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 제주 협동조합 활동가들은 협동조합 온리의 김명진 대표와 만났다.

협동조합 온리는 폐자원을 소재로 아이디어와 디자인, 기술, 인간적인 손길을 거쳐 친환경 문화 수공예로 ‘되살리고’ 있는 지역대안기업이다.

▲서울 북촌에서 제주 협동조합 활동가들이 김명진 협동조합 온리 대표와 만났다.@제주투데이

이름처럼 온리는 전주 고유의 전통과 친환경,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신개념 공장수공업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다.김명진 협동조합 온리 대표는 2012년 전주에서 리사이클링 디자인 사업을 시작하면서, 전주의 예명인 ‘온고을’과 리사이클링의 ‘re’자를 따서 이 기업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경제 기업을 운영하면서 기존의 생산이나 유통, 영업방식을 잊어버릴 것을 강조했다. 경제활동의 내용이나 콘텐츠가 다르니 담아야 할 그릇도 일반 경제활동과 달라야 한다는 것.

이에 온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고, 그 결과 연 수십억원의 매출과 20개국 수출, 수억원의 수익나눔을 실천하는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서울 북촌 청담거리에 위치한 협동조합 온리의 종이정원@제주투데이

지역의 전통과 예술을 자원화하다

Q.처음 협동조합 온리를 시작한 계기는?

-전에 아름다운 가게에서 현수막 만드는 일 하거나, 희망제작소에서 지역온고을센터나 완주로컬푸드 등을 기획했었다. 그러다가 아름다운 가게에서 사용하지 못한 옷들을 리사이클링 하면서 생산공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리사이클링 과정에서 다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부분도 생기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줄일지, 다른 제품들과 어떻게 가격경쟁을 할지 원가, 노동강도는 어떻게 정할지 등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게 됐다.

이곳에서 다른 지역에서도 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디자인은 의미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주의 전통적인 생산기법이나 고유문화를 자원화해서 리사이클링 제품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지역 정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분들이 지역작가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처음부터 전주기념품은 그분들을 통해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 북촌에서 제주 협동조합 활동가들이 김명진 협동조합 온리 대표와 만났다.@제주투데이

“사회적 경제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따로 있다”

Q. 온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방법은?

-회사를 만들 때부터 원재료 확보부터 생산, 유통, 수익나눔까지 모든 과정자체를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로 설계했다. 그런 부분을 정부에서 높게 평가해 협동조합비즈니스모델 선발대회에서 처음 우승할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도 이런 모델은 유래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비즈니스모델은 수입을 가지고 좋은 곳에 쓰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활동의 모든 과정이 지역이나 어려운 분들과 함께하는 선순환 방식이다. 우리 회사의 종이카드는 보기에는 작은 종이카드에 불과해보이지만 무려 6가지 산업이 융복합돼있는 제품이다. 회사를 만들고 4년 내내 모델을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다. 특히 제품을 수출하려면 수공예제품 하나 만드는데 3주 이상이 걸린다. 저희는 거기에 드는 인건비를 처음부터 시급 8천원이 넘을 정도로 제대로 만들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

또한, 지식재산권이나 저작권료만도 작가들에게 1천만원이 넘을 정도로 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개 수출을 하려면 단가를 원래 가격의 35~40%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그러면서 일반 제품과 경쟁해야 한다. 그런 작업들이 끊임없는 도전이면서 작업이다.

수공예 모델은 가치를 인정하는 이유가 생산과정이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모든 제품을 일반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도전과제 중 하나다.

▲종이정원에서 판매하고 있는 종이카드의 모습@제주투데이

협동조합의 4가지 비즈니스모델

Q. 온리가 지향하는 비즈니스모델은?

협동조합 온리가 가지는 비즈니스모델의 4가지 특징이 있다.

