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공문을 몇 번을 보냈는데 지금까지 도지사나 국장에게 보고도 안합니까!”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7일 오후 제주시평생교육원에서 '제주시 동지역 마을회장과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제주시평생교육원에서는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몇 년째 제주도지사와 도청 국장들에게 공문을 보냈지만 도정에서 제대로 인지도 못하고 있자, 답답하다며 분개하고 나선 것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7일 오후 2시 30분부터 제주시평생교육원 강당에서 ‘제주시 동지역 마을회장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79명의 마을회장들이 참석했으며 약 20여명의 마을회장들이 기다렸다는 듯 원 지사와 국장들에게 묵혀왔던 민원을 쏟아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마을회관 운영비 지원, ▲봉개 행복·임대 주택 주차시설 확충, ▲마을지원사업 조속 추진, ▲안전 통학을 위한 인도 개설 요청, ▲버스노선 종점 변경, ▲도로폭 개선 등의 애로사항에 대한 건의가 이어졌다. 특히 봉개동의 LNG 배관 매설와 제주국제공항의 소음 문제에서 해당 마을회장들이 분개하고 나서기도 했다.

▲제주시 동지역의 한 마을회장이 원지사에게 건의를 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주민설명도 없이 강행하는 LNG 필요없다"

고종수 봉개동 마을운영회장은 “애월읍에서 LNG 가스관이 봉개동 아봉로를 지나는데 주민설명회 한번 없었고 7월에 공문을 보내도 답장도 없었다”며 “국책사업이고 공기업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도 없이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고 회장은 “어떤 공무원이 민원이 적게 하려고 했다고 하던데 봉개동이 인구가 적어서 이곳을 택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고 회장은 “LH공사에서 행복주택을 짓고 있는데 540세대가 들어오고 있어 주차문제가 심각해 이 문제로 도지사와 국장에게 공문을 보냈는데 받은 사람이 있느냐”며 “책임을 지고 맡겠다더니 회신도 없고 보고도 못 받고 도정은 뭐하는 거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고원주 도련1동 마을회장도 “도련동 지역에 3,300평 부지에 LNG가스공급관리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되려면 도시계획결정이 나와야 하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가 직접 설명회 요청하기 전까지 주민설명회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고 회장은 “도청 직원은 사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면서 하는 말이 싸게 가스를 쓸 수 있다는 답변을 하더라”며 “우리는 싼 가스 안 써도 된다. 발전소에서 내려오는 라인을 가정집에서 쓸 수 없는데 무슨 말장난이냐”며 분개했다.

▲제주시 동지역 마을회장들이 원지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제주투데이

"제주국제공항 피해주민 외면하나"

한편 제주국제공항 주변 마을에서도 소음문제 등 피해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문병열 다호마을 회장은 “공항 인프라를 확충한다는데 소음피해보상도 없고 대체도로나 일주도로가 없어지고 마을 도로를 공항이 가져가면서 아무런 지원도 없다”며 “주민들은 숨도 못 쉴 지경인데 도에서는 아무런 답도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현상모 이호동 오도마을회장도 “소음피해와 관련해 용담동에 보청기 사업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의료지원비가 35만원에 불가한 탁상행정”이라며 “공항 중장기 계획을 세우면서 현장을 돌때 다호마을만 돌지말고 이호동과 도두동, 용담당도 함께 돌아달라”고 요구했다.

불러도 대답없는 민원과 문서

이밖에도 다른 마을회장들도 각자의 고충사항을 말하면서 행정과 소통이 되지 않는 부분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삼았다. 적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몇 년간 문서를 보내거나 민원을 해도 요지부동이라는 것.

아라동의 한 마을회장은 "4년 전부터 민원제기를 했지만 현장검사도 다 해놓고 용역이 끝나는대로 주민설명회하겠다고 해놓고 담당자가 바뀌어서 모른다고만 하더라"며 "담당자가 바뀌면 약속했던 업무도 그냥 묻혀버리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용담동의 한 마을회장도 "관공서끼리 서로 책임을 미루고 민원을 와도 불친절하고 대답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제대로 답변하고, 말로만 끝나지 말고 제대로 처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주민들의 건의나 질문에 대해 답을 하고 있다.@제주투데이

이에 원희룡 지사는 “사전절차, 민원문제는 행정이 할 수 있는 문제이니 일제점검을 해서 앞으로 나오는 문제는 되는 것은 되는대로 안되는 것은 왜 안되는지 충분한 설명을 하고, 주민설명회도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원 지사는 “묵힌 부분이 있었다는 점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문제점을 봤으니 앞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며 “쓴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답변이 불충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주제나 사안별로 5-6명 정도로 간담회를 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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