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투데이는 제주사랑의 의미를 담아내는 뜻으로 제주담론이라는 칼럼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다양한 직군의 여러분들의 여러 가지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 제주발전의 작은 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허영준(許榮俊)/ 제주 대정출신, 서울시 초대공보관, 이사관, 수필가, 시인 풍시조문학상(2012) (현)제주국제협의회 부회장, 가락회보 편집장

​" 미스터 허는 인도에 자주 와야 합니다. 우리와는 같은 혈족입니다. 외가에 오셨으니 편안히 지내다 가세요."

필자의 시조 할머니의 고국은 인도이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환대한다. 2000년부터 시작하여 인도를 여덟 번이나 다녀왔다. 독자들은 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의 고대사에서 이 부분을 소개해야겠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편이다. <가락국기>는 고려 문종때 김해부사(오늘 날 김해시장) 김양일이 지었다. 고려 충렬왕 때에 이르러 승 일련은 편저 <삼국유사>에 이를 넣은 것이다.

주 내용은 이렇다. AD 42년 경남 김해지역 9간(干: 촌장)들의 추대로 왕위에 오른 김수로왕은 가락국(곧 가야)을 창건했다. 6년 후 인도 아유타국(인도 북부 아요디아: AYODHYA) 왕실의 공주 허황옥(16)이 먼 항해 끝에 한반도의 남반부 가야에 도래(진해)한다. 허공주는 가야국 시조대왕 김수로와 혼인했다.

고대 가야국은 영남지역을 기반삼아 10대 양왕까지 600여 년간 해상왕국, 철기문화, 불교전파 등 융성한 고대왕국을 유지했다.

자! 이제 가락국 시조 허(許)왕후 얘기로 돌아간다. 허왕후께서는 이국에서 천수(157)를 다하시고 죽음을 예견하고는 대왕께 " 저는 인도에서 먼 나라에 시집와서 이제 세상을 하직하게 되니 제 성(姓)이 전하지 못하는 것이 슬픕니다"고 하자, 수로왕은 왕자 10명 중 장자 거등(居登)은 김씨로 왕위를 이어가게 하고, 두 왕자를 모성을 따라 허씨로 사성(賜姓)하셨다.

우리나라 350여 성씨 가운데 이처럼 왕후의 성씨를 물려받은 씨족은 허씨가 유일하다.

경남 김해는 가락국의 수도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다.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능소(능묘)가 국가사적지로 보존-관리되고 있다. 영남관찰사격인 경상남도지사, 김해부사격인 김해시장은 시조내외분을 추모하는 봄과 가을 제례에 당연직 '초헌관'을 배수하여 제향을 올린다.

18년 전(2000) 2월 27일, 김해시장 일행 13명은 허왕후의 고국 인도를 방문하고 인도 델리에서 625km나 먼 거리인 허황옥 공주의 고향 아요디아를 찾아갔다. 아요디아시(인구 5만)와 '자매결연식'을 가졌다. 당시 필자는 종친을 대표하여 처음으로 인도나라와 시조 할머니 고향을 방문했다.

그 후 전국 가락후손들은 성금을 모아 국내에서 '허왕후 기념비‘(대형 비석)를 제작한 후 인도로 보냈다. 인도지방정부에서 기념비건립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시공까지 했다. 2001년 3월6일, 할머니의 고향 람카샤 국립공원에서 '허왕후 기념비제막식'을 거행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제막식에 주인도한국대사를 보내 대통령 헌화와 축사를 대신하게 했다. 인도정부의 고위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인도 두나라의 우호증진으로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두 나라의 협력 교류를 선도하는 또 하나의 상징으로 삼게 되었다.

2010년 1월부터 발효되는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따라 세계 제4위의 구매력을 가진 인도시장에서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데도 일정 부문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90년대 중반 어느 날 여의도 63빌딩 중국식당에서 작가 최인호(1945-2013)를 만났다. 마침 뉴델리에서 일시 귀국한 주인도한인회장이 안내한 자리다. 최인호는 필자에게 "이번에 김해시의 지원으로 인도를 찾아간다. 허왕후의 고향도 방문한다.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600여 년간 번성했던 가야의 실체를 밝혀 보려한다. 그러니 왕후 후손인 허선생께서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주시오"라는 부탁이다. 최 작가는 인도에서 1개월 여 현지답사를 했다. 어께에 메고 다닌 가방에는 소설 소재들이 가득 찼다.

소설가 최인호는 인도 여정에서 보고 느낀 바를 <제4의제국>이라 하여 부산일보에 2년여 연재했다. 역사학자도 가락후손도 아닌 최작가가 이 소설에서 '가야'까지 포함하여 고대사는 4국으로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교 신자인 베드로 최인호는 2012년 침샘암으로 투병하면서도 천주교 '서울주보'에 암투병기를 실어 심금을 울렸다. 그가 떠난지 4년이 지났다. <제4의 제국>을 회상하며 그의 영원한 안식을 빈다.

지난 6월 문재인대통령이 '가야사복원'을 국정과제에 넣어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가야사복원사업은 종친회 차원을 넘어 학계에서 80년대 중반부터 착수했다. 대학에는 부설기관으로 '가야사연구소'까지 설치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세미나에서 주 내용은 허왕후의 인도와 그녀의 한국 도래과정을 놓고 논쟁이 끝이 없다.. 영호남에서 600여년이나 번영을 누린 가야의 실체가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서 가야를 포함한 '4국시대'로 기술하는 날이 오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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