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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제주해녀문화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초빙교수
제주투데이 | 승인 2017.11.12 04:49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바다환경과 신규해녀가 우선이다'

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초빙교수

최근 제주도가 9월 셋째주 토요일을 ‘제주 해녀의 날’로 지정했다. 그동안 9월과 10월을 오가며 10주년을 맞이해 온 제주해녀축제도 내년부터는 이 날에 거행될 예정이다. 해녀의 날은 2009년에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 보전 및 전승에 관한 조례’에 의거해 운영키로 명시된 조항이다. 해녀문화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전승해 나가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 점에서 보면 이제야 해녀의 날을 지정하게 된 것이 의아스러울 정도로 늦은 감이 있다.

더욱이 그 이유가, 각계각층이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하는 바람에 최적의 답을 찾느라고 늦어졌다니 말이다. 게다가 지난 2016년 11월말,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됨에 따라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단다. 설문은 2개월에 걸쳐서 도민, 수산업관계자, 해녀, 전문가 등 500명에게 대면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응답자의 42%인 210명으로부터 ‘해녀축제일이 적정하다’는 응답을 얻어냈다. 이로써 7년 만에 ‘제주 해녀의 날’이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당사자인 해녀 삼춘들에게 송구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사실 제주 해녀의 날로 지정된 9월 셋째 주 토요일은 정작 '국제 연안정화의 날(International Coastal Cleanup'이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해양환경 행사로, 미국의 민간환경단체인 오션컨서번시(Ocean Conservancy)가 주관한다. 이 날을 기점으로 며칠간 전 세계 100여 개 국가들이 바다쓰레기 청소활동에 돌입해 들어간다. 현장에서 쓰레기 발생 원인을 행동별로 관찰·조사해 쓰레기 투기 행동을 구체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게 대표 행사다.

1986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에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참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수집된 바다쓰레기 분석 자료는 지역 특성에 맞는 시민캠페인과 교육·홍보 자료로 활용된다. 2015년에는 6만 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해 7,000 톤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때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바다 거북이들이 먹는 가장 흔한 쓰레기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라는 것이다.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이나 끈, 빨대를 먹이로 오인해서 섭취하다가 배에 플라스틱 조각이 가득 차거나 식도가 막혀서 신음하며 죽어간다. 해마다 세계적으로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동물이 플라스틱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다.

이 플라스틱의 연안 침범은 제주 바다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해녀들이 물질하는 바다에 잠수해 들어가 보면 플라스틱 병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어져 있다. 포구를 중심으로 해서 축항이나 갯바위 주변의 바다 속은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깡통과 플라스틱 용기로 뒤덮여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정 제주의 상징인 삼다수병들도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역을 하고 있다. 이따금 태풍이나 폭풍이 불어쳐서 바다를 뒤집어 놓으면 이것들이 해변 가득 올라와서 플라스틱 더미를 이룬다.

게다가 어디선가 밀려드는 정체불명의 생활쓰레기와 스티로폼, 건축 폐자재, 찢어진 그물 등을 보면, 바다가 총체적으로 오염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소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해녀들이 즐겁게 작업하던 옥토가 감태나 톳, 몸, 미역, 청각 등의 해조류를 찾아볼 수 없는 사막으로 변해 있다. 해조류가 풍성하게 덮여 있어야 할 바위에는 석회조류가 허옇게 달라붙었다. 보말과 소라, 오분작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산돌’들이 이제는 만지면 푸석거리며 먼지를 일으키는 ‘죽은돌’이 되어버렸다.

해조류와 패류를 가리지 않고 바다 자원을 씨가 마르게 고갈시키는 백화현상은 바다사막의 원조다. 결국 백화한 곳은 물고기도 더 이상 살 수 없어서 떠나버리고, 결국은 죽은 바다라 할 수 있는 바다의 사막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바다 사막은 생활하수, 양식장, 오폐수 등의 유입으로 그 면적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만큼 해녀들이 물질할 바당밭과 숨비질 해서 잡아 올릴 물건이 줄어든단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해녀의 소득을 감소시킴으로써 해녀들로 하여금 더 수입이 좋은 감귤밭이나 식당, 호텔, 펜션 등 관광산업 쪽으로 떠나가게 하는 원인이 된다. 2014년 기준, 제주 해녀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715만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3년보다 7%(54만원) 가량 감소한 것이며, 전국 어촌가구의 연평균 어업소득(1,223만원)의 58% 수준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러한 소득의 감소현상은 기존 해녀들로 하여금 신규해녀의 가입을 기피하게 만든다. 어촌계별로 작업 구역과 일수가 제한되어 있는 환경에서 새로운 해녀가 들어오면 그만큼 개인별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바다오염이 해녀수를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점에서 보면, 국제연안 정화의 날을 제주 해녀의 날로 지정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결정으로 간주된다. 더불어서 제주 해녀가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만큼, 이제는 좀 더 국제적인 시각으로 환경적 책임과 사회활동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지속가능 경영의 3대 핵심 요소 중에서 경제와 환경이 제주해녀가 직면해 있는 복합적 현안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내년부터 열리는 제주해녀 축제에서는 물질 대회나 소라잡기 체험뿐만 아니라 바다 쓰레기 채취 대회 같은 행사도 추가하면 어떨까 싶다.

