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양길현 교수/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고 제주담론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1월 8일자 뉴스위크(한국판)에 ‘사람들이 기부하는 5가지 이유’가 나왔기에, 관심 있게 읽어보았다. 이에 따르면, 기부를 하게 된 요인은 이타심, 신뢰, 인간관계, 이기주의, 세금이며, 제약 요인은 경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관련 필자가 보기에 기부를 하게 되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라 위의 5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면서도, 또 하나 필자의 경험에서 보면 재미라는 요인을 추가하고 싶다. 그것은 기부를 하나의 일로 생각하여 열성을 다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라는 요인이다.

위의 뉴스위크 기사의 지적처럼, “자선단체 기부의 85% 이상이 누군가의 요청에 따른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기부가 한번이 아니라 지속적이려면 내적인 충동이나 만족감이 주어져야 할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기부가 하나의 일(비즈니스)이 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타인과 손잡아 하는 협업의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직접 기부에 참여해 보는 경험을 통해 기부활동의 효능감을 맛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기부활동을 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기부와 관련 생각을 더듬어 보자니, 2년 전 중국 최고의 부자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돈 많지만 행복하지 않다“면서, ”자선재단을 세워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이었다. "(부자라는 것 때문에 얻게 된) 마음의 고통을 덜기 위해 기부에 앞장 서겠다"는 마윈은, 그래서 환경보호 공익신탁기금을 설립하는 등 2014년 한해만도 145억위안(약 2조5888억원)을 사회에 환원하였다.

G2라 그런가. 세계적인 부자의 기부도 경쟁적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돋보인다. 마윈이 '기부의 경쟁자'로 세계 최대 부자이자 기부왕(총 302억달러, 약 32조원 기부)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를 지목하면서, "누가 더 나은 자선사업을 벌일 수 있을지를 두고 경쟁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돈 버는 경쟁만이 아닌 돈 잘 쓰는 데서도 경쟁한다는 건 퍽 고무적이다. 돈 버는 게 쉽지 않지만, 돈 잘 쓰는 것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윈에 따르면, 부자는 결국 행복하기 위해 기부한다. 부자가 아닌 평범한 우리도 혹 기부한다면, 그것도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각자 조그마하지만 무엇인가를 타인과 나누어 가질 때 더 행복해지기에, 기부하는 것일 게다. 기부란 타인을 경유해서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행복추구 행위에 다름 아니다.

2018년 무술년 새 해가 시작되었다. 지난 일을 정리하면서, 새로이 또 무언가를 구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싶다. 그 시작의 하나로, 필자가 지난 4년간 대표를 맡아온 더제주(The Jeju)의 작지만 기분 좋은 기부 얘기를 전하고자 한다. 2018년 1월 현재 제주지역 사회에 기부하는 누적기부 총액이 1억 300만원에 이름에 따라, 이 번 기회에 지난 4년을 정리해 두는 것도 ‘not bad’일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 4년을 정리하는 토대 위에서, 2018년부터 향후 3년간 더제주의 기부사업의 확대 가능성이나 도약 여지를 다시 점검하고 찾아보려는 의도도 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제주 사회에서의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 볼까 하는 다짐도 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또 이 글을 읽는 분들의 많은 성원과 동참도 기대하고 있다.

더제주의 기부사업은 2013년 12월 500만원씩 출자한 열세분의 출자자들과 함께 신제주 그래드 사거리에 맥주펍 몰트나인(현재는 드런큰호스로 개명)을 개장한 데서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매달 100만원씩 기부하다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매달 200만원과 300만원 기부로 확대하여 나갔고, 2017년에는--2013년 12월에 꿈에나 그리던--매달 500만원 기부 목표를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더제주의 기부액 확대가 일취월장 발전하게 된 것은, 대표인 필자를 믿고 1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흔쾌히 기부사업에 출자를 해 주신 170인 지인들의 믿음과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더제주의 기부사업은 출자자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함과 동시에 기부사업의 일원임을 확인하도록 하기 위해서 100만원 기부를 어디에 할 것인가는 출자자 분들의 추천에 의해 진행되었다. 출자자 분들이 순번으로 직접 기부할 곳을 정하도록 함에 따라 기부처는 매달 다르고 전혀 예기치 않은 곳으로도 전해질 때도 있다. 그 결과 기부 받는 곳은 불우이웃이나 봉사단체 뿐만 아니라 재정 상태가 열악한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영화제-음악회-제주담론 등 제주 사랑을 담은 프로그램 진행, 제주 미래를 찾는 토론회나 도서출판 지원, 장학금 등 다양하게 선발되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출자자 분들의 추천에 따라 다양하게 기부하는 방식은 그대로 지킬 예정이다.

