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비소리'라는 단어는 제주 문인들만이 아니고 육지의 많은 문인들도 해녀 작품을 쓸 때에는 정석처럼 들어간다.

해녀들이 바다 속에서 수면 위로 나왔을 때의 생리적 숨고르기인데 이것을 해녀의 고달픈 한숨처럼 표현하고 상징화 시킨다.

필자는 언제나 이것이 못마땅했었다. 해녀라는 직업의 고달픈 상징처럼 숨비소리가 인용되고 해녀라는 직업 그 자체를 비하 시키기 때문이다.

해녀처럼 여성의 행동적이고 도전적인 직업은 없었다. 여성의 생산적 경제성이 없었던 오랜 시절부터 제주에서는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진취적 여성 직업이었다.

숨비소리는 이러한 흐름에서 해산물을 캐낸 달성감과 다음의 도약을 위한 한 순간의 여유로운 휴식의 의미로서 승화시킨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주장해 왔었지만 지금까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번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의 슬로건이 '문학의 숨비소리 제주'라는 표현에 감전의 짜릿함처럼 예고 없는 충격을 받았다. 너무 신선했고 제주다운 슬로건이고 해녀를 격상 시켰다.

그래서 막 오른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에 필자는 제1세션 <한국문학, 외연과 경계를 말하다. 재일제주인 문학과 한국문학>에서 "재일제주인 문학의 외연과 경계"의 주제룰 발표했다.

재일 소설가로서 참가한 필자는 추상적이거나 어느 한 작품을 중심으로 심층적 분석보다는 주제처럼 재일제주인의 문학 현황과 배경을 설명했다.

재일동포가 쓴 책을 설령 번역되었다고 하드라도 읽은 독자가 드물 경우 그 작품의 심층분석을 포럼에서 발표한다고 해도 참가한 독자의 흥미를 떠난 나 혼자만의 포럼이 되기 때문이다. 

제1세션에서는 곽형덕, 김동현, 조은애 평론가와 필자가 참가했는데 재일를 살고 있는 필자가 생각치도  못한 내용도 제기되었다.

곽형덕 평론가는 <일본어문학으로서의 재일조선인문학을 묻다>에서 재일조선인 문학은 마이너리티문학과 역사적 배경의 문학으로서 오키나와문학과 비유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주장에 이해는 가지만 재일조선인 문학은 일본에 있어서 국제적인 문제이며 오키나와문학은 일본 국내적인 문제인 것을 혼동하는 인상을 주었다.

김동현 평론가는 재일동포 작품을 비유로 들면서 재일제주인이 애향심이라는 명목으로 해방 후 60년도부터 제주도 지원에 나선 것은 당시 권력에 의한 강제성도 있지 않았나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많은 동포 중에는 그런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제주에서 일본 친척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도 있고 44년 전 일본으로 건너 가서 제주에 사는 친척과 모교에 도움을 준 적도 있다.  

양쪽을 경험한 필자로서는 누구의 권유 운운 이전에 대가를 기대 않는 일방적 베풀기였다. 필자만이 아니고 재일제주인 스스로가 친족애와 애향심에서 제주를 도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조은애 평론가는 "운명의 끈과 언어의 자리" <다큐멘터리 영화 "해녀 양씨"를 중심으로>의 주제로 영상 발표를 했다.

이 영화는 한.일 양국에서 방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필자는 처음 보았다. 몇년에 걸친 생활을기록한 영상인데 시간의 제약 속에 시간을 초과했지만 단편적인 소개로 끝난 것이 아쉬었다.

제2세션에서는 시인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 <인문학의 위기, 문학의 미래>의 주제로서 발표하고 강용준 극작가, 소설가, 김원욱 시인, 지연희 수필가가 토론에 참가했다.

한국문인협회 가입한 회원만 하드라도 만오천명에 가깝고 전체적으로 한국문인은 3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추계 속에 문효치 시인은 <문학의 위기는 극복되었는가>의 발표였다.

문학의 내실화를 무시한 문예지들의 범람과 그에 따른 신인 문인들의 양적 생산과 난해한 현대시들과 동네 축제가 아닌 동아리 축제가 되버린 각종 문학행사도 문학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강용준 극작가, 소설가와 김원욱 시인, 지연희 수필가가 발표했는데 강용준 씨는 "문학적 이력이 일천한 사람들이 시인, 수필가라는 명칭을 이름 앞에 달고 신문사에 칼럼을 쓰거나 강의를 하거나 문학단체장의 명함을 들고 다닌다."

