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이양재 (李亮載) / 20세 때부터 고서화를 수집한 민족주의 경향의 ‘애서운동가’로서, 서지학과 회화사 분야에서 100여 편의 논문과 저서 2책, 공저 1책, 편저 1책 있음. 현재 ‘포럼 그림과 책’ 공동대표, ‘고려미술연구소’ 대표.

1. 성산 신공항의 해법을 위하여

지금 서귀포 성산읍에는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단식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귀포 강정 민관복합항에서의 교훈을 얻지 못하고, 행정만능주의로 밀어붙이는 서귀포신공항 건설계획은 성산읍 주민들을 양분(兩分)하고 있다.

제주도정부는 신공항 부지 발표보다 먼저 그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 보장 대책을 강구했어야 한다. 이제라도 도정부가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 보장을 위하여 먼저 움직이는 것이 좋겠다. 도정부가 먼저 움직여야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된다, 안 된다”는 도정부와 민간의 적대적 평행선 대립을 청산하고, 도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그들을 위한 대책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도정부는 더 이상 평행선을 달리지 말고 현재의 상황에서 개선책이라도 마련하여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일단의 개선책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제주와 서울의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공항에서 가까운 구좌읍 송당리 일대에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목장이 6~7년 전부터 매물로 나와 있었다고 한다. 성산읍 신공항이 발표되자, 도의 어느(?) 몰지각한 과장이 소유자를 찾아가 “여기가 배후도시가 된다. 가격이 오를 거니 팔지 말라”고 망발을 하였고, 이후 소유자는 “전체를 팔겠다는 의사는 철회하고 일부만을 처분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도정부가 송당리 일대를 선 매입하는 것을 제언한다. 그 부동산을 도가 현재 시가로 선 매입하면, 신공항 부지의 모든 소유자들에게 대토(代土)로서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선 매입한 이후에 주민들과 협상하다가 정 안되면, 신공항을 송당리 일대로 정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만한 일이지 않겠는가?

어떻게 하든 우선 도정부는 성산읍과 표선면에 이어 조천읍과 구좌읍도 토지거래 허가지역으로 시급히 지정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이 너무 단순한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이대로 평행선을 달리면 주민과 도정부가 서로 내상을 입게 된다.

반대하는 국민보다 막강한 도정부가 국민을 위한 방안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국가의 수탈이나 희생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은 국가가 보호하고 양육하여야 할 대상이다.

원 지사와 교파는 다르지만 필자 역시 기독교(감리교)인이다 지난 10월 31일은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선언 5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요즘 대개의 기독교 목사들은 유독 ‘신본주의(神本主義)’ 만을 강조한다. 그러나 필자는 구약시대가 ‘신본주의’이지, 예수 이후의 신약시대는 기독교적 의미로는 ‘복음주의’임을 믿는다. 또한 ‘복음주의’는 곧 ‘참 그리스도교적 인본주의(人本主義)’임을 믿는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곧 하나님이 인간을 위하여 희생하였고, 그것이 복음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이유로 신본주의만을 설교하려는 오늘의 교회가 다시 개혁되어야한다고 믿는다. 국민이 없는 나라가 없고, 사람이 없이 종교도 없으며, 사랑의 실천이 없이는 예수에 대한 믿음도 없는 것이다. 사람이 먼저인 것이 사랑의 실천이다.

필자는 성산읍 주민들에게서 생존의 절박함을 읽는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도민이다. 원 지사는 그 절박한 도민들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 그들의 절박함은 생존 문제이다. 그들도 절망 속에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린다. 필자는 그들의 절박한 음성을 원 지사도 들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들의 음성을 듣는 것이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길이다.

2. ‘세계여행탐험박물관’의 건립을 제안함

신공항 문제로 인한 성산읍 주민들의 절박함의 언급에 이어, 공항의 용도라 할 수 있는 관광과 여행에 관련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9월초부터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주최하고 있는 ‘2017제주비엔날레’의 주제는 ‘투어리즘(Tourism)’이다. 영어의 ‘투어리즘’이란 “관광, 관광사업, 관광산업, 관광객”등을 말한다. 그런데 ‘관광(觀光)’이란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구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유사한 단어로는 ‘여행(旅行, Travel)’이란 단어가 있는데, 이 단어는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여행이란 말은 “관광 목적뿐만 아니라 업무를 보러 다른 지역으로 가는 출장(업무) 여행, 다른 지역의 가족이나 친지를 방문하는 가사여행도 여행에 포함”한다.

