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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매년 치열해지는 유치원 입학대란 “아이들이 행복한 고민을 하게 해주세요”이성경/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팀장
제주투데이 | 승인 2017.11.15 19:34
이성경/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팀장

어느덧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지금....

나의 유년시절을 생각하면 매년 학년이 올라갈때마다 학교에서 생활실태를 조사했다. 담임교사가 ‘집에 가스렌지 있는 사람?’, ‘집이 자기집인 사람?’ 등의 질문을 했다.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살며 석유곤로를 쓰던 나에게는 정말 도망가고 싶은 시간이였다. 그 시절은 다소 궁핍함이 풍족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전환기 같은 시대가 아니였나 싶다.

그래도 소소한 즐거움은 많았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고무줄놀이나 숨바꼭질을 하고 노는게 일상이였고, 해가질 무렵 30분이상 소요되는 거리를 혼자 걸어서 집으로 귀가해도 큰 걱정을 하지 않던 시절이였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 시절 친구, 우정, 사랑, 진학걱정 등 나름의 고민들은 있었겠지만, 지금의 내 아이를 비롯한 아이들이 겪고 있는 그리고 겪어 가야할 삶의 무게와는 다르지 싶다.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원하든 원치 않던간에 환경에 의해 경쟁세계로 입문하게 된다.

옹알이를 시작한 시기, 걸음마를 시작한 시기, 기저귀를 떼는 시기 등 나름의 아동발달시기를 기준으로 부모는 그 시기가 도래하면 조급해진다. 부모의 마음은 여유로울지라도 주위 걱정어린 말들이 다시금 걱정을 만든다. 부모의 마음이 빨라지면 아이들의 행동은 더 빨라져야만 비로소 나란히 걸어갈수 있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미취학을 둔 부모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진다. 바로 대학문보다 더 좁다는 유치원 입학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을 선택할 때 아이의 성향, 집과의 거리, 돌봄시간 등을 우선 해야 하지만 현실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나의 희망리스트권에 있는 유치원 중 어디든 추첨공을 뽑아주기만을 바랄뿐이다. 엄마들 사이에서 나름 인기있는 유치원의 경우 20여명을 뽑는데 수백명의 아이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온라인시스템으로 접수를 하는 병설유치원과는 달리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은 방문접수를 하고 있다. 아침부터 길게 늘어서서 대기하고 있는 부모의 마음은 어느새 하나가 되어 “내 손이 금손이 되기를 바란다”. 여기서 금손은 당첨공을 뽑는 손이고, 매년 탈락공을 뽑는 손을 소위 “똥손”이라고 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만6세까지 어린이집을 보내도 되는데 왜 그렇게 유치원을 보내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큰 숙제를 아이가 조금더 편하게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꺼란 생각을 해본다.

더불어 어린이집 입소도 쉽지만은 않다. 외벌이거나 자녀가 1명인 가정은 점수가 낮아 원하는 어린이집을 수년전 입소대기를 하더라도 점수가 높은 대기자가 나타나면 다시금 순위가 뒤로 밀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저출산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부모들이 출산을 망설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아이를 낳는다 하더라도 맞벌이를 해야하는 현실에서 돌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동수당을 주고 육아휴직급여가 인상되는 소식들은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들이 자녀출산계획을 세움에 있어서는 아이가 태어난 몇 해만이 아니라 최소 성인이 될 때까지의 뒷받침을 고려해본다면 육아휴직급여가 오른다고,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수년씩 보장해준다고 하더라도 외벌이로 수입이 많은 가정이 아니라면 장기 휴직을 결정하는 건 쉽지않은 일이다.

부모들의 가장 큰 근본적인 어려움은 부모가 일을 하는 동안 아이를 편하게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역별 아이들의 수요에 맞춘 공급이 이뤄진다면 이리 치열한 입학경쟁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가오는 18일 유치원 입학추첨 전쟁을 앞두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내일은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는 날들이였으면 한다. 부모들의 퇴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학원순회를 하며 ‘어떻게 하면 좀 쉴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이번 주말은 엄마, 아빠와 어디를 놀러가야 재미있을지?‘ ,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등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부모 역시 뒷모습이 아닌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일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의 유년 시절은 넉넉지는 않았지만 마음만은 풍족했던 추억의 시간들이였지 싶다. 지금의 아이들이 기억할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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