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현재의 상태에서 정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날 때 이를 반전이라고 한다. 반전은 극적이라는 표현으로 우리를 흥분하게 만든다. 완전히 포기해서 지는 경기가 승리로 반전될 때 느끼는 흥분은 승자나 패자나 극에서 극이다.

한 때 한국의 민주주의 가능성은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기대하는 것보다 힘든 일이라고 폄하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숱한 과정을 거치면서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로 변신에 변신을 했다. 국민들 대다수는 되돌아보면 그 과정, 과정 마다 극적이기에 감격을 하고 이 감격은 촛불혁명으로 기우러 가려는 민주주의를 지켜 냈다. 촛불 하나 둘 모여서 1천만, 2천만이 모였고 결국 민주주의 기둥을 지켜 낸 것이다. 이 역시 반전이다.

프랑스 파리의 바스티유 감옥은 프랑스 혁명의 출발점이다. 왕정의 무능과 폭정에 억눌렀던 민중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쳐부수면서 프랑스 혁명은 시작되었다. 여기에서 일어난 프랑스 혁명이 지금의 세계 민주주의 산실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수많은 감옥 중에 하나인 바스티유 감옥이 당시 세계의 보편적 왕정체제를 민주주의 체제로 반전시킨 것이다. 그래서 바스티유 감옥은 살벌한 정치 감옥으로 상징되어 왔지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으로 변신하였다.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으로 1989년 7월 14일에 개관하였다. 이 감옥이 유럽에서 가장 현대적이며 획기적인 오페라 극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시 극적이다. 감옥이 혁명의 터전이 되고 다시 오페라라는 가장 비 정치적인 예술의 터전으로 변신한 것이다. 바스티유 오페라는 이제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오페라 극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곳이 감옥이 아니었다면 단순한 오페라일 뿐인데, 감옥이라는 것으로 예술과는 저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에 그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도 바스티유의 변신처럼 극적인 스토리텔링 할 곳이 있다. 정실 교도소이다. 제주도민들이면 정실교도소가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하여 가장 후진 건물이지만, 온갖 사연을 가지고 숱한 사람들이 거쳐 간 곳임을 잘 안다. 그래서 정실 교도소는 현실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제주도민들에게는 가장 외진 곳으로 각인되어 왔다.

그러나 요즘은 완전히 다르다. 외졌던 정실교도서는 위쪽에 왕복 6차선이 건설되면서 시내 권으로 편입되었다. 정실 교도소가 바로 우리 이웃에 있게 되었다. 교도소가 시내, 우리 이웃에 있으면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하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자체가 반전의 기운이 있기에 우리는 그 반전을 위한 노력을 하자는 얘기이다.

정실교도소는 1971년에 신축되었으니 근 50년이 되어간다. 지난 50년 동안 눈물, 한, 한숨, 비명 등 어두운 기운이 묻혀 있는 그 곳은 예술이라는 거울로 보면 커다란 반전의 장소라 생각한다. 이 어두운 기운이 모두 예술의 최고 소재임과 동시에 어두운 기운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승화시키는 일 역시 예술의 본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최고의 소재와 함께 도로를 비롯한 위치, 면적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곳은 최고의 예술광장이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감히 제언해 본다.

지금 제주도내에는 여러 개의 예술 공연시설이 있다. 이 모든 것을 행정기관이 건립하여 운영하기 때문에 기준은 인구수이다. 가장 적은 인구를 가진 제주도는 가장 적은 규모의 예술 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이 기준에서는 일 년에 외국인 관광객 360만 명, 일반 관광객 1200만 명 등 총 1600만 명의 관광객 수는 제외된다. 60만을 기준으로 지어지고 공연되는 제주의 예술을 세계 각국의 최고의 눈으로 보면 눈에 찰 리가 있겠는가. 최고의 시설에서 보고 듣고 즐기던 도외의 관광객들도 제주의 예술 시설은 자신의 동네 시설보다 약간 나은 시설쯤으로 볼 뿐 구경하러 들어가지 않는다.

이제 이 빈곤한 현상을 정실 교도소를 통하여 반전을 일으켜 보자. 넓디넓은 정실교도소를 중심으로 필요하면 양 옆으로 더욱 확대하여 국내-외의 최대 관광지 중에 하나인 제주도에 1,600만 명 관광객 눈을 상대하는 예술의 광장으로 거듭 나자는 제안이다. 그곳은 세계 최대인 시설도 있으며, 국내 최고와 최대의 공연이 이루어지고, 제주 전통시설과 공연도 어울리는 한마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설이 낙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실교도소 역시 더 나은 곳으로 시설 이전하자. 동시에 한국의 국력에 걸 맡는 시설과 운영으로 그 곳 역시 한국 최고의 교정 시설로 발돋움하는 반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희망을 해 본다. 반전에 반전을 이루는 사회는 역동적 기운으로 가득 찬 사회다. 이러한 사회는 우리가 늘 꿈꾸는 사회가 아닐는지. 이 역시 제주도를 감격과 즐거움이 숨 쉬고 사람 냄새가 영원히 살아있는 곳으로 만들어 가는 작은 걸음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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