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한상용/ 공학박사(고려대), 기계기술사, 현재 ㈜SCT 상무

가을이 한창 노란색, 주황색으로 익어가고 있다

고향 제주는 한라산 정상에서부터 너른 등을 휘감아 단풍이 한창이겠고, 웃 드르 아랫 드르에는 억새가 하얗게 영글어 가을 손짓을 하고 있을 시절이다.

도시 생활에 몸이 지쳐있을 때는 아내와 함께 강북에서는 그래도 가까운 포천에 온천을 가곤 한다. 포천의 유명한 제일유황온천, 그리고 산정호수 옆 한화리조트 내에 있는 알칼리수 온천을 즐겨 다녀온다. 지난 주말에는 날씨도 쾌청하여 자가용을 몰고 온천욕을 할 겸 산정호수로 갔다. 산정호수가에서 간식을 먹고 온천탕에 들어가 두어 시간 따뜻한 알칼리수 온천탕에 몸을 담그면 온 몸이 나른하고 상쾌하기가 그지 없다.

명성산 아래 산정호수는 세계적으로 볼 때는 이름 없는 하나의 작은 호수이지만, 국내에서는 산으로 둘러 쌓인 산정호수로는 꽤 큰 호수로 생각된다. 그러기에 산정호숫가를 거닐고 있으면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에 담겨있는 물을 생각하며 백록담 호수의 빈약한 담수량에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필자는 제주인이라 하면서도 백록담 정상에는 겨우 두 번 밖에 밟지 못했었다. 그런데 백록담에 섰을 때나 또는 사진에 담긴 백록담 전경을 보면 담수의 량이 아무래도 불만스럽다.

백두산 천지 호수에 비하면, 백두산정 둘레가 한라산의 몇 배가 넘긴 하지만, 백록담 호수의 넓이 깊이 모두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빈약하다. 일본에 거주할 때 닛꼬 지방을 구경 갔었는데, 산 정상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야말로 넓은 호수, 아니 바다가 아닐까 할 정도로 규모가 컸고 그 감동도 컸었다.

모름지기 산 정상의 호수는 물이 있어야 좋고, 기본 저수율이 높아야 경관의 운치를 더 할 수 있다. 그러면 한라산의 담수량을 풍부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그에 대한 연구는 필요한 것 같다.

우선 간단한 예만 적시해 보려 한다.

첫째 백록담 자체적으로 기본 저수율을 높이는 방법,

둘째 정상 부근의 쓸만한 저수지에서 물을 운송하여 백록담 기본 수위를 높이는 방법, (펌프 및 배관 사용)

셋째 소방헬기로 인근 저수지의 물을 퍼 나르는 방법.

우선, 한라산 정상 동편 지척간 거리에 있는 사라오름 산정호수의 물을 떠올려 본다. 사라오름 산정호수는 갈수기를 예외로 하고 대체적으로 저수율이 풍부한 편이라 생각한다.

이와는 별도로 백록담의 담수량이 왜 갈수록 저하되는지 원인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호수바닥이 다를 수가 있다. 백록담 근처에는 나무가 많지 않다. 그래서 낙엽이 없고 대신 바닥에 잔디나 흙이 드러난다. 반면 사라오름 주변에는 나무가 울창하여 많은 낙엽이 호수로 떨어져 쌓이게 된다. 그런 연유로 바닥에 쌓인 낙엽이 오랜 시간 뻘이 되어 갈수기에 뻘이 드러나는 게 아닌가 생각해 불 수 있다. 낙엽이 쌓인 뻘은 물을 머금고 있고 바닥으로 배수되는 양을 서서히 배수 시키므로 비가 적당히 내려주면 담수량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여겨 진다.

어떻든 갈수기를 예외로 하고 사라오름 산정호수의 물은 풍부하고, 그래서 호수를 찾는 방문자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여러 주변 경관을 둘러보며 트래킹을 할 수 있다. 부분 부분 설치되어 있는 전망대에서 조망해 보면, 동편 산자락의 오름 군락에서부터 녹색 들판 그리고 도시의 건물, 집 들이 손에 잡힐 듯 하고 더 멀리 푸른 태평양이 하늘과 맞닿아 아늑한 고향의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그래서 굳이 산 정상에 있는 백록담으로 가지 않고 다시 하산해도 아쉬움이 없는 마음은 사라오름 산정호수의 넘실대는 물 때문이리라.

물론 백록담까지 더 높고 먼 길을 왕복 걸어야 하는 고생스러움에서 정상에 가기를 포기하는 것이 주요한 이유이기는 하다. 따라서 오랜 시일이 걸리겠지만 백록담 정상 둘레 등에 식목을 할 수 있으면 삭막함 대신 경치가 더욱 돋보일 것이며, 낙엽들이 자연적으로 호수 바닥으로 쌓이게 되면 혹 기본 담수량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낙엽 대신 호수바닥에 고운 모래 또는 자갈을 깔아서 담수량을 높이는 방법도 이론 검증이 된다면 시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는 인위적으로 백록담 가까이 저수되어 있는 물을 백록담 호수로 이송하여 기본 저수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만약 사라오름 산정호수(1,325 미터) 물이나 그만한 등고선에 풍부한 샘물 또는 저지가 있다면 펌프와 배관을 이용하여 낮은 곳의 물을 백록담 산정으로 이송할 수가 있다. 그러나 미관상 문제나 혹은 원천수의 고갈 등 문제가 없는지는, 선행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는 원거리에 있는 한천저수지 또는 어승생 저수지 같은 저수지의 물을 소방헬기를 동원하여 몇 차례 백록담 산정으로 이송하여 물을 뿌려 줌으로써 호수의 기본 저수율을 높여 놓을 수가 있다. 이 경우 소방헬기가 위험 없이 백록담 산정에 접근 가능한지 우선 안전성 검토가 되어야 하겠다. 그리고 다시 갈수기에 수위가 저하되면 또 소방헬기 수송이 필요하게 된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본인이 백록담 호수의 빈약한 담수량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약간 무지하고 억지에 가까운 주장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백록담의 기본 저수율을 높이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여 백록담의 운치를 더하고 미래에 관광객들을 더 많이 유치하는 데 기여한다면, 꼭 검토를 해야하는 사안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다가 창 밖을 바라보니, 가로수 길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이글을 시작할 때 보다 더욱 노랗게 물든 것 같다. 내년에는 더 나이가 들어 다리근육이 약해지기 전에, 벗이든 또는 사랑하는 아내이든 동반자와 함께 백록담 정상을 올라 그 푸른 물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오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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