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중단된 채 4‧3유족들과 도민의 애를 태웠던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등의 4‧3 학살 암매장지의 유해발굴이 내년부터 다시 시작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4‧3연구소 주관으로 지난 10월 13일부터 75일간 조사한 내용을 담은 최종 ‘제주4‧3행방불명인(이하 4‧3행불인) 유해발굴을 위한 조사용역 보고서’가 지난 26일 제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4‧3행불인 유해발굴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100대 과제에 포함돼 내년 국비 15억6천만원이 반영된 사업으로, 이번 용역은 유해발굴을 위한 기초조사로 진행됐다. 그동안 4‧3 유해발굴은 수정권이 집권하면서 2010년 남원읍 발굴을 끝으로 지난 7년간 사실상 중단됐었다.

▲지난 12월 15일 도 관계자와 공항측 관계자, 증언자, 발굴팀 등이 제주공항 활주로 주변을 현장실사하고 있다.@사진출처 제주특별자치도

◎유해발굴 대상지는 어디?

이번 용역의 조사대상은 제주국제공항 내 5개 지점과 공항 외부 도두동 주변, 선흘리, 북촌리, 구억리 등이었다.

먼저 제주공항 내부 조사가 이뤄진 5개 추정지는 ①남북활주로 동쪽 뫼동산 인근, ②남북활주로 북단 서쪽 구역, ③동서활주로 서단 북쪽 구역 궤동산 인근, ④동서-남북활주로 교차구역, ⑤화물청사 동쪽구역 등이다. 이에 도는 국토교통부 제주지방항공청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등 제주공항  관계기관과 이 지역들의 발굴 가능 여부를 협의한 결과, 3개 지점은 발굴이 가능하지만 2개 지점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제주국제공항 내부 4.3행방불명자 유해 암매장지 추정치 위치도@사진제공 제주특별자치도

발굴이 가능한 지점은 ①남북활주로 동쪽 뫼동산 인근, ②남북활주로 북단 서쪽 구역, ⑤화물청사 동쪽구역 등이다.

이번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뫼동산 인근은 남북활주로에서 150미터 밖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립 정도도 깊지 않아 발굴하기 비교적 수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단 서쪽 구역의 경우, 공항 확장공사 당시 유해가 발견된 적이 있어 유해가 소실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장비를 통해 탐사를 거친 후 발굴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화물청사 동쪽구역은 활주로 우회도로 구간으로 현재 시멘트로 포장된 상태였다. 도는 이곳도 항공기 운항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탐사장비를 운용해 암매장지 가능성 유무를 따진 후 시굴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5곳 중 2곳은 발굴 불가..."활주로와 너무 가까워"

한편 발굴이 불가능한 지역은 ③궤동산 인근과 ④동서-남북활주로 교차구역이었다.

궤동산은 물리적으로는 발굴이 가능하지만, 매립된 깊이가 깊을 것으로 예상돼 발굴과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검토됐다. 아울러 이곳이 비행기 착륙 민감지역이어서 발굴 불가능 지역으로 정했다.

동서-남북활주로 교차구역도 낮 시간대에는 접근이 불가능해 현장을 확인하기 어려우며, 활주로 이격거리를 고려할 때 사실상 발굴이 어려워 불가능 지역으로 결론내렸다.

윤승언 도 4‧3지원과장은 "26일 어제 용역보고서가 최종적으로 발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공항측과 협의한 결과 이 두군데는 사실상 발굴이 어려운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2018년 4월부터 발굴 본격 시작

이에 따라 도는 4‧3평화재단에서 2018년 유해발굴 일정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협의된 내용에 따르면 재단측은 내년 1월 총괄계획 수립과 발굴기관을 선정하게 되며, 2~3월에 제주공항 내 발굴가능지점을 측량하고 지반 탐사기계 조사 등 추가 정밀조사를 진행한다.

따라서 제주공항 내 발굴 계획은 4월부터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도는 “발굴 기간은 6개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간은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용역에 포함된 나머지 4개소도 조사결과 증언의 내용과 현장의 상태가 대부분 일치했던 것으로 드러나, 공항발굴과 같은 시기에 발굴할 예정이다.

①선흘리 4.3 암매장지 추정지(은지난못, 선흘리 43번지)
②북촌리 4.3 암매장지 추정지(북촌리 1240번지)
③구억리 4.3 암매장지 추정지(구억리 835번지)
④제주공항 확장공사 4.3 암매장지 추정지(도두동 1102번지)

제주공항은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남북활주로 북단 2개 지점에 대한 유해발굴 결과 총 388구의 유해가 발굴됐었다.

이번 용역보고서에서는 제1차 제주공항 발굴결과와 신고된 행방불명인 수를 따져보면 350여명이 제주공항에서 희생돼 묻혀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내다봤다. 다만 1차 발굴 때와는 달리 간접증언에 의존한 경우가 많고, 증언자의 기억이 왜곡되는 현상이 심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대해 사상, 이념을 초월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고령 유족들의 평생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며 도민과 유족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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