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을 타고 물들기 시작했던 한라산의 단풍은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서서히 겨울을 준비하고

울창한 원시림 속 계곡에는 오색빛깔 가을단풍이 절정을 맞으며 가을빛이 내려앉았다.

1100도로변에서 한라산 둘레길 '천아숲길' 임도 2.2km 구간은

포장되어 계곡 입구까지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한라산 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에 남아 있는

일제강점기 병참로(일명 하치마키도로), 임도와 표고버섯 재배지 운송로 등을

활용한 80km의 둘레길(환상의 숲길)을 말한다.

자연과 에코힐링하는 환상숲길 한라산둘레길은

천아수원지~돌오름~거린사슴오름 ~무오법정사~시오름

~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수악교~이승악~사려니오름~물찻오름

~비자림로 등을 연결하는 환상숲길로 5구간이 조성되어 있다.

바람 한점 없는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

울창한 자연림이 펼쳐지는 오색단풍과 어우러진 계곡

빨갛게 타오르는 단풍, 황금빛으로 빛나는 단풍 그리고 홀로 녹색의 소나무는 단연 눈길을 끈다.

천아숲길 가을 단풍 삼색의 조화로움은 가을빛이 만들어내는 도화지 위에 수채화를 그려내며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단풍은 가을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천아숲길은 돌오름에서 천아수원지까지 10.9km의 구간으로

돌오름, 한대오름, 노로오름, 천아오름 등이 분포한다.

한라산중턱 해발 1000고지 일대에 검뱅듸, 오작지왓 이라고 불리는 '숨은물뱅듸'가 있고

무수천계곡으로 흘러가는 수자원의 보고인 광령천이 내려오는 곳에

천아수원지와 인근에 어승생수원지가 위치한다.

계곡을 가로질러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울퉁불퉁한 돌길이 이어지고 이내 푹신한 낙엽길로 안내한다.

힘없이 하나, 둘 떨어져 바스락거리는 바싹 마른 잎

나뭇잎이 주는 풋풋한 향기와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에 정신을 뺏기는 동안

먼지 폴폴 날리는 흙길은 또 다른 매력을 더해주며

가을색을 깔아 놓은 낙엽길로 들어간다.

연초록의 부드러운 봄의 새순은

여름 뜨거운 햇살에 푸르름을 더해가고

신록의 계절은 초록으로 보이는 엽록소가 파괴되어 붉게 변하면서

서서히 아름다운 색깔의 향연이 펼쳐지고

가을이 깊어가면서 만들어지는 가을 표정은 여러 빛깔을 만들어내며

가을 단풍의 숲으로 깊게 들어간다.

가을내음이 물씬 풍겨나는 숲길의 아침 

숲이 주는 맑고 깨끗한 공기

바스락거리는 기분좋은 낙엽밟는 소리와 푹신한 낙엽길이 주는 편안함에  

무거웠던 다리는 한결 가벼워진다.

나무잎 사이로 들어오는 가을햇살과 뺨에 닿는 기분좋은 작은바람

누군가 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었던 흔적

돌탑 계곡은 모두에게 에코힐링할 수 있는 계곡의 아침을 노래한다.

한 발짝 내디딜때마다 사각사각 기분좋은 소리를 내는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숲길

단풍 사이로 들어오는 초록의 제주조릿대가 싱그럽다.
 

제주조릿대는 제주특산식물로

예로부터 다양한 질병의 약재로 사용되어 왔다.

혹독한 추위와 적설을 견디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60~100여년간 생존하며

일생에 딱 한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사멸하는 식물이다.

한라산둘레길에는 제주조릿대가 널리 분포하고 있는 구간이 많다.

끝없이 펼쳐지는 제주만의 독특한 숲길은

길 모퉁이를 지나면서 새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가을동화의 주인공처럼 아름답고 멋스런 길이 계속 이어진다.

 

계곡을 시작으로 노로오름 삼거리까지 5.5km 거리다.

수직의 삼나무 숲길을 지나

노로오름으로 가는 등성이는 조릿대가 점령을 해버렸다.

두 눈을 감고 잠시 서서 억새에 스치는 바람소리

가을이 익어가는 숲길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

새들의 늦은 도시락이 되어 줄 아름다움을 뽐내는 빨간열매의 유혹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생긴다.

 

조릿대에 점령당한 '노로오름'은 예전에 오름 일대에

노로, 노리(노루의 제주어)가 많이 서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작은 언덕의 낮은 세 봉우리가 딸려 있어 기복을 이루며 연결되고

노로오름의 동사면에는 삼나무가 조림되어 있고  

전사면은 자연림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며

제주조릿대가 넓게 분포한다.

정상에서는 한라산 치맛자락 타고 내려온 겹겹이 이어지는 오름군락

가을이 만들어낸 색채는 열두폭 병풍에 수채화를 그려내듯

마법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늦가을의 또 다른 매력...

땅 위에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기다린다.

죽은 나무 위로 또 다른 생명이 싹을 틔우고

한여름 아름다운 빛깔로 유혹하던 '참여로'의 흔적

조릿대 사이로 으름난초의 말라가는 열매가 얼굴을 내민다.

흙길로 이어진 길 옆으로 삼나무가 앞을 가로막는다.

누군가 표시해 놓은 막걸리병은 족은노로오름 굼부리로 이어진다.

족은노로오름 굼부리는 바짝 말라 있고,

앙상한 가지와 새들의 늦은 도시락은 빨간열매만을 남긴 채

겨울로의 여행을 서두른다.

숲을 빠져나오니 출발했던 계곡의 가을빛에 다시 멈춰 섰다.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절정에 이룬 계곡의 붉게 물든 오색단풍은

가을이 주는 너무나 매력적인 최고의 선물이다.

가을향기에 푹 빠져 걸었던 천아숲길은

가을이 되면 단풍산으로 바뀌는 내장산이 부럽지 않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원시의 숲, 한라산둘레길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제주 자연이 주는 숨은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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