"또한 특정 문예지 출신 문인들이 출신 문예지의 수익 경영이나 출신 동인의 세력 확장을 위해 지역별로 작가협회장을 맡아 수준 미달의 사람들 등단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는 문인으로서의 양심의 문제이다."라면서 더욱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날 저녁 6시부터는 <개막식 및 환영만찬>이 있었다. 2017년 전국문학인 제주포럼 김봉오 조직위원장의 환영사, 고경실 제주시장 축사와 내빈으로 온 도의원의 축사 후, 일본에서 초청 받고 제주에 간 김시종 시인의 기조강연이 있었다.

환영행사 30분, 기조강연이 30분 예정표대로 진행됐지만 기조강연의 시간이 짧고 노시인에 대한 예우가 안됐다는 지적이 18일 제주시 문화체육관광국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되었다.

환영행사에 참석했던 제주도의회 문화관광국스포츠위원회 이선화 도의원으로부터 "제가 도의원인게 부끄럽다."면서 "언제 또 그 분이 그런 기회를 갖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같이 온 필자도 기조강연이 30분으로 제한되었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김시종 선생님께 읽다가 도중에 끝날 것이 아니라 원고는 참고로 읽으라고 해서 선생님 자신이 일본에서 시를 쓰게된 배경을 얘기 했었으면 아주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도 책임을 느끼고 있다. 

김시종 시인의 기조강연 원고 중 몇 구절만 발췌한다. <시는 쓰지 않아도 존재한다>의 항이다.

"사람은 모두 각기 자신의 시를 껴안고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 또한 언어가 통하지 않는 관계에 있는 것, 예를 들어 동식물이나 유기물 등 인간이 아닌 것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은 이미 그 마음 속에 시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가 쓴 글에 우리가 깜짝 놀라는 이유는 돌이나 꽃과 벌레, 작은 새들과 아이들이 대화를 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점차로 상식의 포로가 돼 모처럼 지니고 있던 동심을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어릴 적 꿈까지 고갈시켜 죽어갑니다."

"인간도 살아 있는 생명 중의 하나입니다. 모든 것과 마음이 통할 수 있습니다. 시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요리를 하면서 평생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보선공으로서 생애를 마치는 사람도 있으며, 관리직은 거들떠보지 않고 당당하게 아이들을 챙기면서 정년에 도달하는 교원도 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요컨대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 그대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 놓여 있는 상태 그대로 있고 싶지 않다.>고 하는 마음을 거듭하면서 사람은 그 마음 속에 반드시 시를 싹틔웁니다."

"무용가는 자신의 무용으로 시를 표현하며, 조각가는 정과 망치로 돌을 조각하고, 나무를 파서 시를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왜 시를 쓰는 사람에게만 시인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일까요?"

"앞서 양해를 구하자면, 저는 시를 제 직업으로도 제 장기로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시를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시를 살아가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므로 쓰지 않은 소설은 존재하지 않지만, 쓰지 않은 시는 존재합니다."

이틀째인 14일 날은 제주목관아에서 제주시민 문학백일장과 목관아 토요 북카페가 열렸다.

북카페는 제주 16개 단체가 텐트를 치고 열렸는데 일본에서는 이러한 행사가 없으니까 본 적도 없으며 한국에서도 처음 보았다. 문학이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들이었다.  

동시에 목관아에서 오후 한시부터 열린 제3세션은 주제가 <항구와 문학, 그리고 삶>으로서 발표자는 다섯 분이었다.

고명철 평론가의 <제주 항포구의 창조적 저항과 응전>으로 "오경훈 연작소설 <제주항>을 중심으로", 김진수 시인의 <초도 그리고 제주헤녀>, 박관서 시인의 <목포권 항구문학의 형성 및 발전 양상>, 서정원 시인의 <해양문학의 도시 부산>, 신현수 시인의 <항구와 문학, 그리고 삶> "인천을 중심으로"였다.

