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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열] 독일의 연정시도와 우리의 발목잡기김희열/ 제주대 독일학과 교수
제주투데이 | 승인 2017.12.21 05:27

[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김희열/ 제주대 독일학과 교수

독일은 지난 9월 24일 연방의회 선거가 끝난 이후 제1정당인 유니온(기민당+기사당)이 새 정부구성을 위한 연정협상에 들어 간지 석 달 가까이 되고 있다. 지난 두 달 가까이 진행해온 자마이카 연정(유니온, 자민당, 녹색당) 협상은 11월 20일 자민당의 결렬선언으로 수포가 되었다. 이후 연방대통령 슈타인마이어의 중재로 유니온과 사민당이 12월 셋째 주 부터 연정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독일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력을 발휘하여 국가안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대통령은 독일의 상징적 존재였다. 그러나 2017년 연방의회 선거결과로 말미암아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정치실험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유니온과 다른 정당들의 연정협상을 중재한 것이다.

유니온과 앙겔라 메르켈은 소수정부(국회의석 과반수 미확보) 구성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정부 출범은 현재로서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독일정부수립 이후 안정적 정부운영을 위해서 독일은 항상 연정을 통해서 다수정부(의석 과반수 확보)를 구성해왔다. 사민당의 당수이자 수상후보였던 슐츠와 사민당은 이번 메르켈 정부와의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자마이카 연정협상이 결렬된 이후 사민당 출신 대통령의 협상중재 요청으로 사민당은 12월 7일 전당대회를 개최하였다. 이 대회에서 사민당은 유니온과의 연정협상을 결정하였고, 열흘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서 다음 주부터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여기서 눈에 띠는 점은 다음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현 메르켈정부가 여전히 독일을 다스리는데, 만약 이번 대연정 협상이 결렬되어 재선거를 결정하게 되면 그만큼 새 정부 출범이 늦어지게 된다. 특히 2017년 의회선거에서는 집권여당(유니온과 사민당)의 난민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서 유니온이 과거 311석(41.5%)에서 66석을 잃은 246석(32.9%)이 되어서 다수정부 구성에 심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 반대급부는 극우당인 독일대안당에게 돌아가서, 이 당은 마침내 제3원내정당이 되었다. 유니온과 마찬가지로 사민당 역시 4년 전 193석(25.7%)을 득표한 의회선거보다 40석 줄어서 153석 (20.4%)을 얻었다.

결국 이번 선거결과에 따르면 제1정당인 유니온이 연정파트너를 정해서 새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이 첫 번째 의무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민당과의 연정협상 또한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사민당의 입장에서도 재선거를 통한 선거결과가 지금의 득표보다 훨씬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정부구성에 대한 기대는 요원한 상태이다. 유럽에서 가장 정치적 안정을 이루고 있다는 독일에서의 이번 연정협상은 이를 지켜보고 있는 세계의 관전자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왜냐하면 사민당과의 대연정 협상이 성공하게 되면 독일의 정치적 협상력과 타협은 세계적으로 여전히 모범적 사례로 남을 것이고, 실패하게 되면 소수정부 수립이나 재선거에 돌입해서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극우파(독일대안당)가 재선거를 통해서도 지난 9월 선거처럼 12.6% (94석) 정도이거나 그 이상의 득표율을 보일 경우 구동독을 중심으로 반난민정책을 내세우는 극우파 장악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게다가 중동의 평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는 한, 난민정책을 둘러싸고 독일사회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반난민정책의 분위기는 확산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모든 정치 및 정책 분야에서 야당들의 무분별하고 극심한 발목잡기와 같은 상황은 예상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허상의 보수와 진보로 나뉜 극단적 분열상황이라 할 수 있다. 여기다 분단 상황에서 비롯하는 좌·우익 이념논쟁까지 덧붙여져 있다. 언론을 포함해서 정치권은 양 대립 구도를 고착화시키면서 특히 진보에 대한 과격한 공격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은 안중에 없고, 오직 자신 혹은 집단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관점에서 온갖 논리와 명분으로 사회여론을 현혹시키고 있다.

진정 무엇이 보수이고 진보인지와 상관없이 양 진영을 대표하는 논리 싸움으로 진흙탕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게다가 보수라 칭하는 야당의 정치권 분위기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고, 이것을 피드백하거나 선도하는 주요 언론과 방송들의 보도를 읽거나 듣고 있으면 우리의 민주주의의 여론은 조작되거나 선동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혼돈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소수정부가 아니라 다수정부가 출범하여 안정적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선거를 통해서 과반수 의석의 다수당이 나오든, 아니면 연정을 통해서 다수정부를 출범시키든 간에 안정적 정부출범을 목표로 하되, 실패한 정부는 선거를 통해서 심판하는 정치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긴요한 일이다. 현행선거법 하에서도 선거를 통한 정당의 과반수 의석은 가능하지만, 연정을 통한 다수정부 혹은 연립정부 구성은 관련법을 신설하거나 개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선거법 관련 국민투표를 예상할 수 있는데, 일반 시민은 선거법개정 내용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다만 선거구제와 의원숫자를 포함해서 대통령 4년 중임제 혹은 내각제 등의 선택사항이 등장할 것이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국회의 개헌특위에서 각 정당 국회의원들은 오직 자신과 자신들이 속한 정당의 이해관계에서만 개정안을 내놓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를 견제할 힘은 일반 시민에게는 아주 부족하거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의견의 다름을 인정하고 제도적으로 타협을 모색하는 정치문화의 정착 가능성은 영원히 차단되는 것일까? 그리고 좌․우 또는 보수․진보의 흑백 논리를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이나 시민을 위해서 협상하고 타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정치를 우리는 영원히 볼 수 없는 것일까? 2018년 내년에는 좀 더 발전된 한국정치를 기대하면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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