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있다. 편의상 구분은 A와 B와 C다.

A는 현금을 받아먹은 사람이다. B는 돈을 준 사람이다. C는 A에게 돈을 주도록 부탁한 사람이다

이들 세 사람의 관계를 서울에서 발행하는 한 인터넷 매체가 기사화 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원희룡제주특별도지사 최 측근의 요청으로 제주도의 한 건설업체 대표가 선거 캠프에 관여했던 인사에게 총 275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는 내용의 보도 였다.

기사는 도지사 최측근의 ‘제3자 뇌물 수수 혐의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도지사 최측근은 C다. 건설업체 대표는 B, 돈을 받은 사람은 A다.

A와 B 모두 돈을 주고받았던 사실은 인정했다. C역시 돈 주고 받는 매개 역할을 인정했다.

따라서 이들 사이의 2750만원 금품 수수는 팩트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금이 오고 갔고 돈을 받아 챙겨 썼던 사람은 왜 2년이 지난 후에야 관련 사실을 폭로했을까.

그래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확인 안 된 설왕설래도 새끼를 치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보도되었던 기사 내용을 근거로 하여 시중에 떠도는 소문과 관련 당사자인 C쪽의 입장을 종합하면 A의 폭로 의도는 석연치 않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부터였다.

당시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원희룡 지사는 여당 후보였다.

각 언론사의 후보지지도 여론조사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 1위였다. 당선 가능성 조사에서도 그랬다.

C는 이때 ‘원희룡 선거 캠프’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원지사와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원지사가 서울 양천갑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와 국회 입성 후부터 줄곧 보좌해 왔다.

지사 당선 후에도 도지사 비서실장 등을 지내는 등 최측근 실세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A가 C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선거 캠프에서 A의 공식 직함은 없었다고 했다.

“아웃사이더(outsider)였다”는 것이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시도 때도 없이 무시로 캠프에 찾아와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탐색하는 등 ‘매우 불편한 계륵(鷄肋)’같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관계자도 있다.

선거 속성상 해코지 당할까 걱정돼 내치지도 끌어안지도 못하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는 기억이다.

사정이 이러했다면 C는 A를 내쳤어야 옳다.

그럼에도 선거가 끝나 한 참 후까지도 정리하지 못했다. 되레 사업을 하는 절친한 친구 B에게 불우이웃돕기 심정으로 A를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A는 스스럼없이 B로부터 2015년 2월부터 매월 250만원씩 11개월간 총 2750만원을 받아썼다.

이해하기가 곤란한 연결고리다.

A-B-C사이에 무슨 말 못 할 은밀하고 검은 커넥션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C쪽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서 사태의 전체적 맥락을 어림 할 수도 있다.

A는 지방선거가 끝난 2014년 하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 사이까지 하루가 멀게 C의 사무실을 찾았다고 했다.

사무실 방문 때마다 “너무 어렵다. 힘들다. 죽고 싶다. 도와 달라”는 식으로 정상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하소연하며 취직자리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취직 부탁은 집요했고 하소연은 절절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A에 대한 C의 경계의 담장은 흔들렸다.

A가 “여기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등의 딱한 형편 하소연과 당장 일을 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C가 어릴 적부터 절친한 사이인 사업하는 B에게 결국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A가 끈질기고 집요하게 C에게 취직을 부탁했고 C는 이에 견딜 수 없어 측은지심으로 사업하는 친구에게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B는 절친 C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A에게 매달 250만원씩 총 2750만원을 지원했다는 것이 요지다.

A는 C가 친구를 통해 돈을 준 이유에 대해 “서울에서 내려온 C가 제주 상황을 잘 몰라서 자신이 공직 내부 정보 수집, 고위직 성향 분석 등 도움을 줬는데도 일자리가 빨리 마련되지 않으니까 미안해서 B를 끌어 들인 것"으로 설명 했다.

설명은 아리송하고 내용은 황당했다.

취직부탁이나 돈 받아 쓴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듯 했다.

‘공직 내부 정보 수집과 고위직 성향 분석’ 대가로 돈을 준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냥 넘길 수 없는 엄청난 말을 한 것이다.

이는 ‘공직 사찰의 대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A가 C의 개인 정보원 노릇을 했음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선거 캠프에서 공직 사찰을 실시했다면 경악스러운 일이며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특히 A가 ‘고자질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A의 폭로가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됐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정의로운 양심선언이나 대의를 위한 ‘진실에의 충성’과는 거리가 멀다.

폭로 의도가 순수 했고 당당했다면, 그리고 양심과 정의를 말하고 싶었다면 먼저 자신이 받아먹었던 2750만원을 돌려주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돈은 받아서 써버리고 남을 해코지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여 폭로 했다면 불의하고 비윤리적인 일이다. 그것은 반사회적 패륜으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양심과 정의의 탈을 쓴 늑대의 숨은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선의로 행했던 도움이 악으로 변질되어 앙갚음을 당했다면 그렇다.

지저분한 악의가 순수한 마음의 선의를 농락하고 해코지하고 상처를 주는 사회는 건강사회라 할 수 없다.

사태의 본질을 파헤치고 누가 악의고 누가 선의인지를 철저하고 명쾌하게 가려내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남을 음해하는 마타도어나 유언비어가 바퀴벌레처럼 슬금슬금 기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도 특정한 음해 세력이 사주하는 음습한 정치공작 냄새가 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불순의 의도가 개입된 사태로 보는 것이다.

폭로 배경과 폭로 이유와 의도, 그리고 음해 세력과의 연루, 뇌물수수 혐의가능성에 대한 수사, 공직사찰 사실 여부, 연루된 세 사람의 연결고리의 실체 등 을 끝까지 파헤쳐 의혹을 해소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도, 공명선거를 위해서도, 허위사실 유포 등의 적폐청산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사직당국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나 조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하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