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가 아는 한, 성산 제2공항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즉 지난 대선 때인 4월 18일 제주 공약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후보는 ‘사업 추진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지역주민과의 상생방안 마련’을 전제로, 제2공항의 조속 개항을 약속했다. 그 이후 6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다른 중대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절차적 투명성과 상생방안이라는 2가지의 전제 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아 무방할 것이다. 이 글은 바로 이 2가지 전제조건에 관한 의견 제시이다.

필자는 며칠 전 제주담론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제주도정이 합동으로 이른바 ‘제2공항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여, 여기서 절차적 투명성을 충분히 담아내길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공론화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면, 이에 따라 각각의 불만이나 입장을 접고 그에 따르는 게 민주주의라는 생각에서이다. 이는 곧 2년 전 박근혜 정부의 성산 제2공항 선정 발표는 전문가와 정부 관료들만의 의견 수렴에 따른 것으로, 이는 전형적인 비민주적-행정중심적 의사결정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성산 지구 지역민을 포함하여 전체 제주도민과의 의견 나눔과 공감이 없는 만큼이나, 2년 전의 성산 제2공항 선정 결정은 일단 없던 것으로 하고, 새로 시작한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성산 제2공항 대안을 없던 것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성산 제2공항은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인, 혹은 유력한 대안 가운데 하나이면 족하다는 얘기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게 6개월 전 문재인 후보가 피력했던 바의 입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절차적 투명성은 공론화위원회 같은 제도적 절차를 제대로 거치면 해결 될 것이라고 보기에, 여기서는 일단 성산 제2공항에 초점을 맞춰 그 가능한 상생방안에 대해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제시하는 상생방안은 성산 공항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제2공항을 추진할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첫째, 지역주민과의 상생의 첫걸음이란 무엇보다도 성산 제2공항 지구 지역주민들과의 상생에서 시작할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공항 건설에 따라 불이익을 받게 되는 지역주민과 토지주들에게 얼마나 보상을 해 줄 것인가의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이와 관련 필자는 토지주에 대한 보상은 과거와 같은 수용 방식이 아니라 토지를 시가로 구매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본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그 누구도 크게 경제적 손실을 강요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항 건설 공사를 맡게 될 기업에게는 제대로 된 가격으로 건설을 맡길 것으로 보기에, 힘없고 돈도 얼마 안 되는 토지주에게는 예를 들면 공시 가격만을 제시하는 건, 형평성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시가를 어떻게 산출할 것인가는 요즘처럼 토지 매매가 전산화 되어있는 자료를 이용해 평균치를 내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더 합당한 방법도 있을지 모르겠다. 요는 의지의 문제이고 접근 자세의 문제이다.

둘째, 공항 건설로 지역 공동체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특정 지역 공동체가 아예 역사에서 사라져 버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세상 만물이 생겨나서 변화하고 사라지고 하는 게 자연의 이치이긴 하지만, 그래도 인위적으로 혹은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사실상 강제로 지역공동체가 없어지게 되는 데에 대해 정부와 도정이 심심한 위로와 감사의 뜻을 표하는 건 기본이다. 이 때 위로와 감사의 표시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항 건설을 설계하겠다는 것을 도면상으로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항 건설을 계기로 성산 지구가 향토성과 근대성을 조화시킨 미래형 마을로 재탄생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물론 이렇게 성산 지구에서의 미래형 마을 만들기가 향후 정부의 다른 국책사업 추진에서 모델로 될 정도의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대형 프로젝트가 되려면, 여기에는 그만큼 막대한 예산이 요청될 것이다. 그래서 성산 제2공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세계 유수의 국제공항 사례를 비교분석하고 새로운 미래 비전을 담아, 향후 성산 지구가 단순히 국제공항 하나 들어서는 징검다리 마을이 아니라 국제공항을 십분 활용하여 제대로 된 친환경 국제자유도시로 발돋음해 나가는 선발 지역이 되도록 하는 담대한 접근이 요청된다.

셋째, 성산 지구가 친환경의 국제자유도시 전초기지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렇게 건설된 미래형 마을에 성산 지구 지역민들이 그대로 그곳으로 이주하여 살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고 필요하면 교육훈련을 거쳐 각자의 역량과 취향에 맞게 살아갈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면 새로이 들어설 공항 관리 공단에서 취업도 할 수 있게 해주고, 공항 주변에서 가게를 열 수 있도록 우선적 배려를 해 주는 등 찾으면 상생의 길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걸 성산 지구 지역민들에게만 초점을 맞추라는 게 아니다. 다만 자신들이 오랫동안 익숙하게 살아왔던 공동체가 사라져버리는 데 대한 안타까움과 미래에의 불안감을 상쇄할 만큼의 미래를 향한 밝은 삶이 가능해 보인다면, 그만큼 공항 건설에 따른 수용과 양해가 높아지리라 볼 것이다. 이럴 때마다 나오는 게 예산 타령이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많은 예산이 하루 만에 다 조달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떻든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을 어떻게든 다각적으로 최대한 마련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게 문재인 정부와 원희룡 도정의 역할이자 책무가 아닐까.

넷째, 성산 제2공항이 건설되면, 이 공항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점검해 볼 사안이다. 주지하다시피 현 제주시 공항은 2009년 이후 이용객 수 기준으로 국내선 1위 공항으로 공항 이용료 수입이 적지 않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1년 김영심 전 도의원의 도의회 질의에 따르면, ‘제주공항은 최근 5년간 1,300여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이번 성산 제2공항의 관리의 경우는 이를 제주도가 책임 맡아 해서 연평균 최소 200억의 수익(위의 제주공항 수익에 비추어 보수적으로 잡아볼 때)을 성산지구를 포함해서 제주도민을 위한 미래형 마을 만들기에 쓸 수 있도록 해 준다면, 그만큼 성산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성도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하에서 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지고 또 지방분권이 화두가 되고 있는 최근의 정치 흐름에 비추어볼 때, 제주도 지방분권 강화를 위한 방식의 하나로 성산 제2공항 관리 주체를 제주도에 맡긴다고 해서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도 못할 것이리라 본다.

앞에서 지적한 바 성산 지구 미래형 마을 만들기에 장기적으로 소요될 재원과 관련하여 기존 제주시 공항 관리 공단의 수익 일부와 새로이 건설되는 성산 제2공항 관리 공단의 수익 상당 부분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 그것도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간디의 소박한 구상을 제주에서 구현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공단 수익 활용을 얘기 꺼내면, ‘공항 관리가 적자 날 수도 있는데’ 하는 우려섞인 반대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으며, 또 일면 그러한 염려는 합당하기도 하다.

그러나 만약 공항 관리가 적자날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본다면, 특히 제주 제2공항 관리 적자가 크게 예상되는 게 사실이라면, 성산 제2공항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제주 제2공항 건설 논의는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적자 나는 게 뻔한 데도 관광경제의 수요에 맞춘다는 이유로 이를 강행한다는 건, 누군가의 특정 이해관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매년 적자를 보이고 있는 청주공항과 양양공항에서 보듯이, 적자투성이의 신공항은 그저 토건업체 배불리고 국토부 직원들의 노후 보장에나 도움이 되는 애물단지임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 이 글은 제주 제2공항 다시 보기의 후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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