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지난 8월 기준으로 569만 7,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674만 명 중 21.3%를 차지한다. 선진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평균 10% 임을 감안한다면 그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자영업자는 음식점, 편의점, 구멍가게, 치킨집, 미용실 등 대부분 마을 장사로 먹고산다. 자영업자가 잘 돼야 마을경제도 잘 돌아간다. 하지만 요즘 자영업자는 벌이는 줄어들고 빚은 쌓이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중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1분위)의 연평균 소득은 890만 원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수준에 턱없이 모자란다. 2분위의 연평균 소득은 2,409만 원, 3분위는 3,989만 원이었다. 전체 자영업자 중 60%가 연평균 소득이 4,000만 원 이하인 영세 자영업자인 것이다.

자영업자의 3년 생존율은 2015년 기준으로 37.0%에 불과하다. 100곳 중 63곳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다. 폐업한 자영업자는 빚더미 위에 올라앉을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자의 대출 중 생계형 대출이 38조 6,000억 원이나 되고, 신용도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대출은 32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상당수의 자영업자가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이처럼 절박한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를 살릴 대책은 없을까?

II. 국고보조금을 활용한 마을펀드

필자는 국고보조금으로 기금을 조성ㆍ운용하는 마을펀드가 자영업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국고보조금으로 사용되는 돈이 연간 약 60조 원이 된다. 엄청난 액수다. 하지만 줄줄 새는 돈이다. 보조금 비리도 만연하다. 혹자는 눈 먼 돈이라고 한다. 국가보조금은 비효율의 대명사로 전락한지 오래다.

기업이 공적자금인 보조금을 지원받아 성공하면 그로 인해 생기는 이익은 전적으로 사유화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 이익 중 보조금이 기여한 부분은 공공으로 귀속시키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이에 국가보조금 60조 원 중 약 6%를 떼어내 3조 5,030억 원을 전국 3,503개의 읍면동 마을펀드기금 조성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그렇게 되면 읍면동마다 매년 평균 10억 원씩 마을펀드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읍면동은 마을펀드기금을 종잣돈으로 하여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펀드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관리ㆍ운용하는 마을펀드를 만든 다음, 해당 읍면동에서 창업을 하거나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다.

투자 형식은 대출이 아니라 지분투자다. 필요한 경우 경영컨설팅도 지원한다. 지분투자지만 투자 액수와 상관없이 자영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해 준다. 물론 이익이 생기면 지분에 비례하여 배당받는다.

III. 제주에서 시범사업으로

마을펀드의 투자를 받은 자영업자는 사업하다 망해도 빚더미에 허덕이는 일이 크게 줄어든다. 손해를 마을펀드가 분담하기 때문이다. 마을펀드가 경영컨설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사업 실패 가능성도 적어진다. 청년창업 등 신규 창업하는 자영업자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럼 자영업자의 얼굴에 깊게 팬 주름살이 조금은 펴지지 않을까?

한편, 자영업자가 사업에 성공해 이익을 보게 되면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은 마을펀드에게 배당된다. 그 돈 중 일부를 마을 주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배당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마을펀드는 자영업자를 살리는 것은 물론 마을 주민의 살림살이도 나아지게 한다.

나아가 마을펀드는 마을 주민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율적으로 관리ㆍ운용하므로 마을공화국의 경제자립에도 크게 기여한다.

그렇게 되면 마을펀드의 운용으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는 셈이다. 제주에서 마을펀드사업을 먼저 시범적으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