한편 해녀의 날을 추진해 온 제주도 해양수산국은 ‘이를 계기로 제주 해녀들의 위상과 자긍심이 한층 더 높아지게 되었다’는 정책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실은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부터 비로소 해녀들의 고된 노동과 희생으로 유지되어 온 공동체의 가치가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동시에 해녀들의 입에서는 그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었던 불편한 진실, ‘천대를 받았다’는 해녀 직업의 실상이 공개적으로 토로되기 시작했다. 물질하는 작업복이 소중이에서 고무옷으로 바뀌던 날, ‘이제는 해녀의 이름으로 이 옷을 입고서 관덕정에라도 갈 수 있겠다’ 싶은 설움이 복받쳐서 눈물을 삼켰다는 해녀들, 벌어먹을 돌랭이(작은밭)만 있어도 목숨 거는 물질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삼춘들, 자식에게는 결코 해녀 직업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어머니들의 고백은 참으로 ‘해녀’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노동 현장의 아픔이었다. 이는 또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이 세대와 세대를 거쳐 전승하고, 공동체와 집단에 정체성과 지속성을 부여하며, 공동체간 상호 존중과 지속가능 발전에 부합해야 한다는 특징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풀어나가야 할 미래과제를 던져 준다.

이에 제주도는 유네스코 등재 이후의 제주해녀문화 가치를 제고하고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 ‘제주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 상의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하였다. 2017년도부터 5년간 추진될 제2차 기본계획은 해녀문화전승과 소득보전 사업 등 69개 사업에 총사업비 1,223억원이 투입된다. 주요 추진전략으로는 1)제주해녀의 자긍심 고취 및 가치 확산, 2)제주해녀문화 전승 및 교육과 연구지원 강화, 3)해녀중심의 구심력 확보 및 정책지원 조직의 다각화 추진, 4)제주해녀 국제위상 제고 및 브랜드화를 통한 산업 육성, 5)제주해녀 문화체험마을 조성 추진, 6)제주해녀 육성 등이다. 세부적으로는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어업을 UN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제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과 함께 3관광을 수여받음으로써 해녀의 위상을 한껏 높일 계획이다.

또한 현직 제주해녀들의 인명록을 제작하고, 제주뿐만 아니라 한반도 및 동아시아로 진출한 해녀들의 다양한 삶의 체험 장으로서 ‘해녀의 전당’ 도 건립할 예정이다. 이러한 시책들은 일면 제주도가 유네스코 자연환경 분야의 ‘트리플 크라운’이라 부르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09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처럼 행사를 위한 보여주기 행정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일련의 인증들은 2011년에 제주도정이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추진함으로써 전시행정의 속셈과 민낯을 드러낸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상의 정책들이 실제로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에 직결되려면, 중요성과 긴급성을 두고 우선 순위에 따라서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제주도가 추진하려는 2차 기본계획 중에서 제일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가장 나중에 제시된 ‘제주해녀 육성’이라고 본다. 제주해녀에 관한 통계를 보면, 1965년 2만3천81명까지 늘어나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해녀들이 1970년에는 1만4143명, 1975년 8천402명, 1980년 7천804명, 1990년 6천827명, 2000년 5천789명, 2010년 4천995명, 2015년 4천337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4005명으로 감소했는데, 이들의 연령분포를 보면 70세 이상이 57.3%(2,298명)를 차지하는 가운데 50세 이상이 99.7%(3,993명)를 구성하고 있다. 반면에 30~49세의 해녀는 0.3%(12명)에 불과하므로 해녀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을 두고 보면, 기존해녀는 504명이 감소한 반면 신규해녀는 89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쯤에서 불쑥 의문이 생긴다. 열심히 정책을 추진하던 중 정작 해녀가 사라져버리면 해녀의 날 지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해서 인정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어떻게 약속된 책임을 다할 것인가? 이 점에서 볼 때, 제주도의 해녀관련 정책은 해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바다환경의 관리와 신규해녀의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가급적 시설이나 행사, 홍보, 조직보다 자원조성, 조업환경, 교육훈련, 신규육성 등에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제주해녀문화의 보존 및 전승에 대한 기본계획이 지향하는 바, ‘자연과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는 미래 공동체 육성’이라는 비전에 걸맞은 해녀정책의 추진을 기대한다. 정책이 당사자인 해녀들의 작업 현장과 미래 비전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해녀 삼춘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제주해녀가 인류문화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지속적으로 공헌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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