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15년간 이어져왔던 ㈔제주영상위원회가 해산을 앞두고 있다.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이라는 재단법인 설립에 따라 제주문화기관들이 통합에 들어선 것이다. 당해연도 55억원, 매년 최소 출자금액 5억원 이상. 제주문화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내년에 설립될 진흥원은 제주문화인들에게 언뜻 큰 혜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흥원 설립 과정에서 도내 영상‧영화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영상위 안에서도 잡음이 들려온다. 문화 통합과 예산 확충이라는 큰일을 앞두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지난 3일 제주영상위원회 이사들은 제주특별차치도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오는 10일 임시이사회 및 총회를 열고 영상위 해산과 청산을 위한 심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제주영상 및 영화계와 일부 이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영상위원회도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게 영화계의 의견을 수렴해줄 것을 요청했다. 

도가 말하고 있는 경영효율화를 위한 통폐합이 영상·영화산업을 후퇴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10일 열린 제주영상위원회 이사회에서도 도와 이사들간의 논쟁으로 이어졌다.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 효율성과 독립성 해결하는 만능통치약?

도는 영상위와 제주아시아CGI창조센터, 제주IP문화콘텐츠분야를 통합해 비영리 재단법인인 제주문화콘텐츠진흥원을 내년 초부터 출범시킬 계획이다.

조직은 원장과 부원장, 5개팀 32명으로 구성되며, 30~40억원을 지원받게 될 것으로 도는 내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콘텐츠 관련기업 200개와 전문가 3천명을 육성할 수 있으며, 제주문화 원형을 발굴하는데도 큰 이득이 될 것이라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또한 진흥원장은 3급 공무원에 해당되기 때문에 조직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어, 다른 기관과 업무협약을 하는데 유리하다고 도는 설명했다.김홍두 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진흥원이 들어서면 지금보다 예산이 20배는 늘어나며 인건비 확보와 사업 확장이나 협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양한식 도 문화정책과장은 “현 사단법인만으로는 출자에 한계가 있어 재단법인으로 외연을 확대해서 로케이션 지원과 영상, 재정사업 등을 모두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고 말했다.

영화인 “제주영상 활동과 독립성 위축될 것”

이같은 도의 장밋빛 미래에 이사와 영화계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법인의 특성이다.

사단법인은 사람의 집합체를 법인으로 하며, 재단법인은 재산의 집합체를 법인으로 한다. 그래서 사단법인은 단체성이 강조되며 독립성이 높은 편이다. 반면, 재단법인은 재산출연만으로 설립이 가능하며 설립자의 의사에 따라 활동의 범위나 정관이 구속될 수 있다.

따라서 재단법인인 진흥원에 영상위가 흡수될 경우, 도지사나 진흥원장의 입맛에 따라 영상위 활동이나 지원이 좌지우지될 우려가 있다는 것.

B이사는 “영상위를 따로 뒀던 이유가 얽매이지 말고 독립적으로 가라는 것이었다”며 “진흥원에 들어가면 15년의 전통과 전문성은 모두 사라지고 공사나 관처럼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영상위원회는 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자료사진

영상위의 고유업무 인정하고 역할 끌어낼 방안 필요해

2003년 제주영상위원회가 처음 발족할 당시 영상위의 역할은 로케이션 발굴 및 지원의 업무였다. 국내외 영화계가 제주에서 영화를 촬영할 경우 적절한 장소를 찾아서 인력과 자료를 지원하는 일이었다.

이후 정관이 변경되면서 영상위의 역할은 영상관련 산업을 유치하고 영상문화산업 시설 설치및 관리, 문화이벤트 개최,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업무까지 포괄하게 됐다.

이렇듯 역할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한정된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제주도지사가 영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부위원장 없이 영상위가 달려왔던 점도 문제가 됐다. 

▲지난 10일 열린 제주영상위윈회 이사회의 모습@제주투데이

이같은 영상위의 업무나 권한조차 인정되지 못했던 현실에서 진흥원에 편입된다면 영상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는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한국영상위원회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있음에도 영화진흥위원회에 별도로 있는 것은 영화·영상 분야가 가진 특수한 상황과 성격에 기인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영상과 영화 등 각 문화산업의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 진흥원의 설립이 제주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교두보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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