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제주도청 존셈봉사회

“봉사”

토요일 아침부터 딸아이를 깨우느라 부산하다. 오늘은 제주도청 존셈봉사회원들과 제주양로원, 제주요양원으로 봉사활동 가는날이다. 부스스하게 일어나는 고3 딸아이를 재촉하며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간다.

처음 봉사를 시작한 건 12년 전이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TV를 보다가 제주청소년활동진흥센터 자원봉사자 모집 자막을 보고 가입을 하였고, 창암재활원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혹여나 중증 장애인 시설에서 우리 아이들이 불편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나, 오히려 아이들이 다음엔 언제 가냐는 성화가 지금껏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던 중 직장 내 동호회인 존셈봉사회와도 3년째 인연을 맺어 주말이면 다양한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고3인 딸 윤정이가 자발적으로 함께 참여를 하게 되니, 나 또한 주말 늦잠을 포기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존셈봉사회 박정희 회원 딸 정윤정

첫째 주 토요일엔 제주양로원과 제주요양원, 둘째 주 토요일엔 아가의 집을 방문하여, 실내외 환경 정비 및 잡초 제거 등 하찮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봉사활동이 끝나고 나면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낀다.

5월에는 존셈봉사회 창단을 기념하여 독거노인 어른신들을 초청하여 식사대접 및 민요공연 등 어울림마당에도 참여했으며, 8월에는 회원들과 고추장을 직접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3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한 “아름다운 동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존셈봉사회가 7년째 이어져 오는 행사였는데, 동행 행사는 처음으로 참여를 했다.

휠체어를 밀어주기도 하고, 한발 한발 보폭을 맞춰서 걷고, 계단을 오르내릴 땐 어느 손으로 지탱해줘야 도움이 되는지 등을 생각해야 했지만, 장애인분들의 옆에서 말동무가 되어 웃고 떠들며 매일 바쁜 일상에 익숙했던 내가 자연과 함께 여유를 느끼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또한, 30여 년 전 초등학교 5학년 때 옆반 담임이셨던 선생님을 동행 행사에서 만나게 되었다. 동창생 친구들을 통해 선생님이 아프셨다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동행 행사에서 뵙게 되니 만감이 교차했다.

당시 건장하시고 튼튼했던 선생님이셨는데, 거동이 불편해진 선생님을 뵙게 되니 기쁨과 먹먹함이 함께 밀려왔다. 딸과 처음 참석한 행사에서 기억으로만 생각하던 선생님과의 반가운 인연을 이어가게 되어 행복하다.

돌아오는 길, 함께 참가했던 큰 아이와 다짐했다.

차이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작은 바람의 아름다운 동행에 다음에도 꼭 참여하여 장애인 이동권 확보와 권익 옹호, 그리고 비장애인과 장애인 간의 소통을 통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데 작은 힘을 보태자고... ...

그리고, 오늘 다시 한번 다짐한다.

많은 것을 받아도 항상 부족함에 허덕이는 나를 버리고,

크게 가진 건 없지만,

작은 나눔이라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꾸준히 실천하겠다고!

가진 것에 상관없이 마음만은 더 큰 부자가 되겠다고!

나눠줄 수 있는 마음이 있으니 난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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