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박철수씨를 만났다. 제주특별자치도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서 5년째 장애인특별운송차량(이하 특별차량)을 운전하고 있는 박철수씨(60세)는 내년이 정년이다. 그런 그가 제주투데이와 만난 이유는 정년 전에 해결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다.

▲운전 중인 박철수씨의 모습. 박씨는 제주도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곧 정년이라고 한다.@제주투데이

제주도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이하 센터) 운전원들은 2015년 노조를 결성한 이래, 올해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10월 17일부터 운전원들은 매일 4시간동안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손님을 태우느냐가 자기 벌이로 직결되는 운전원들에게 파업은 상당한 부담이다. 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어 나서게 됐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현재 박씨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분회(이하 노조)의 분회장을 맡고 있다.

“도정과 센터, 현장을 너무 모른다”

센터가 설립된 이듬해인 2012년, 박씨는 이곳에 입사했다. 15년 전 아내를 뼈암으로 여읜 후 지금은 대학교를 다니는 딸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장사나 택시운전 등을 해왔던 박씨에게, 센터는 처음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는 직장이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었다는 박씨는 이제는 이 일에서 “좋은 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씨의 근무시간은 기본 8시간이다. 하지만 손님을 태울 때마다 성과급이 지급되기 때문에 시간보다는 얼마나 많은 손님을 태우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운전원들이 도서지역처럼 멀고 험한 곳은 대체로 기피한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박철수씨가 운행하는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장애인특별운송차량@제주투데이

“가끔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건너가는 손님도 있는데 그럴 때는 가까운 손님부터 태우려고 하기 때문에 그 손님은 한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장거리 한번 뛸 때 손님 2,3명을 받을 수 있는데 누가 멀리까지 손님을 태우려고 하겠어요.”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차량 1대와 임차택시 25대를 추가배치하고, 파트타임 운전원도 10여명 더 뽑겠다고 밝혔다.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는 박씨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차량이 남아돌겠네요”라는 답을 주었다.

현재 센터에서 운행하는 차량은 장애인을 태우는 특별교통차량 40대와 임차택시 10대 정도다. 특별교통차량의 운전원은 현재 45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간과 주말 근무까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박씨의 말이었다. 운전원을 더 뽑아서 1차량 2교대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것.

▲박철수씨가 전화한 손님을 직접 차에 태우고 있다.@제주투데이

“운전이나 잘하라는 센터, 소통은 없고 협박만”

하지만 센터에 의견을 올리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박씨는 말했다.

“운전원들이 제일 기분 나빠하는 일은 ‘운전수는 운전이나 해라’, ‘너희가 뭘 아느냐, 시키는 대로만 해라’라는 센터의 사고방식입니다.”

센터의 지시나 소통은 항상 일방통행이었다고 한다. 지침이나 규정이 바뀌는 중요한 일을 막상 일자가 닥쳤을 때에서야 알려주는 일이 다반사라고.

▲서귀포시 대정동에서 제주시로 건너가는 손님을 기다리는 박철수씨의 차량. 이런 장거리는 운전원들이 대체로 기피한다고 박씨는 말했다.@제주투데이

지난 10월 1일부터 센터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1,2급에서 3급까지 늘어나게 됐지만, 박씨와 다른 운전원들은 그 사실을 신문에서 알았다고 했다.

기본 1,000원에 거리에 따라 할증이 붙는 방식인 특별교통차량 이용도 조만간 무료가 될 것이라는데, 이 역시 박씨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어렵게 얻은 직장. 참으면서 다녀보자고 했던 운전원들을 격분하게 만들었던 것은 전 센터장 때문이었다.

전 센터장의 월급은 상승했지만 정작 운전원들의 월급은 동결돼있었다. 박씨는 “'운전원들은 하는 일이 없으니까 월급 안 올려줘도 된다'는 말을 센터장이 이사회에서 공공연히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호봉제에 따라 기본급이 올랐으니 사실상 월급이 오른 것 아니냐고 했다는 것.

현재 운전운들은 단기계약직 2년 후 무기계약직이라는 계약조건으로 일하고 있다. 박씨의 경우 주말까지 일하고 매일 8시간 10~12콜을 소화해도 성과급까지 합쳐도 한달 월급이 230만원 정도다.
 

▲차량에 비치된 제주도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계산기기의 모습@제주투데이

“2015년에 노조 결성하고 월급을 올려받기 전까지 임금이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센터를 들어올 때 공무원의 월급 상승분만큼 쳐주겠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전 센터장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하니 노조를 안 만들래야 안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센터에서는 3년마다 위수탁을 해야 하는 구조를 말하면서, 반협박조로 운전원을 대했다고 박씨는 말했다.

“이사장이 전체회의에서 ‘주는대로 행복과 만족을 누리라’고 하거나, ‘운전직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으니 나가고 싶은면 나가도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어요. 한번은 깡패짓 했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결국 제주도가 직접 운영해야 하는 일”

2015년 노조가 결성되면서 센터는 한 차례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하지만 센터는 올해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예산문제라는 것. 현재 센터는 도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비용처리의 대부분을 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박씨에 따르면 작년에 센터에서 예산 책정을 잘못해 예산이 모자라게 됐지만, 도에서 그 사실을 알고도 예산이 없어 추가하기 어렵다는 답을 보냈다고 한다.

▲박철수씨가 콜이 오는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오늘은 비가 와서 콜 수가 적은 편이라고 박씨는 말했다.@제주투데이

결국 센터는 도에게, 도는 다시 센터에게 책임을 미루다보니 “관리자는 있지만 실질적 책임자가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결국 운전원들은 도의회와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정이 센터를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작년 12월에 도에서 발표한 <제3차 제주특별자치도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에도 3년마다 위수탁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직영이나 공기업 운영을 권고했다.

▲박철수씨가 지난 12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현재 박씨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주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분회장을 맡고 있다@제주투데이

“결국 궁극적으로 도에서 책임을 지고 가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 전국적으로 위수탁으로 진행되는 2~3지역 뿐입니다. 대부분 지자체나 공기업이 운영하고 있어요.”

운전원들의 투쟁이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노조를 만든 이상, 정년은퇴하기 전에 이 일을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 박씨의 희망이다.

"아무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습니다. 교통약자를 위한 지원사업을 한다면서 좋은 열매는 도정과 센터가 따먹고, 운전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립니다. 계속 양보해왔어요. 하지만 이제는 터지기 직전입니다. 꼭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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