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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 살게마씀-2] 나의 커밍아웃
제주투데이 | 승인 2018.01.08 18:35

저는 성소수자입니다.

저는 이 나라, 좁게는 이 제주 사회에서 보기 드문 오픈리 퀴어(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을 숨김 없이 드러내는 성소수자)입니다. 실은 커밍아웃을 할 생각도, 오픈리로 살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냥 입고 싶은 옷 입고, 하고 싶은 화장만 하면서 조용히 살 생각이었습니다. 공개 커밍아웃으로 겪을 후폭풍이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몇몇은 저를 게이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예전에 치마 입고 찍은 사진을 SNS에 친구 공개로 올렸는데, "형 그쪽이었어요? 홍석천 같은 분들과 같은..."이라거나, "혹? 게이신가요?" 같은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게이(gay; 보통 남성 동성애자를 가리킴)와 트랜스젠더(transgender; 법적/사회적 성별과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이 다른 사람을 가리킴), 크로스드레서(스스로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옷을 입는 사람을 가리킴)를 구분 못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이는 여성스럽다는(것이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편견 때문에 게이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제 정체성을 안 밝힌 상태에서 일방적인 추측으로 아웃팅(outing, 누군가의 성소수자성을 동의 없이 노출시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누가 저에게 "쫌 지랄하지마 게이새끼야. 죽여버리기 전에 병신같은 새끼가 걍 쪄져 있어"라는 혐오가 짙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거기에 화가 치밀어 올라 충동적으로 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커밍아웃했습니다.

그런 욕을 한 건 다름 아니라 제가 그 사람의 글에 충고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SNS 상에서 "자칭 흙수저라는 사람들이 금수저라는 말을 만들어서 노력도 안 하는 게 병신같다"며 욕을 하기에 함부로 이야기 하면 안 된다며 평등과 사회적 격차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좀 공부하면 달라질 거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잠시 후 메신저로 앞서 말한 혐오 짙은 메시지가 왔고, 저는 차단이 되어 있어 답을 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4월 25일 대선 토론회 중 홍준표 후보의 질의에 문재인 후보가 "(동성애에 대해) 반대한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굉장히 화가 났습니다.  그 발언이 있은 후 심상정 후보가 1분의 추가 시간을 써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이에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공개 커밍아웃을 하고 심상정 후보에게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보다 며칠 전에 커밍아웃했기 때문에 그날 다시 커밍아웃하지는 않았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발언에 실망한 여러 단체들의 행동이 이어졌습니다. 토론 당일,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는 긴급 성명을 냈고, 다음날은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 행동의 회원들이 기습시위가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은 알바노조에서 동성애 반대 발언을 규탄하는 1인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위 이후 성소수자들이 멱살을 잡았다거나 주먹질을 했다면서 가짜 뉴스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홍준표 같은 사람에게는 항의 못하고 만만한 문재인 후보에게만 항의한다며 성소수자들이 문제라는 투였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거짓인 게 분명해서 루머라고 이야기 하니, 을종 경호 대상자에게 다가가서 항의한 자체가 법적 문제가 있다며 다른 혐오 발언이 나왔습니다.

왜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약자들의 항의가 이렇게 위험하거나 나쁜 일로 몰려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수많은 비아냥과 혐오 발언이 나를 향해 직접 오지는 않았지만, 스트레스가 너무나도 컸습니다. 그래서 나를 더 열고 더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의 혐오발언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서 다시 한 번 글을 써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했습니다.

커밍아웃을 한 뒤 주변의 혐오 발언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혐오 발언을 인지한 것인지 이제 더 이상의 이슈가 아닌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혐오 발언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나라의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전체 인구의 4~7%는 동성애자라고 나오고, 트랜스젠더나 양성애자, 무성애자도 흔합니다. 주변에 분명 있습니다. 밝힐 경우 겪을 수 있는 불이익과 혐오 스트레스 때문에 벽장 밖에 나오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얼마 전에는 제가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대학 선배가 그랬습니다. "너 원래 안 그랬잖아. 학교 다닐 때 안 그랬잖아."

원래가 어디 있을까요? 두려워서 숨기고 있었을 뿐, 전 성소수자였고 여전히 성소수자입니다.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때 양성애자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성별 정체성에 대해서는 양성애자라는 걸 숨기는 것만으로도 힘든 데다 제3의 성의 존재를 몰라서 정체화가 늦었을 따름입니다.

성소수자 김기홍씨

주변에 성소수자는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된 사람이 아니고, 내가 누군지 알게 된 사람입니다. 우리뿐 아니라 누구든 그들의 정체성이나 존재를 부정한다면 괴롭고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우리를 존재하는 인간으로 존중하세요. 저희는 실존하니 인정 받아야할 존재가 아닙니다. 고치 살게 마씀. 살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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