가을 비가 촉촉히 내리는 목관아 처마 밑에 나란히 앉아서 제 고향의 문학 이야기를 맞은 편 텐트 속에 앉은 청중들에게 들려주는 그들의 진지한 모습에 문학의 위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같은 장소에서 제4세션이 14시 40분부터 시작되었다. 주제는 <스마트시대의 한국문학의 향방>으로서 소설가 이광복 문인협회부이사장의 발표와 토론자로 변종태 시인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문인들의 지혜>, 송상 시인의 <스마트시대의 한국문학의 향방>으로 "기존 문학방식을 고수할 것인가 스마트시대에 부응할 것인가", 장승련 아동문학가의 <스마트시대에 한국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발표가 있었다.

유모어 섞인 이광복 씨의 자칭 컴퓨터 챔피언 발언에 그것은 인정 못하겠다는 변종태 시인의 발언은, 자기가 일인자이기 때문이라는 반론에 오락가락 내리는 가을 비 속의 한기를 녹여주는 따뜻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마지막 제5세션에는 <향토문학의 저력과 발전 방향>으로 김관후 소설가의 <김경종과 4.3체험>으로 "옛 물가에 눈물 떨구며 아들 찾는 백발이여" -아들 차령을 잃고 슬픔으로 여생을 보낸 시인 김경종- 오문복 한학자의 <부해 안병택의 시세계>의 발표와 토론자로 김새미오 한문학의 <부해 안병택의 시 세계에 대한 토론문>, 김순이 시인의 <섬의 인문학, 진화와 멸종>, 김정택 수필가의 <한말 한시 작가들의 존재 방식>이 있었다.

처음으로 듣는 오문복 선생님의 물흐르 듯 거침없는 달변과 젊은 김새미오 씨가 제주대에서 한문학 전공이라는데 놀랐다.

사회자의 시간 제한 요청에 따라 가장 짧은 토론에 임하겠다던 김순이 시인이 (한문학)의 반역에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시간 초과하면서까지 호소하는 그 모습에 오문복 노학자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박력 있는 김관후 소설가의 발표 내용에 정면으로 설득력 있는 자료 제시로 그것을 부정하는 김정택 수필가의 노련한 논쟁도 시간이 있었으면 더 듣고 싶은 마지막 세션이었다.

이제 사어(死語)가 되버린 <코리어 타임>이라는 옛말이 있다. 교통기관에 있어서는 한국은 일본에 뒤지지 않는 단 1분이 오차도 원인 규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와는 달리 이러한 포럼이나 대회, 강연 등에는 아직도 <코리아 타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함을 가끔 고국에 와서 행사에 참가할 때마다 느끼곤 한다

개인 강연이나 짧은 세션 등으로 끝나는 경우에는 그래도 괜찮다. 계속 이어지는 세션에서는 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 다음 세션에 연쇄적인 피해를 끼친다.

사전에 미리 알려진 제공 시간이 있는데도 이러한 사례가 종종 있는데 발표자들은 주최자 측의 제안과 요청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 때문에 중지되지 않을까 주최측 이상으로 걱정하면서 저녁 6시부터 시작된 문학 콘서트 <너에게 귀를 연다>는 한기팔 시인의 <돌하르방>의 여는 시 낭송으로 시작하여 8시에 끝났다. 

15일 10시 이 날 역시 오락가락 흩뿌리는 비 날씨 속에 <참여작가 문학기행>으로 "4.3평화기념관" "돌문화공원" "서귀포 시비공원"을 돌아보았다.

이동 버스 속에서 들려준 한기팔 시인의 양중해 시, 가곡 <떠나가는 배>와 박목월 시, 가곡 <이별의 노래>에 얽힌 옛 이야기는 만추의 제주에서 열린 <전국문학인 제주포럼: 문학의 숨비소리 제주>의 대미를 장식했다. 

2박 3일의 짦은 행사 기간 속에 얻이진 질적 요소는 그 시간을 압도적으로 능가하고 있었다.

어느 지역에서도 기획할 수 없는 3개 단체 <제주문화원> <제주문인협회> <제주작가회의>가주관이 되고 제주시가 주최하여 도민 축제가 아닌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으로 확대 시켰다.

이 과정에서 노출된 갈등의 요소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뛰어넘어서 성공리에 마친 <전국문학인 제주포럼>은 그 사이 축적된 역량이 제주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주최해 주신 제주시와 주관하신 3개 단체에서 수고해 주신 여러분들께 초대 받았던 한 사람으로서 거듭 감사의 말씀 드리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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