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KBS 파업은 언론 적폐 인사로 일컬어져 온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김장겸 MBC 사장을 해임시키는 데 성공했다. 고대영 KBS 사장은 조건부 사퇴 의사를 내뱉으며 버티고 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MBC·KBS 노조 구성원들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이번 MBC·KBS 파업은 절반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제주투데이는 공영방송사인 MBC·KBS 노조의 파업 계기와 상황, 제주 지역사 내부의 문제점 등을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전해왔다. 두 방송사 지역사 구성원들로부터 어떤 MBC·KBS를 꿈꾸고 있는지 듣는다. 릴레이 인터뷰 네 번째 순서로 제주MBC 노조 사무국장 권혁태 기자를 만났다.

 

제주MBC 권혁태 기자(제주MBC 노조 사무국장)

-김장겸 사장이 해임됐다. 현재 상황을 요약한다면?

김장겸 사장과 백종문 사장이 해임됐기 때문에 파업은 잠정 중단됐다. 그러나 보도·시사 부문은 새 사장을 선임할 때까지 제작 중단을 이어간다. 파업을 쟁의의 형태로 전환했다. 뉴스 같은 경우 서울과 지역이 유일하게 같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인데, 본사의 데스크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뉴스를 제작하게 되면 이른바 ‘일베뉴스’에 우리가 ‘땜빵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되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시사 부문은 제작 중단을 유지하면서 그 기간에 MBC뉴스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세미나를 하고 (파업)백서 발간·재건 리포트를 제작할 계획이다. 

 

-제주MBC 지역사의 적폐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사장들이 서울에서 낙하산으로 꽂혀 내려오다보니 지역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떨어졌다. 특히 제주4.3 같은 경우 문제가 됐다. 제주 MBC는 1987년부터 제주4.3 특집을 해왔다. 사장이 이해가 떨어지니까 제작에 문제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제주4.3 프로그램을 위해 학살의 아픔을 안고 있는 오키나와에 취재가 계획돼 있었는데 취재 일정 하루 전에 막기도 했다. 제주4.3 ‘당시 군인이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표현에 대해 사장 쪽에서 모니터를 하면서 직접 문제를 삼은 적도 있다. 객관적인 표현인데 무엇이 문제가 된다는 건지. 그 때문에 내부적으로 싸우기도 했다.

또 작년 국정교과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석문 교육감이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그에 대한 대담 프로그램을 계획했는데 서울에서 내려온 사장은 제주4.3에 대한 지역민들의 정서를 몰랐다. 제주4.3을 왜곡하는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의 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김재철-김장겸 라인이 내려꽂은 사장은 ‘기계적 균형’을 이유로 대면서 국정교과서에 대한 찬성 입장도 뉴스에 실으라는 요구했다. MBC노조에서 중추적 기능을 하는 민주방송실천위원회에서 2주 정도 문제를 제기하고 막아냈다. 낙하산으로 온 지역사 사장은 보도나 편성에 있어 관여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단협이 해지된 다음 그 정도가 심해졌다.

 

-강정 해군기지 등 지역의 뜨거운 현안에 대한 게이트키핑도 있었나?

해군기지 관련해서도 기계적 중립을 강요하려는 분위기가 2010년 이후부터 감지됐다. 해군기지 갈등 문제가 시작되던 시점에는 MBC에서 강정에 가면 환영을 받은 기억이 난다. 카메라 기자가 방파제 테트라포트 사이에 휴대전화를 떨어트렸는데 강정마을 주민들이 줄을 타고 내려가 건져 준 일이 있다. 그때 강정마을 주민이 “그래도 MBC니까 주워 준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낙하산 사장이 오면서 안보관을 들이밀면서 기계적 중립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민주방송실천위와 데스크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었지만 사사건건 발목 잡히고 싸우면서 보도해 왔다. 뿐만 아니라 제2공항 문제나 오라관광단지와 관련해서도 계속 부딪혀 왔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내부에서 싸움이 계속돼 왔다. 파업이 끝났음에도 보도 부문이 제작 거부를 이어나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번 파업 목표 중 하나인 지역사 사장 선임 구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15일 12시께 제주MBC 노조원들이 제주MBC 사옥에 걸린 파업 현수막을 내리며 파업 중단을 자축하고 있다.

 

-파업이 성과를 올렸지만, 낙하산 사장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행법상으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방문진에서 공모제를 진행하고 MBC본사 사장이 정해지면 본사 사장은 지역사 사장을 어떻게 선임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밝혀야 한다. 그에 대한 노조의 요구사항들은 이미 전달이 된 상황이다. 공개공모 정도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본사 사장을 바꾸고 유예기간을 두며 방송법 개정 등 단계적으로 밟아나가야 하는데 이제 그 첫 단추를 꿰었을 뿐이다.

 

-MBC지역사에 대한 MBC본사의 시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본사에서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로 지역사 사장을 평가했다. 그러다보니 지역에 내려 꽂힌 사장들은 실적 올리는 데 혈안이 되고, 비전과 지역에 대한 이해, 능력마저 없는 낙하사 사장들이 사람을 자르고 제작비를 줄이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지역은 결국 본사에 납품하는 업체로 전락하고 지역의 사람과 문화를 다루기보다는 그저 소비지로 취급돼 온 것이다. 본사에서 챙기는 지역 뉴스라고는 심하게 말하면 동물 뉴스와 꽃 뉴스 뿐이었다. 거기에 사건 사고 정도? 지역 방송의 독립성 같은 것들에 대한 보장을 받기 위해 어떻게 제도를 바꿔나가야 할지 본사와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2공항 문제 등 지역 현안이 많은데,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도민들께 드릴 얘기가 있다면.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빨리 일선으로 돌아가서 제2공항 문제, 지역 개발 이슈, 대중교통 문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도민사회의 여론도 환기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데 여러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투쟁을 접을 수 없는 상황이라 죄송한 마음이 크다. 도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송구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9년 동안 철저히 망가져왔다. 내부에서 싸워오기는 했지만 정말 모든 것을 걸고 싸웠는지 반문하고 반성하게 된다. 어떤 도움을 요청하기 민망한 상황이다.

우리 스스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도민들에게 진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부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시스템을 만든 다음 단순히 기계적 중림에 치우치는 게 아닌 올바르고 공정한 방송,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대변하는 방송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방송법 6조 5항을 보면 방송은 사회적 소수와 약자를 대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일선에 서고 있는 기자들 같은 경우는 그 조항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방송법 조항에 충실한, 사회적 소수와 약자들을 대변하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일선 복귀까지 길면 한 달 정도가 될 것 같다. 반드시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갈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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