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위대 했고 촛불은 끝나지 않은 우리의 미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랬다.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밝힌 ‘촛불 집회 1년’의 회고에서다.

대통령의 회고대로 ‘촛불은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실현했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해 가을 밤,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에서 타 올랐던 촛불은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분노의 불꽃이었고 응징의 용광로였다.

"이게 나라냐"는 구호가 많은 이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뜨겁게 뜨겁게 불꽃을 피워냈다.

사실상 이러한 ‘촛불의 뜨거운 열망’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통합된 국민의 요구가 만들어 낸 것이었다.

그만큼 국민의 기대가 높았다. 희망도 부풀었다.

이러한 기대와 희망에 부응하듯 문재인정부의 출발은 산뜻했다.

낮은 자세로 임하는 대통령의 파격적인 ‘탈 권위 행보’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격식을 따지지 않고 국민눈높이에 맞는 이웃 아저씨 같은 소탈하고 친근한 ‘스킨십 소통’에는 작약(雀躍)했다.

환호작약(歡呼雀躍)은 일단 여기까지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우려의 목소리가 돋아나는 가시처럼 따끔하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채 6개월도 안된 시점이다.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고 조용히 격려를 보내야 할 ‘허니문 시기’인 셈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 나오는 평가는 부드럽지가 않다. 까칠하다.

아무리 시류의 변화가 조석변(朝夕變)이라 해도 그렇다.

문대통령의 국정운영 키워드는 ‘나라다운 나라’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는 따지고 보면 정체성이 모호한 개념이다.

어떤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인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대비시킬 모델도 마땅치가 않다.

다만 대통령 취임사를 근거로 한다면 어림잡을 수도 있다.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정리할 수 있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로 미뤄 ‘정의로운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인 셈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반칙과 변칙이 없는 세상’, ‘안심하고 차별 없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나라다운 나라’다.

여기서는 튼튼한 안보와 제대로 된 경제, 사회적 정의가 조화롭게 얽혀 강물처럼 흘러가야 한다.

그런데도 촛불 광장의 구호였던 “이게 나라냐”는 일각의 쓴 소리가 부메랑처럼 문제인 정부를 향하고 있다.

최근 드러난 국정운영 난맥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어선 납북(拉北)미스터리’, ‘북핵 규탄 UN 결의안 기권’, ‘대(對) 중국 3불(不)외교 정책’, ‘부적격 장관급 인사 추천 논란’ 등은 ‘문재인 정부 공격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먼저 어선 납북 미스터리다.

‘391흥진호’는 복어 잡이 어선이다. 지난달 16일 출어하여 북한쪽 수역으로 넘어가 조업하다가 21일 오전 1시30분쯤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이후 27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새벽 남측 어선 391 흥진호가 동해의 북측 수역에 불법 침입해 단속됐지만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27일 돌려보내 준다’고 보도 했다.

남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극도의 긴장 국면이다.

북이 언제, 어떤 식으로 도발 할지 해군을 비롯한 군경의 경계심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심각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어선 납북 7일 동안 깜깜이었다.

어선 납북 기간인 25일에는 대통령이 프로야구 시구를 위해 지방행이었다.

자국 어선이 납북되어 피랍어민들의 생사도 알 수 없는 채 북한에 억류되었는데도 북한의 보도를 듣고서야 알아차리는 나라, 국가안보와 대공치안이 실종되거나 허물어져버린 나라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일주일만의 납북 어부 귀환은 다행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이며 나라다운 나라인가. 경악을 금치 못 할 일이다.

또 있다.

10월 28일, UN 총회 제1위원회에서 핵확산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북핵 규탄 결의안을 내놨다.

여기서 북핵 도발 위기의 최대 당사국인 한국이 기권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을 포기하라고 뜻을 모우는 상황에서 북핵 안보위기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기권을 했다면 세계가 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게 ‘나라다운 나라’의 국제 공조 태도인가.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양다리 걸치고 진행하는 외줄타기외교는 미래안보 불안 요인이 될 것이다.

한국과 중국 양국은 10월31일, ‘한반도 사드배치로 불거진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위해 ’협의문 형식‘의 공동문서를 발표 했다.

‘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미국미사일 방어체계(MD)체제에 동참하지 않는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화 외교장관이 미리 밝힌 내용이 핵심이다.

중국의 사드보복 해소는 바람직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 안보에 치명적이고 엄청난 영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한미동맹과 한일관계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안보외교 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외줄타기 안보외교와 대(對)중국 항복문서나 다름없는 이른바 ‘3불(不) 굴욕외교’를 벌이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인가.

여기에다 정부의 장관급 인사의 난맥상에 대한 일반의 평가는 야박하고 싸늘하다.

문대통령은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을 ‘고위공직 배제 5대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정부가 내정했던 고위직 후보자들은 거의가 이 같은 5대원칙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었던 인사들이었다. 결국 6명이 낙마하는 인사 참사를 낳았다.

최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내정자도 편법 증여 등 각종 재산 관련 의혹으로 논란을 부르고 있다.

부의 대물림을 철폐해야 한다면서 증여세 증액 법안까지 주도했던 본인은 ‘쪼개기 증여’의 편법을 동원했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절세와 탈세의 경계선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고 감싸고 있다.

변명은 구차스럽고 논리는 해괴했다.

임명 철회가 부담이 된다면 본인의 자진사퇴가 정답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 때문에 ‘정부 출범당시의 기대와 희망이 실망을 넘어 절망적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겠다”는 대통령의 진정성과 순수한 열정이 “이게, 나라다운 나라냐”는 된소리로 돌아온다면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아직 임기는 ‘4년 6개월’이나 남았다. 단추를 잘못 꿰었다면 바로 잡을 시간이나 기회는 충분하다.

지난 6개월 집권을 되돌아보고 몸을 추슬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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