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과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한 편견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도 우리 지역사회의 일원이니까요.”

외국인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을 다방면으로 도와온 박민수 목사(믿음교회)가 강조하는 건 ‘편견 없는 세상’이다. 남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차별받고 소외돼선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외국인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이 여전히 지역사회의 손길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박 목사가 이들을 처음 도왔던 10년전보다는 인식이 나아졌다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박 목사가 이들을 위한 봉사를 부지런히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박민수 목사(믿음교회)는 지난 2006년 제주이주민센터내 외국인근로자쉼터에서의 봉사를 시작으로 10여년째 외국인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제주투데이

“특히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임금체불이나 폭력, 산재, 생활불편 사항 등 억울한 일이 있어도 딱히 도움을 청할 곳이 없습니다. 다문화가족의 경우 여러 지원이 생겨나고 있지만 외국인근로자는 체류기간이 지나면 본국으로 돌아가니 이들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어요. 당장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사회와 이들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겠다 싶었죠.”

박 목사가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한 도움을 시작한 건 2005년 제주이주민센터와 인연이 닿으면서부터다. 센터 간사로 일을 시작한 그는, 2006년 말 외국인근로자쉼터가 센터 내에 생기면서 한국어강의와 차량운행, 상담 등 여러 일을 도맡았다. 외국인근로자쉼터는, 업주로부터 피해를 입고 당장 갈 곳이 없는 외국인남성근로자들을 위한 쉼터로 제주에선 유일한 곳이다.

“한 해에 쉼터를 거쳐 가는 외국인근로자가 100명 내외에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별의별 일들이 많죠. 임금체불은 보통이고, 산재로 다친 분들, 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분들이 당장 곤경에 처해있어도 해결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거에요. 관련 법도 잘 모르고, 언어도 안 되고,, 막막한 거죠. 이때 통역과 사회 기관에 연계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분들에겐 큰 도움이 되죠.”

눈을 볼 수 없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눈 오는 날 바깥 체험활동만 해도 좋아한다고 박민수 목사는 전한다. @제주투데이

몇 해 전부턴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위탁을 받아 사회통합이수제를 센터에서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지역의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지역사회 문화에 대한 외국인근로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게 여러 갈등은 이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는 게 박 목사의 말이다.

“한국어 교육에서부터 문화에 대한 교육까지 외국인근로자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에서 꼭 빠지지 않는 내용입니다. 상담을 해보면, 사실 문화의 차이를 서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갈등이 가장 많거든요. 이제는 외국인근로자들도 우리나라문화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나아져서, 적응도가 예전보단 높아진 편이고요.”

외국인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의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문화체험 등도 이어가고 있다. @제주투데이

외국인근로자를 위해 시작했던 봉사는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원으로까지 이어졌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됐던 2008년 이후 여러 지원이 생겨났고 인식도 나아졌지만, 그전만 해도 지역에서 다문화가족으로 살아가는 게 쉽진 않은 일이었다. 근로에서부터 교육, 다문화가정 자녀 돌봄까지 다문화가족 지원에도 손을 아끼지 않은 박 목사다. 지난 5월에는 생명나눔숲학교를 열고, 다문화가정 자녀들부터 지역사회 아이들까지 보듬어 숲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아무래도 우리나라 언어 습득이 또래에 비해 늦죠. 때문에 학습부진이 뒤따르고, 그 외에도 편견과 차별로 상처가 많아요. 이 아이들을 위해 토요돌봄교실을 열고 돌봤던 것을 주말만이라도 숲활동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차원에서 지난 숲학교를 열었어요. 숲활동으로 자연스럽게 놀이도 되고, 자연을 통한 탐구도 되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교육을 누릴 수 있죠.”

박 목사는 지난 5월 생명나눔숲학교를 개교,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숲체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주 주말 아이들은 한라생태숲, 절물자연휴양림, 오름 등을 누비며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주투데이

6세 이상 다문화가정 자녀를 포함한 아이들을 위해 개교한 생명나눔숲학교는 제현우 사관의 아이디어와 이창흡 사무관(제주도청), 절물자연휴양림 등의 지원과 연계로 문을 열 수 있었다. 좋은 뜻을 알고 후원해준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숲활동에 드는 교통비와 식비 등 실비 등을 생각하면 지원이 아직은 부족하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우리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라날 꿈나무들이죠. 이 아이들에겐 바로 이곳이 고향이고, 살아갈 사회잖아요. 대게 다문화가정의 경우 넉넉지 않은 형편으로 아이들이 빈부차이를 느끼게 되고, 사회에 나가면 여러 편견과 차별을 겪게 되기 마련인데, 그런 편견부터 없애는 게 우리의 몫인 것 같아요. 더 넓게 보고 멀리 내다보면, 바로 그게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일 아닐까요.”

센터를 찾는 외국인근로자나 다문화가정이 항상 도움을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박 목사와 함께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도 곳곳에서 펼치고 있다. 사회의 일원으로, 이웃으로 이들의 삶이 지역에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박 목사는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외국으로 나아가 온갖 설움과 차별을 받으면서도 견뎌내야만 했던 분들이 적지 않았죠. 그때 기억을 되돌려보면 지금 왜 우리가 차별과 편견을 걷어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밖에서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에서, 지금 이곳에서 잘하는 것도 중요해요. 우리 이웃이잖아요.”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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