을 찾고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 번 방문에 어떤 옛정을 느낄 수 있을는지, 일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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