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유근/ 한국병원과 한마음병원 원장을 역임하시고 지역사회 각종 봉사단체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아라요양병원 원장으로 도내 노인들의 의료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아직도 제2공항을 성산 지역에 건설하는 문제로 도민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그것은 물론 개인 간의 이해득실의 차이에도 기인하겠지만, 공항 건설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원자력발전소 신고리 5, 6호의 건설을 둘러싼 논쟁을 공론화위원회라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면서, 우리도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는 많은 정책들은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선택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는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할 경우 그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버릇이 있다. 본질을 살피고 선택하면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면 제주도에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하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분들이 점차 증대하고 있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려면 더 많은 항공편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지금 공항 수용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니 새로운 공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제주도는 관광이 살길이므로 더 많은 관광객이 올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좀 더 본질적인 물음은 제2공항 건설이 도민들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광객의 증가가 도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도 건설해야 하나 하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행복이란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온 도민이 수긍하는 한 가지 대답이 나오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그러나 삶을 오랫동안 생각해 온 많은 분들이 ‘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때가 행복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면 ‘내가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떤 때인가?

필자는 그 대답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에서 찾는다.

동물들은 건강하여 먹이를 마련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으면 행복할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고 의식주에 걱정이 없으면 최소한도의 행복은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적어도 의식 있는 인간이라면 건강하고 의식주에 걱정이 없는 것만으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는 없다고 확신한다.

필자는 이 ‘사회적’이라는 말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기가 할 일을 다 하며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신대로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가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것은 주위에 보고 싶은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주도에서 소위 성공하셨다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그리 행복하지 못하다. 그것은 나이 들면서 가장 보고 싶은 자녀와 손자 손녀들을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식들을 잘 키워 놓으면, 제주도 내에 마땅한 직장이 없어 타향으로 뿔뿔이 흩어져 어쩌다 명절에나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므로 제주도지사가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항은 제주도 내에 잘 키운 자식들이 들어가고픈 좋은 직장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관광객들의 증가가 이런 좋은 직장을 만드는데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을까?

2007년에 제주도에서 보이스카우트 세계총회가 열린 적이 있다. 그 때에 처음에는 많은 참가자들에게서 엄청나게 비난을 받았다. 이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국제행사를 치른다는 것이었다. 어떤 분은 비행기를 네 번이나 갈아타야 했다고 하소연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사는 마을에서 그 나라 수도로 와서 우리나라 노선이 없으니 싱가폴이나 상해를 경유하고 인천으로 와서 김포에서 갈아타야 했다는 것이다. 그 때에 느낀 것이 우리 제주도가 국제적인 곳이 되려면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싱가폴이나 LA와 직항노선이 있어야 하고, 상해와 일본 대판과는 일일여객선이 다녀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앞으로 삼다수를 수출하기 위해서도 적어도 이 두 곳과는 여객선이 다녀야 한다.)

이런 곳과 직항노선이 생기기 위해서는 야간에도 비행기가 이 착륙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24시간 비행기의 이 착륙이 가능하다면 한 개의 공항으로도 충분하리라고 여겨진다.

우리 고장에 좋은 직장이 많이 생기기 위해서는 24시간 운영되는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이 있어야 한다. 21세기에 국제행사 유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단순히 관광객 숫자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제주의 먼 미래, 도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지 깊이 있는 논의와 합의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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