첫번째는 위에서 설명했듯 비즈니스 모든 과정이 지속가능한 선순환이 되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두 번째가 수공예 방식이 가진 경쟁력이다. 수공예라는 생산방식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3D업종이며 전근대적인 생산방식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일본이나 유럽에는 가내수공업 방식이나 장인정신이 지금도 살아있다. 수공예 방식은 회사의 매출이 늘면 생산인력도 따라서 늘어나는 굉장히 인간적인 생산모델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는 비즈니스 전 과정 자체가 지역의 전문적인 단체들과 협업 체계를 갖춘다는 점이다. 처음에 일자리사업을 할 때부터 우리는 시니어 인턴쉽이나 이주여성센터에서 연수과정으로 직원채용했다. 우리는 지역의 전문화된 기관과의 협업이나 MOU를 6건 정도 진행했다. 작년에는 ‘작은 몬드라곤’ 프로젝트라고 해서 6개 협동조합들과 함께 네트워크작업을 하기도 했다.

네 번째는 이 과정이 하나의 모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든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더 크게 봐서 우리나라나 전주에만이 아니라 동남아나 아프리카, 남미 등 도시화와 산업화를 겪는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전세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모델링 시험을 하고 있다. 유통도 마찬가지다. 일반 유통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다른 구조가 필요하다.

▲제주 협동조합 선진지 참가자들이 종이정원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제주투데이

“왜 나는 협동조합을 하나?”

Q. 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텐데.

-협동조합을 하는 분들에게 왜 협동조합을 하는지부터 묻고 싶다. 사람들을 돕고 싶다면 협동조합보다는 일반기업형태가 훨씬 낫다. 한국에서 협동조합은 하드코어 중의 하드코어다. 자금조달도 한계가 있다. 홍보에 한해서만 가능할뿐 기본적으로 크라우드 펀딩도 할 수 없다. 주식도 없고, 인프라나 공무원의 이해수준도 낮을뿐더러 맨파워도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에서 협동조합은 제로베이스에서 하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에 개척과정이 너무 어렵다.

현재 사회적협동조합의 운영만 들여다봐도 서로 협동이 안 된다. 일반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서로의 물품을 구매하고 있나? 자활기업의 물품을 얼마나 매입했는지 보면 안다. 언제까지 공공조달이나 CSR에 매달려야 하나. 이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비영리단체의 적은 비영리단체’이라고 한다.

선순환구조도 말뿐이다. 지금 사회적 경제 기업의 80~90%는 기존 판매방식으로는 발전이 불가하다. 우리도 길거리부터 현대미술관까지 가서 판촉했지만 전혀 팔리지를 않았다. 콘텐츠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유통채널이 따로 있다.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영업의 노하우가 먼저 필요하다. 또한 배우고 공부하고 끊임없이 도움을 청해야 한다. 다른 업체간의 MOU는 필수다.

이런 비즈니스모델을 고민하고 발전시켜온 덕에 처음 기본자금 130만원에서 시작해서 2년만에 만 배 이상의 수익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서울 북촌 청담거리에 위치한 협동조합 온리의 종이정원@제주투데이

콘텐츠와 나누는 마음이 성장의 지름길

Q.제주에서 협동조합을 하면서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콘텐츠와 나누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지역공동체에서 자신들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사회적경제기업은 회계부문이 약하다. 이것을 공공업무로 운영하면 보완할 수 있다. 영업도 공동지서를 만들어서 운영하면 좋은 방식이 될 수 있다.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는 나중에 사회적기업을 끊었다. 우리만의 색깔이 필요했다. 현재 사회적 기업에 들기 위해서는 주40시간을 무조건 일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주15시간만 일해도 되는 정규직을 원한다. 몸이 불편한 분들은 주40시간 일하는 게 무리다. 사람이 필요하지 주40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다. 또한 운영위를 무조건 운영해야 하는데 총회가 있는데 운영위가 무슨 필요가 있나. 문서업무가 80~90%나 된다. 총회 4번으로 규정변경해야 하는데 사람들 모이는 게 쉽나.

조합원과의 갈등도 문제다. 그럴때는 출자금만큼의 권한을 주어야 한다. 출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만 믿어라. 정말 협동조합을 돕는 사람인지는 어려울 때 금방 드러난다.

안정적인 자금도 필요하다. 사회혁신금융 같은 것을 운영해서 자금을 만들어라. 지역협동기금이나 재단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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