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섬이다. 고립된 섬 제주에 살다보면 각종 경조사, 문병, 병원치료, 사업상의 이유 등으로 당일이나 익일 항공기를 급히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도민들이 늘고 있다. 공항에서 대기표를 구하는 일도 하늘의 별따기다.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해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에 가지 못한 도민들은 뭐라고 말해야 할까. 제주도에 살아서 죄송합니다? 임종 1주일 전에 진작 알려 주셨다면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었을 텐데요? 

제주도민들에게 있어 항공기는 생활용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로 인해 항공권을 제때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도민들은 이동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 관광객들이 주민 생활을 위협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의 한 예다.

‘도민 좌석 할당제’ 또는 ‘대기표 도민 우선구매제’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제도들을 시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보다 관련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주도민들이 항공기 이용에 어려움이 따른 경우도 없다. 사례를 만들어야 가야할 때다.

도민 좌석 할당제와 관련해 제주도 공항확충지원과 현경옥 과장은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주도 차원에서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안으로 던질 수는 있다. 국토부가 어떤 입장을 제시할지 알 수 없다. 국내에 그와 같은 사례가 없다. 내부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 하는 게 목적인데, 현실적으로 좌석 할당제를 했을 경우 과연 항공사들이 수용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을 포함한 각 항공사들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항공사가 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사회공헌은 항공기 이용 불편 해소다. 항공사들은 관광객을 실어나르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 관광객들로 인해 도민들은 발이 묶였다. 

제주항공 설립 당시 제주도가 지분 25%에 달하는 50억원을 투자했을 때 제주도민들은 제주항공이 도민들을 위한 교통수단이 되어 줄 것이라 기대했다. 이런 질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도민들의 항공기 이용 불편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제주항공은 왜 아직 ‘제주’항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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