여행자라는 말의 순 우리말은 ‘나그네’이다. ‘나그네’란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잠시 머물거나 떠도는 사람”을 의미한다. 평안도 사투리나 중국 연변 말에는 남편을 ‘나그네’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 10월 27일 제주도립박물관의 ‘2017제주비엔날레’ 강연에 상명대학교의 주진오 교수가 ‘한국에 왔던 첫 투어리스트’에 대하여 강연한다기에 강연장을 찾았다. 필자는 조선시대의 최부(崔溥, 1454~1504)의 [표해록(漂海錄)]과 강항(姜沆, 1567~1618]의 [간양록(看羊錄)] 등의 고판본(古版本), 신광수(申光洙, 1712년~1775년)의 [영주창화시] 등의 원고본, 사신들의 중국여행 기록인 [동차록(東槎錄)], 중국에서 조선을 찾아온 사람들의 기록인 [황화집(皇華集)], 일본에 통신사로 간 여행가들의 기록 등등을 상당수 소장하고 있다.

또한 1880년대 말부터 서양에서 나온 한국관련 고서, 즉 서양인들의 조선여행기를 수집하기도 하였다. 특히 영문판 [하멜 표류기(The Journal of Hendrick Hamel)] 초판본과 이병도 박사가 번역한 그 국내 번역본 초판본, 그리고 서양인(영국)들의 백두산 등정기, 더군다나 조선을 다녀간 영국화가 ‘핸리 새베지 랜더(Arnold Henry Savage Landor ; 1865~1924)’를 포함한 여러 서양화가들에 대해서는 원고를 써서 25년여 전에 격월간 [가나아트]에도 기고한 바가 있기에, 주진오 교수의 강연을 청강하러 간 것이다. 그 강연에서 주진오 교수는 세 명의 서양인 여행가를 언급하는 중에, 딱 한번 지금은 잊혀 가고 있는 김찬삼(1926~2003) 여행가를 언급한 적이 있다.

김찬삼 여행가. 그는 ‘세계의 나그네’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적인 여행가’이다. 한때 영종도에 그의 ‘세계여행문화원’이 있었고, 거기에는 ‘김찬삼기념관’이 있어 그가 사용한 여권과 신발, 배낭, 나침판, 카메라 등등의 유품과 각종 사진 10만여 장, 일기 편지 등등을 소장하고 전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영종도 개발계획을 내세우는 바람에, 아쉽게도 2013년 11월에 철거하였다.

그런데 연초(年初)에 김찬삼 교수의 유족과 절친한 후배 김연갑씨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선배님, 제주에서 ‘김찬삼기념관’을 유치할 수 있는지 알아 봐 주십시오.”

김찬삼 교수가 남긴 20세기 중·후반의 세계 각지를 담은 10만여 장의 사진은 문화사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 이러한 좋은 자료들이 사장되어 있다는 현실을 보는 필자의 마음은 매우 안타깝다.

요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계 탐험가로는 3인을 지목하는데, 대체적으로 그 3인은 ①김찬삼 ②고상돈 ③박영석 등을 꼽는다. 이 가운데 고상돈은 제주도 도민으로서 1977년 한국인 최초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하였다. 박영석은 1993년 한국인 최초로 산소호흡기 도움 없이 에베레스트 산에 올랐으며, 2004년에는 남극점, 2005년에는 북극점 탐험에 성공하는 등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였다. 이외에도 허영호와 엄홍길 등도 대단한 세계적인 탐험가로 꼽고 있다.

이에 필자는 제주도가 나서서 ‘김찬삼기념관’ 유치를 포함하여 고상돈과 박영석, 허영호, 엄홍길 등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규모의 ‘세계여행탐험박물관’을 제주도에 건립할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그 시작점이 ‘김찬삼기념관’의 제주 유치이다. 이러한 특색 있는 박물관을 제주도에 세운다면 제주도는 관광지로서의 품위를 높이게 될 것이다.

필자는 진주박물관이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으로 개관할 때 20여점의 관련유물을 무상 임대하였다가 몇 번에 나누어 회수한 바 있다. 무상 임대한 지 10여년이 훨씬 지난 후에 제주로 이사 와서야 최종 회수하였다. 만약 제주도가 ‘세계여행탐험박물관’ 건립을 시도한다면, 이번에는 필자의 여행자료(고서 및 고지도 등등) 수집품 수십 점을 영구히 무상 대여할 의도가 있다.

‘김찬삼기념관’의 제주도 유치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 온 김연갑씨는 우리나라 최고의 아리랑 연구 전문가이다. 우리 제주 도정부의 원희룡 지사나 제주도 의회에서 이런 사업에 의지가 있으시다면, 조속히 연결시켜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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