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에 다니다 주변의 만류에도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홍찬의 이병이 신병 수료식을 마치고 경례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내게 해병대의 가치는 하버드보다 크다”.

경북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훈련을 끝내고 갓 해병이 된 스물 한살 청년의 말이다.

대한민국 해병 이병 홍찬의(21), 그의 이야기가 북한 도발에 의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전류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찌르르’ 관통하고 있다

홍해병은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 유학생이었다.

초등학생 때인 2008년 유학길에 올랐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SAT(미국 대학 입학자격 시험)’에서 만점(2400점)을 받았던 수재다.

이로 인해 2015년 하버드대 컴퓨터 공학과에 입학 했다.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 할 수 있었다.

그러던 그가 지난 10월15일 해병대에 자원입대 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다.

“왜 하필 지옥훈련이라고 하는 고된 훈련을 해야 하는 해병대에 가려고 하느냐”고 부모는 만류 했었다고 했다.

그래도 ‘해병대 자원입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8월 유학생활을 일단 접고 귀국했다.

해병대 선발시험에 탈락하지 않기 위해 체력 단련 등 몸만들기에 진력했다. 물론 ‘합격‘은 당연한 결과였다.

‘지옥훈련’이라는 6주간의 고된 신병 훈련도 견디어 냈다. 지난달 30일 수료하여 ‘빨간 명찰’을 단 ‘귀신 잡는 해병’이 된 것이다.

남들은 군대를 회피할 요량으로 각종 권력이나 연줄을 동원하여 요령을 피우는 현실이다.

‘병역기피’가 ‘권력의 힘’으로 여겨졌던 때도 있었다.

오죽해야 문재인 대통령도 고위공직 인사 배제 원칙에서 ‘병역기피’를 제일 앞에 놓았겠는가.

‘병역기피’만이 아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보다 편한 곳’, ‘보다 쉬운 곳’의 보직을 받는데도 권력의 힘은 작용했다.

권력층 또는 지도층 인사 아들들의 이른바 ‘꽃 보직’ 논란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홍 해병은 이처럼 ‘쉽고 편리한 병역 의무’를 마다했다.

그는 유능한 영어실력을 갖춘 인재다. 공학 전공자이기도 하다.

어학병으로 지원하거나 대학 졸업 후 일정기간 기업체, 연구소 등에 근무하며 대체복무를 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었는데도 이를 놔두고 ‘해병대의 길’을 택했다.

왜 그랬을까.

“내게 해병대의 가치는 하버드보다 크다”고 했다.

“꿈을 향한 첫 번째 도전 목표였던 하버드대 입학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을 해병대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했던 2010년 11월 23일은 홍해병의 중학교 때 였다.

이때 해병대원 2명이 전사했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민간인도 3명이 다쳤고 시설 및 가옥 피해 등 재산피해도 컸다.

해병대원들이 북한군 포격에 맞서 목숨을 걸고 대응사격을 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어린 홍해병’은 결심했다.

‘나도 장성하면 그들 해병대원들처럼 북한군에 맞서 조국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홍해병이 부득부득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던 연유가 이러한 ‘소년의 추억’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서는 홍해병의 ‘해병대 입대 스토리’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먼저 사회전반에 굳어진 ‘안보위기 불감증’을 찌르는 송곳 같은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각급 미사일 도발에도 한국 사회는 긴장하지 않고 여유롭다. 남의 집 불구경하듯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형국인데도 그러하다.

집권세력을 비롯한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입으로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력대응’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면서도 어디에서도 긴장감을 느낄수 없다.

이런 현실에서 홍해병은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을 상기 시킨 것이다.

‘언제 또 다른 도발이 있을지 모른다‘, 이들 통해 사회일반의 안보 불감증을 질책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해외유학생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유학중 귀국해 해병대에 자원입대 한 것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애국심과 병역의무를 고취시키는 촉매제로 작용 할 수도 있을 터이다.

홍해병만이 아니다. 해병대를 포함한 육해공군에서 병역의무를 다하는 청년들은 국가의 간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해병 스토리‘가 세삼 세간의 화제가 되는 것은 느슨하고 기합 빠진 병영문화 현실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국토방위의 최후 보루다. 전쟁이 나면 나라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 던지는 조직이다.

이러한 군 조직은 끊임없이 강도 높은 훈련과 엄정한 군기가 생명이다. 이런 바탕위에서 사기를 먹고 산다.

그러나 최근 병영문화는 상명하복의 기강이 무너졌다.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병영문화가 무슨 동아리의 MT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어떤 부대에서는 상급자를 ‘아저씨’, ‘형’으로 부르기도 한다는 말도 있었다.

전방의 한 사병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나 전쟁 날까 무섭다”고 징징거렸다는 어이없는 소리도 들렸다.

부모가 군 부대장에게 전화해서 아들의 군 생활 문제를 두고 항의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이를 어떻게 국토방위를 책임질 호국의 간성이며 보루인 군대라 할 수 있을까

그러기에 홍해병의 해병대 자원입대가 남다르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한국해병대는 미 해병대에 이어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전과 월남전을 거치면서 전투경험을 쌓아 현대전 능력을 인정받는 최강의 정예다.

해병대의 이런 위상은 지옥훈련과 상명하복의 엄정한 군기와 전우애의 의리가 만들어 낸 것이다.

해병대의 상징은 ‘피와 땀’이다.

‘훈련에서 땀을 많이 흘려야 전투에서 피를 적게 흘린다’는 것이다.

빨간 바탕에 노란 글자가 새겨진 해병대 명찰은 바로 이러한 ‘피와 땀’으로 이야기 되는 해병대의 상징이다.

이것이 홍해병이 이야기했던 ‘한국 해병대의 가치’ 일수도 있다.

홍해병의 해병대 복무가 ‘귀신 잡는 해병’,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해병’,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라는 해병대의 또 다른 이름에 걸맞게 또 다른 가치 창출의 기회로 작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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