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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만석] 제주 대중교통체제 개편에 관한 소회문만석/ (사)미래발전 전략연구원 원장, 법학 박사
제주투데이 | 승인 2017.12.04 04:45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문만석/ (사)미래발전 전략연구원 원장, 법학 박사

30년 만의 제주 대중교통체제 개편이 얼추 완료되었다. 이번 개편의 핵심 중 하나인 버스 중앙우선차로가 광양사거리에서 아라초등학교 구간 전체에서 개통되었다. 제주는 지금 차량 등록대수가 47만대를 넘어 인구당 차량 비율이 전국 최고이고, 더구나 연 관광객 1600만 명에 렌터카 대수가 3만대에 가까워 극도로 혼잡하다. 차량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와 삶의 질 하락은 제주도민의 삶에 추산할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끼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중교통체제 개편은 응당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무작정 환영만 하기에는 눈에 띄는 부수적인 문제점들이 많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시행된 지 이제 두 달이 넘어가는 제주의 대중교통 개편에 대해 긍정과 부정을 논하기는 이르다. 또한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정책의 결과를 예단하여 평가하는 데에도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목표와 의도를 검토하는 일은 그 정책의 성패를 예측하고 보완하는 올바른 접근법일 것이다. 제주 대중교통체제 개편의 특징은 준공영제를 통한 급행·간선·지선 노선의 단순화, 시내·외 요금 단일화를 통한 시내버스화, 버스 우선차로제 도입, 노인 무료요금, 복합환승센터 개설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노인 무료요금과 도내 단일요금은 복지 차원에서의 접근이고, 나머지는 효율성과 신속성이라는 대중교통 실수요자 중심의 합리성 측면에서의 접근일 것이다.

법과 제도는 규제와 진흥이라는 이율적인 두 가지 측면을 규율하고, 정책은 형평성과 합리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번 대중교통체제 개편은 언뜻 합리성과 형평성의 두 측면을 적절히 조화시킨 듯하다. 그러나 우선차로제의 경우에서 드러나듯, 제주시의 남북을 가르는 거의 유일한 도로인 중앙로의 버스 중앙우선차로는 버스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지만 나머지 차량의 효율성을 현저히 저해한다. 더구나 제주도의 버스우선차로는 도로교통법에 의한 진정한 의미의 전용차로도 아니어서 현행 도로교통법으로 단속할 수도 없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5조의 버스우선차로는 36인승 이상 대형승합차와 경찰의 증명서가 있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대상이지만, 제주도의 버스우선차로는 이들 차량 외에 택시와 전세버스도 대상이 되면서 도로교통법상 전용차로의 요건에서 벗어나 있다. 이는 시간당 통행량이 100대 이상이어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용차로의 특성상, 버스만으로는 통행량을 맞출 수 없는 한계를 인식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 제주도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의 차량 운행 제한 규정을 적용하여 매번 목적, 기간, 대상지역 등을 정한 번거로운 고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제주도의 버스우선차로가 온전한 의미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정책의 결과물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리고 대중교통의 범위에 택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전세버스가 포함되어야 하는지도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번 개편에서 대중교통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였다면, 정책의 우선순위는 통학의 편리함과 효율성에 맞춰졌어야 한다. 인구밀집지역인 노형과 연동에서 제주도의 대다수 학교가 몰려 있는 아라동으로 가기 위해서는 개편된 체제에서도 4~50분 이상이 소요된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 통학 시간에 노형에서 애조로를 경유하여 제주대로 직접 가는 노선을 신설할 수는 없었을까. 이 노선을 통해 아래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오며 그 근처 통학을 수월하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굳이 막히는 도로를 경유하게 하고 억지로 중앙차로를 개설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방안일 것이다. 또한 제주도의 1가구 2차량 문제의 핵심은 자녀 통학과 학원 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간과한 정책은 전체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 전 전주 여행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시내버스의 기사분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승차하려고 하자 직접 승차대로 내려가 할머니를 태우고, 내릴 때도 하차를 돕는 광경을 봤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서비스 마인드의 부재는 그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제주도 버스가 준공영제가 되면서 처우가 개선되고, 노선이 합리화 되면서 차량도 증차되었다. 기존보다 더 많이 가진다는 것은 그 만큼의 책임감도 떠안아야 함을 뜻한다. 제주도의 대중교통체제가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으려면 관련 종사자들의 서비스 정신을 함양시켜야 한다. 정책 대상이 단순히 대상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존중해야 하는 인격체여야 하고, 제도와 정책의 방향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복지 또한 노인 무료요금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게 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합리성과 형평성의 조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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