대학에서 공부하고 가르치던 일을 주로 하던 필자에게 기꺼이 출자를 해 준 데에는, 그 분들도 그만큼 행복한 제주공동체의 미래를 염원하는 동참을 통해 보람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지난 4년에 걸쳐 더제주에 한분 두분 동참하면서 어느덧 170인의 출자자가 모여, 2017년 12월 현재 맥주펍, 집밥, 한과, 치킨, 당구장 3개 등7개의 사업단(총 5억원 출자)을 갖춰 나름 기부사업을 위한 최소의 물적 기반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 가운데 당구장 출자가 3개나 된 데에는 당구장 운영이 수익이 크지는 않지만 동시에 위험부담도 적어 출자자를 어떻게든 보호하기가 그만큼 용이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하였다.

더제주가 앞으로 이들 7개 사업단 외에 얼마나 더 사업단을 늘려나가게 될 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다음과 같은 비즈니스 방식으로 운영되어 나갈 것으로 본다. 사업단을 만들어 운영 책임을 맡도록 할 때, 가능하면 무언가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돈이 없어서 일하지 못하는 도민에게 그에 걸맞는 일을 찾아 주는 차원에서 보면, 더제주의 사업단은 일자리 창출 사업이기도 하다. 사업단을 맡은 사람은 열심히 책임지고 사업단을 운영하면 되고, 위험부담을 안고 사업자금을 출연해 준 더제주에게 매달 일정한 금액을 기부후원금으로 지불한 이후의 나머지 수익금은 전액 사업단장에게 귀속되도록 하였다. 이렇게 모은 기부후원금이 2017년 현재 매달 400만원이 되고, 여기에 매달 10만원씩 십시일반 기부후원으로 들어오는 돈이 월 평균 100만이 되어, 총 500만원이 되고 있다.

더제주의 사업단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업단을 누가 소유하는가와 관련하여 공동소유-시한부 소유-무소유에 토대를 두고 있다. 공동소유란 7개의 사업단이 전적으로 170인 출자자의 공동 소유라는 것을 뜻한다. 대표인 필자는 선량한 관리자일 뿐이다. 시한부 소유란 5년마다 출자자 총회를 열어 사업단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의되면 사업단은 해체되어 각 출자자의 지분에 따라 정산된다는 것을 뜻한다. 무소유란 필자 포함 170인 출자자 누구도 5년의 사업단 운영 기간 동안에는 출자에 따른 소유권을 주창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더제주의 출자자들은 5년에 한번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며, 위탁 경영의 책임은 전적으로 사업단장에게 귀속된다.

지난 4년간 가끔 어쩌다 출자자 분들이 더제주의 대표를 맡고 있는 필자에게 걱정 겸, 의문 겸해서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매달 그렇게 기부할 만큼 매상이 잘 되느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자영업으로 장사를 해 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장사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7개 가게의 위탁경영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큰돈이든 작은 돈이든 돈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엄정함이었다. 그래서 제주도처럼 자영업이 많은 경제 구조에서 자영업 살리기의 정책적 뒷받침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업단 운영이 어떻게 되든 한 달 한 달의 매상에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기부사업을 지속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필자가 대학에서 봉급을 받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아마도 필자가 사업단을 통해서 이득을 도모하려 했다면, 더제주의 기부사업은 벌써 문 닫았을 것이다. 매달 기부할 목표 액수가 예상에 조금 미달될 때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필자의 봉급에서 일부 각출되기도 했다.

매월 봉급에서 일부를 더제주의 기부사업에 쓸 수 있도록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준 가족들의 양해가 큰 힙이 되었다. 이 부분에서 필자의 가족들에게 고마운 뜻 표해야 하겠다. 아직 3년의 교수직 대학 생활이 남아 있기에 이렇게 저렇게 버텨나갈 수 있으리라 보지만, 그 이후에도 매달 500만원 기부사업을 지속시켜 나갈 수는 있는지는 필자도 잘 모르겠다. 그것은 3년 후에 생각하면 될 것이다. 더제주의 기부사업만이 아니라 세상사 모든 일이 영구한 것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을 지향하고 있다. 그것은 제주 사회 내부의 평안과 상호부조를 통한 행복한 제주 공동체의 건설 및 행복한 제주도민의 삶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 사회의 평안과 행복이 부분적으로는 크든 작든 제주도민 모두의 기부 동참에 있는 건 아닐는지.

빌 게이츠나 마원처럼 세계적인 부호가 아니더라도 제주도내외 120만 제주도민이 이런 저런 기회 때마다 가능한 범위에서 십시일반의 기부를 모아 이웃과 세계로 향할 때 비로소 세계평화의 섬 제주의 이상이 실현되는 건 아닐는지. 제주도민의 남다른 삶과 행복이 가득한 곳, 그 곳 제주에 오고 싶고, 제주에 와서 살고 싶도록 하는 꿈. 제주도내외 120만 모두가 이런 꿈을 꾼다면, 그 때 그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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